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02 (수)

(장태민 칼럼) 연금개혁이란 이름의 세대착취..."650만원 불입하고 1억 넘게 받는 비정상 연금제도 개악하기"

  • 입력 2025-03-31 14:5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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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민연금 모수개혁과 관련해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안에 대해 동감을 표시한 뒤 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기득권자들인 정치권의 '눈가리고 아웅하기식' 개악일 뿐이다.

근사하게 모수개혁이라는 말을 붙였지만 기득권이 미래세대의 노동력을 담보로 이익을 얻으려는, 도덕적 해이가 극단적으로 발휘된 정책 속임수에 불과하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것은 모두가 선호한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누군가 돈을 더 내거나, 아니면 국민연금이 어마어마한 운용수익을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연금개혁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산수, 혹은 수학의 문제 풀이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뻔뻔한 정치권, 개악을 개혁이라고 우기기

필자는 왜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여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은퇴 전 받던 돈의 40%를 받는 게 아니라 43%나 받아야 한다면 연금재정은 더욱 부실해진다. 왜 30%대로 낮추는 것을 개혁이라고 부르지 않고, 40% 넘게 더 받는 것을 개혁이라고 부르는가.

이는 한국 국민이 포퓰리즘을 너무 사랑하는 데다 정치인들은 뻔뻔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보면 ‘소득대체율 40%-보험료 17%’ 조합을 채택할지라도 재정안정 달성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온 바 있다.

그런데 소득대체율을 더 올리면 재정이 악화되는 것은 뻔하다.

‘소득대체율 43%-보험료 13%’안은 8년에 걸쳐 보험료를 13%까지 인상하는 것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재정 불안정을 가중시키기 보다 받는 돈을 더 줄이면 안됐을까.

연금연구회가 계산한 결과를 보면 보험료를 13%로 올릴지라도 2050년에 미적립부채가 6,159조원(GDP 대비 119.2%)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온다. 2095년이 되면 미적립부채가 4경 2,032조원(GDP 대비 311.4%)까지 치솟는 것으로 예상됐다.

모든 회계처리는 보수주의로 접근하는 게 원칙이다. 국가의 미래 살림살이에 대한 회계 역시 달라야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권은 '일단 미래에 꽤 받으니 개혁'이라고 우긴다.

■ 제도 바꾼다면 자동조정장치는 필수

한국은 전세계에서 인구구조가 가장 위험한 나라다.

근본적으로 한국이 급격히 노령화되는 것은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그리고 연금을 받아야 하는 중장년 층의 돈은 젊은 사람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면 안 그래도 쪽수에서 밀리는 젊은 사람들의 허리가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한국이 연금 제도를 운영할 때는 OECD 회원국들처럼 가입자와 수급자 등 연금 이해 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자동조정장치가 필수다.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거대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복식부기가 아닌 단식부기로 살림을 운영하면 거지꼴을 면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연금지급보장을 명문화 하라는 것은 나라 재정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약속 받은 돈은 무조건 받겠다는 도둑놈 심보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지급보장조항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줄 돈이 없으면 이런 조항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혹시 많은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일단 우리만 받으면 된다. 우린 미래 따위는 신경 안 써"라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한국은 국민연금 뿐만 아니라 다른 공적 연금에서도 이미 탈이 많이 난 상태다.

공무원 연금, 군인연금 등을 주기 위해 이미 국민세금 10조원이 나가는 실정이다. 공무원연금 지급보장 때문에 돈을 안 줄 수도 없다. 엄밀히 말하면 공무원 연금 등도 받는 돈을 줄여야 한국 재정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민연금 논란 때문에 이 문제는 별로 신경도 못 쓰고 있다.

■ 연금개악,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 경쟁

최근 연금개악과 관련해 정치인들은 착한 사람 흉내를 내고 있다.

출산 크레딧, 병역 크레딧 등을 내세워 '연금을 붓지 않아도 부은 것처럼' 처리해주는 제도를 거론하고 있다.

예컨대 A씨가 군 복무, 출산 등을 이유로 사회에 기여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연금을 부은 것처럼 처리해줄 수 있다.

