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0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상법 때문에 원장직 던지려는 이복현...이를 말린 이창용·최상목과 타이르는 한덕수

  • 입력 2025-04-02 13:4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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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이복현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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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임기를 두 달 남겨놓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상법개정안' 때문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원장은 2일 CBS 라디오에 출현해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이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었으며, 주주권 보호에 진심이었기 때문에 상법개정안에 반대했을 리가 없다고 했다.

그는 "주주 보호 원칙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좀 다른 모양의 법이 통과된다고 거부권까지 행사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최근까지 '직을 걸고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재계와 여당은 상법 개정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주주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켜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소송 남발, 헤지펀드의 국내기업 사냥, 기업의 단기이익 집착 등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 이복현 '경거망동' 말린 이창용·최상목

이복현 원장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과 관련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으나 금융위원장이 만류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장 외에 다른 F4 멤버들도 그를 말렸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장에게 말했더니 최상목 부총리와 이창용 한은 총재도 연락을 줘서 지금 시장 상황이 안 좋은데,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고 말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엔 빠질 수 없어서 이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밤에 미국 상호관세 발표가 있어서 내일 F4 회의는 제가 안 갈 수 없다"면서 "상호관세 이슈에 환율 등 문제가 있을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거취는 4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 밝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일(대통령 탄핵선고일) 대통령이 돌아올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입장 표명을 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대통령에게 말하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검찰 시절 윤석열 사단의 금융통으로 꼽혀왔던 인물이다.

■ 이복현, '주주 이익'에 중점 두는 접근...SK 등 재벌 주주무시 행태 바로 잡자는 의지 피력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적극 반대한 이유는 '주주 권익 보호'에 대한 소신 때문이다.

그간 국내 주식시장에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논란, LG화학의 LG엔솔 쪼개기 상장, 카카오 계열사 중복 상장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등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결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금융 투자자들 사이에선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도 이런 소신을 피력했다.

"LG엔솔 물적 분할이라든가 SK 이노베이션 합병, 작년 두산 로보틱스 합병 등 여러 가지 그냥 불공정 논란과 관련돼서 우리 정부에서는 이것들을 되게 중요한 핵심 과제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상법이라든가 자본시장법 개정추진을 한 것이고, 작년 하반기 정도까지만 해도 솔직히 만에 하나, 이제 그 상법 개정이 통과가 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힘들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기도 했습니다. 주주 보호 원칙을 우리가 지금 이미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다른 모양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거부권까지 행사하느냐가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금감원장은 SK 최태원 회장도 비판했다.

"최태원 회장의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상법까지 개정해야 되느냐, 그런 말이 일리가 있지만 그 말이 진정한 울림이 있으려면 과거 SK 이노베이션의 합병의 문제라든가 이런 것들에 대해 과연 시장에서 받은 충격이라든가 주주들의 마음 아픈 것들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은 적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SK그룹만 해도 배터리 사업부라든가 다양한 화학, 에너지 등 이제 구조 개편이 필요하거든요. 시장은 재계가 자본시장법, 상법 모든 걸 지금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2의 LG엔솔이 안 벌어지리라는 장담을 못 하고 오히려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걱정을 합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6조 유상증자 의사결정에 대해 어떤 배후라든가 진정성을 의심하니까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기능(유상증자 통한 자금조달)조차도 지금 신뢰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야당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최근 거대 야당이 훨씬 더 강한 주주 충실 원칙을 통과시켰지만, 지나치게 정쟁화 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지금과 똑같은 내용을 통과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4, 5월 정도까지라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무위에서 통과되면 어차피 법사위로 가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모이니 4, 5월까지만이라도 좀 기다려 주면 좋겠습니다. 재계가 자본시장법도 반대하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상법을 통과시키게 되면 재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조차도 안 할 수 있는 핑계를 갖게 됩니다."

■ 금감원장·투자자 주장 타이르는 대통령 권한대행

이 원장은 한국도 미국의 '피듀셔리 듀티'처럼 주주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게 되면 건전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 열리고 기업들 사이에선 더 많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이런 주장이 '경영을 모르는 나이브한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주가 부양만을 위해 주주 눈치를 본다면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을 폄하하는 쪽에선 특수부 검사를 하면서 '재벌 사냥꾼' 역할에 재미를 붙였던 이 원장이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 죽이기에 올인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 주식회사 사장은 "'기업 조지기'를 직장 생활의 가치로 여겼던 특수부 검사가 금감원장이 된 뒤 금융권과 투자자들에 빌붙어 고상한 척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다시 협박하는 중"이라고 비난했다.

안타깝게도(?)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한덕수 총리조차 투자자와 이복현 원장의 의견 대신 기업인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한덕수 대행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3월 13일 주식회사의 이사에게 ‘주주충실의무’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는 지금까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제고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되게 노력해 왔고 이 법률안의 기본 취지엔 깊이 공감한다"고 했지만 진심은 그 다음 발언에 있었다.

한 대행은 "이 법률안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률안의 취지는 이사가 회사의 경영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 등 일부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면서 "그러나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 주주 또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이 법률안의 문언만으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고 기업의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 대행은 "법률안은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면서 "이는 결국 일반주주 보호에도 역행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 하바드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도 경제정책 관련 고위직을 역임했던 대통령 권한대행은 상법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상장기업의 합병·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에서 보다 실효성 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자본시장법」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돼 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재의요구권 행사는 국회를 통과한「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매우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며 "기업들도 상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표출된 시장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합리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기업 관행을 개선해 나가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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