
자료: 최근 미국채 10년물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국채금리 이상 급등과 국내 투자자들이 보는 매수 기회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채 금리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게 나온다.
미국 금리가 수급 꼬임에 의해 이상 급등한 만큼 저가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관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채의 신뢰 기반이 훼손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지만, 수급 왜곡이 초래한 공포는 매수 기회라는 주장이 이어지는 것이다.
■ 단기간 급등한 미국채 금리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미국채 금리는 4월 4일 4.0055%를 기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금리가 4%선까지 내려선 뒤 조만간 3%대 진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 때부터 금리는 무섭게 뛰었다.
미국채 금리는 4월 11일 5.85bp 올라 4.4905%로 올라갔다.
단 5일만에 미국채 금리가 48.5bp 뛰어 수급 왜곡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중국, 일본 등이 미국채를 팔았을 가능성, 주식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한 채권 매도, 스왑페이와 장기채 롱 포지션의 청산 등 각종 수급 여파가 거론됐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에 대한 진단은 과도한 것이고 일단 주가 하락에 따른 마진콜 대응, 스왑 스프레드 포지션 언와인딩 등으로 보는 게 일단은 무난하다는 평가들도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시장에선 기대하지 않았던 미국채 저가매수의 기회가 왔다는 주장들도 상당히 나오는 중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는 사람이 승리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들도 나오고 있다.
■ 트럼프도, 옐런도 걱정한 미국채 시장...연준도 '상황 추가 악화시' 대응 거론
트럼프 정부는 출범 뒤 주요한 정책 중 하나로 장기 금리 하향 안정을 내세웠다.
하지만 관세전쟁 와중에 미국채 금리가 최근 단기간 이상 급등하자 트럼프의 입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 9일 관세전쟁 염려 속에 미국채 금리가 뛰자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자들이 겁을 먹었다. 국채시장이 아주 까다롭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8~9일 이틀간 미국채 금리가 30bp 가까이 뛰자 미국 당국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미국채 투매가 일자 트럼프가 결국 중국외 거래대상국의 관세유예로 방향을 틀었다는 진단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재닛 옐런 전 재무장관은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혼란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채의 '안전자산' 위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채를 보유한 레버리지가 높은 헤지펀드가 보유 자산을 매도하기 시작했으며, 미국채의 대규모 매도가 발생하면 금융 불안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옐런은 "미국채 금리 급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호관세를 유예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는 확실히 우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연준에서도 '이상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최근 금리 급등과 관련, "필요시 전적으로 시장 안정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연준은 다양한 수단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도 "국채 수익률의 변동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계속 잘 기능하고 있다.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시장 기능이나 유동성 측면에서 우려가 있는 경우 개입할 수 있는 도구가 있고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양적긴축 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꾸준히 대차대조표를 정상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 달러 위상 흔들린다면 연준 나설 수 있어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의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방치하기 어렵다.
지난 2022년 9월 영국의 중앙은행은 일시적인 국채 매입 프로그램행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2012년 7월 마리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국채와 유로화에 대한 불안이 이어질 경우 국채 매입 등 중앙은행들이 행할 수 있는 역할은 막대하다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관세전쟁 속에 미국채 금리가 단기 급등하자 연준의 대응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자칫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 자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국채 매입 등 수급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연준의 대응이 지금 곧바로 나오기보다는 국채 금리가 현재 수준을 넘어 추가로 더 변동성이 키울 경우에 대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연준의 조치가 지금 당장 시행될 경우 자칫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여전하며 미 국채의 투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미국 정부와 연준 모두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해 주의를 갖고 모니터링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는 주식시장의 하락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미 국채 금리에 대해 '채권시장은 아름답지만, 어젯밤(9일 수요일)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지는 것을 봤다'고 언급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국채 투매로 금리가 더 상승할 경우 경기 및 신용시장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우려해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더 완화시킬 수 있다"면서 "협상용 카드로 미 국채 매수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직 연준 관료가 자금은 연준이 개입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되는 중이라고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7일 미국채 금리가 급등(10년 17bp 상승)하기 시작했을 때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연준이 개입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더들리는 당시 "최근 미 국채 시장의 투매로 연준도 우려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금리가 더 오르거나 채권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연준의 등판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 국내 투자자들, 미국채 강력 매수 목소리도 적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도 최근 미국채 금리 급등세를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 문제 등을 고심하면서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에 따른 미국에 대한 신뢰 문제는 금융시장 종사자 누구도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사안이다 보니 한번 시작된 파장이 쉽게 가라 앉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측은 자유지만 연준의 개입이든 연방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이든 신뢰성을 회복할수 있는 조치가 이뤄져야 가격 논리도 의미가 있어질 듯하다"고 평가했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주시하면서 저가매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최근 미국 금리 급등은 결국 트럼프가 야기한 것"이라며 "그러면 트럼프가 뭘 했느냐를 봐야 하고 앞으로 또 어떻게 할 것이냐를 예측해야 한다. 이게 쉽지는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개인적으론 결국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지킨다고 본다. 이러면 미국 장기채 매수 기회가 맞다"면서 "또 아직 최후의 보루 연준이 나서지도 않았고 금융위기 때도 달러의 위기라면서 다들 달러가 망한다고 난리쳤지만 결국 달러는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재정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국채 이상의 안전자산을 찾기도 쉽지 않다. 트럼프가 종신 집권하는것도 아니고 길게 보면 경기나 물가 대비 싼 구간으로 오면 미국채를 사는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좀더 적극적인 쪽에선 지금의 기회도 놓치기 안타까워 공격적인 미국채 매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수급 마찰 요인으로 인한 금리 상승은 항상 매수 찬스"라며 "지금은 공포를 사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채권은 펀더멘탈을 믿고 사야하며 지금이 최고의 매수 기회"라며 "국내 채권은 5월 금통위까지는 강세 분위기 또는 적어도 박스권은 유지할테니 분할 매수하고 미국 채권은 적극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D 딜러는 "트럼프가 관세를 걷고 금리를 낮춰서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했지만 그게 자기 생각대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면 부작용이 난다는 점을 이번 사태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은 미국채를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금리가 더 오르면 연준이 들어올 수 밖에 없어 리스크에 대한 방패막이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