필자는 아이를 낳지 않은 않는 한국과 같은 위험사회에서 '출산'으로 이 사회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을 쌍수로 환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특정 부류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금을 함부로 털어먹는 정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기가 막힌다.

일각에선 높은 사교육비 등의 요인으로 인해 부유층일수록 다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출산 크레딧 확대는 역진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를 초래할 뿐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정치권이 말하는 연금개혁은 정확히 말하면 '세대 착취'일 뿐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이건 이념의 문제가 이나라 산수와 수학의 문제다.

양심이 있는 기성세대라면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를 남기는 모럴 해저드에 반대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필자의 한 지인은 한국의 어쩔 수 없는 '비용증가 구조'가 국가경제를 더욱 힘들게 만들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연금제도 개편과 관련해 이런 진단과 제안을 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 대해 모든 회사들이, 그리고 모든 노동자들이 찬성했답니까. 앞으로는 건강보험 등도 같이 오를 텐데 노동자들도, 기업하는 사람들도 다들 실질급여가 깎이는데 동의했다고 합니까. 저는 향후 회사 운영 그만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더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는 액수를 줄이면서 국민연금을 소진시키는 게 정답 아닐까요?"

■ 지금 연금 타는 사람들 '엄청난 혜택' 누리는 것 맞아...젊은층 착취 그만둬야

연금 개혁(개악) 문제에 대해 젊은 사람들과 나이든 사람들이 느끼는 온도차는 크다.

정치권에서도 젊은 의원과 나이든 의원 간에 느끼는 문제의 심각성에도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40세의 젊은 정치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인터넷을 달군 한장의 사진을 거론하면서 연금개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1년부터 연금을 수령하기 시작한 한 분이 2024년 1월 기준으로 약 23년간 수령한 연금 총액은 약 1억 18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분이 연금보험료로 납부한 금액은 불과 8년 3개월(99개월) 동안 약 657만 원에 불과했다"는 글을 올렸다.

겨우 657만 원을 불입하고 1억 2천만원 가까이 수령했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낸 돈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받은 것이며, 생존해 있으면 계속해서 돈을 수령하게 된다.

이 의원은 "1993년의 소주 한 병 가격은 377원이었고, 연금 수령을 시작한 2001년엔 700원, 현재는 약 1370원"이라며 "물가는 대략 4배 올랐지만 연금 수령액은 납부액의 20배에 달한다"고 했다.

사실 연금제도는 사회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낸 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금액을 수령하도록 해 노년을 그나마 좀더 평등하게 보낼 수 있게 하자는 취지가 반영돼 있다.

다만 한국이 국민연금 제도를 만들 때와 지금은 상황은 상전벽해 그 이상으로 변했다. 연금 제도를 설계하던 시기는 출산율이 아주 높았고 장기적으로도 이런 수준이 유지될 것이란 가정이 작용했다.

또 '없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대의에 대해 정책가들도 공감했기 때문에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에도 신경을 썼다.

하지만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작용해야 할 소득재분배 기능이 앞으로는 세대착취로 변질이 되게 생겼다.

극단적으로 연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 중엔 '왜 내가 낸 돈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사용해야 하나'라며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반대하기도 한다.

필자는 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긍정하지만, 지금과 같은 막무가내식 '개악'은 안 된다고 본다.

약간의 수학적 마인드만 있으면 지금 정치권이 하려는 개혁이 사실은 '세대 착취'라는 사실을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기성세대가 젊은 층,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들의 잠재적인 소득까지 빼서 쓰려는 모양새는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

이준석 의원은 "지금처럼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까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미래의 세금과 재정 부담을 떠넘겨 현재의 표를 얻는 복지 정책을 실행한다면, 그것은 폰지사기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많은 정치인들의 눈엔 이번 모수개혁이 연금 개혁의 첫걸음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층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이성(理性)이 작동하는 사람들에겐 그저 무책임한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개악으로 보일 뿐이다.

(장태민 칼럼) 연금개혁이란 이름의 세대착취..."650만원 불입하고 1억 넘게 받는 비정상 연금제도 개악하기"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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