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04 (금)

(장태민 칼럼) 상호관세 부과공식과 미국이 열어둔 '협상공간'

  • 입력 2025-04-03 14:4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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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현지시간 2일 한국산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전세계에 10%의 보편관세(5일 발효)를 부과하고 60여개국엔 상호관세(9일 발효)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관세율은 '관세+비관세장벽' 등을 모두 고려한 상대국 실효 관세율의 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관세율은 중국(34%), 대만(32%)보다는 낮았지만 일본(24%), EU(20%)보다는 높았다.

관세, 결국 '상품수지 적자비율' 대로 부과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관세율표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 쪽에서 얘기했던 '무역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에 대한 대응 조치'란 말은 거짓이었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실상 관세를 거의 물리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이 25%나 관세를 무는 데는 다른 공식이 적용됐을 수 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 강봉주 연구원은 미국이 제시한 수치에 간단한 공식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이번 관세율 기준은 해당 국가들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이 아니다. 2024년 미국과 해당국의 상품수지를 해당 국가로부터의 미국 상품수입 수치로 나눈 값에 50%를 적용한 것이었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1,315억불을 수출하고 655억불을 수입해 660억불 가량의 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상대국으로부터 얼마나 수입하는지를 분모에 놓고, 상품수지를 분자에 놓아 비율을 계산했다. 그리고 이를 절반으로 나눠서 관세율을 정했다.

■ '거래의 기준'은 트럼프의 방식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1,435억불의 상품을 수출하고 4,389억불을 수입했다.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2,954억달러로 상품수지를 미국의 상품수입으로 나눈 비율은 67.3%에 달했다.

이를 절반으로 나누면 미국이 부가할 할인관세가 34%로 계산된다.

유럽 쪽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EU로 3,702억불을 수출하고 6,058억불을 수입했다.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2,356억불이었다. 이를 수입물량으로 나누면 39%로 나오고 이를 절반으로 나눠서 계산한 관세율은 20%였다.

강봉주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율표는 상품수지 적자 절대규모 순으로 정렬된 것으로 보이며, 일부 순서가 약간 조정됐다"면서 "지난해 미국의 상품수입(국가별)을 분모로, 미국의 상품수지(국가별)를 분자에 넣고 산출된 숫자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번 관세율 책정은 현재까지 양국이 매긴 관세율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결국 미국은 미국 물건을 덜 사고 더 많이 수출하는 나라에 높은 관세를 물린 것이다.

미국은 상대국에 '너희가 이렇게 많이 이익을 보고 있으니 이만큼 관세를 내놓아라'라는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은 주요 교역국들과의 사이에서 상품수지 적자를 축소시키길 원한다.

트럼프가 이번에 선보인 '거래의 기술'에 적용되는 공식은 WTO나 FTA 방식이 아니다. 트럼프 자신의 방식이다.

■ 더욱 강력해진 '변칙복서'

트럼프는 정통파 복서가 아니라 변칙 복서다.

오쏘독스한 복서들은 가드를 올리고 스텝을 밟으면서 상대방과 적정거리를 만든 뒤 잽부터 던지면서 접근한다.

위빙과 더킹을 구사하고 전·후진 스텝을 밟으면서 공격과 수비 태세를 갖춘다. 그런 뒤 상대의 약점이 노출되면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변칙 복서들은 기본적인 공격 루트를 고집하지 않는다. 감정적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려 엉뚱한 도발을 하도록 미끼를 던지기도 한다.

트럼프는 1기 때도 WTO 질서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중국 등이 미국을 털어먹기 위해 국제무역기구라는 것을 악용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 이익 극대화, 미국 내 생산 확대, 제조업 부활, 소비보다 생산이 근본이라는 철학 등 트럼프 시대의 '미국 무역 공식'은 트럼프 2기에 합류하지 않은 라이트하이저가 만든 것이다.

2기 정부에 라이트하이저가 없어도 트럼프는 더욱 강력해졌다. 이미 한 차례 집권한 경험이 있는 데다 4년간 기량을 연마해 좀더 무서운 변칙 복서가 돼서 돌아왔다.

다만 변칙 복서들에도 기본적인 패턴은 있다.

트럼프는 일단 초반에 블러핑 등을 통해 상대방의 기를 죽인 뒤 협상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내는 전술을 쓴다.

트럼프에겐 미국 이익이 최우선이다. 따라서 트럼프에겐 '우방국', '동맹' 등과 같은 감성적인 언어를 내세워 우리가 먼저 양보하는 순간 크게 당할 수도 있다.

또 미국의 눈밖에 나 중국 등 미국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적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일 또한 자칫 잘못하다가는 매를 버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상당히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변칙 복서 답게 공식적인 인간관계보다 개인적인 친분 등을 상당히 중시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미국을 잘 알거나, 미국의 실력자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다.

■ 트럼프가 열어둔 '공간'...엘리트 풀 최대한 가동해야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다른 국가들에 '놀랐느냐'라고 물어본 뒤 '경거망동' 하지 말도록 경고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했다.

또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공간 안에도 더 논의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렸다.

미국 권력자들 역시 자신의 국가 경제가 이번 관세전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는 일단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스캇 베센트 재무장관을 내세워 행동 원칙을 알려왔다. 이 원칙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각 국가가 판단해야 한다.

베센트는 짐 로저스, 조지 소로스 등과 함께 일하면서 저명한 헤지펀더로 명성을 떨쳤던 사람이다.

베센트는 우선 무역 파트너들에게 "미국의 새로운 관세에 대해 보복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런 뒤 "어떤 국가도 당황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보복하지 않는 한 이번 상호관세율이 상한선이기 때문에 나라면 보복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잘 나갔던 펀드 매니저 출신 답게 금융시장 매니저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베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율은 상한선이기 때문에 트레이더들은 안심해야 한다"며 "시장은 보복이 없는 한 이 수치가 상한선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정책가들도 바빠졌지만 정치 대립이 극대화 돼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가용한 풀을 총동원해 이 통상 위기에 맞서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통상 전문가다.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등의 경험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통상 인연'도 깊은 사람이다.

그는 통상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한미FTA 체결 지원위원장, 미국 대사 등을 역임하면서 통상의 중심에 서 있었던 사람이다. 하바드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해 현지 씽크탱크 쪽과의 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주요국과의 물밑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 부담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상태다.

실링이 정해진 만큼 잘만 협상하면 선별적 관세 인하나 유예 등도 끌어낼 수도 있다.

너무 비관적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 일단 실링이 정해진 만큼 그 실링을 최대한 플로우 근처로 끌어내리는 게 우리 정책가들이 할 일이다. 트럼프 주변엔 머리 좋은 협상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만큼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 잘 판단해서 접근해야 한다.

(장태민 칼럼) 상호관세 부과공식과 미국이 열어둔 '협상공간'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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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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