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3-1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75bp 금리인하 효과 긍정하면서 추가 인하 시사

  • 입력 2025-03-13 13: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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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작년 10월 이후 단행된 세 차례 금리금리 인하의 효과가 유효할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성장에 미치는 효과와 관련해선 장기금리 경로를 통해 과거보다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심리개선 효과는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의 물가 상승 자극 정도는 제한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최근 금리 인하가 안정적 물가 흐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는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금리 인하가 환율 급등세를 자극할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한은은 이 영향 역시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전체적으로 금리인하가 성장에 도움을 주고 물가와 가계부채, 환율 등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본 것이다.

■ 75bp 인하의 성장 효과는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분석팀은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영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10월 이후의 기준금리 75bp 인하는 25년과 26년 GDP 성장률을 각각 0.17%p, 0.26%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은이 추정에 사용한 모형은 VAR, FAVAR 등 2개이며, 수치는 결과의 평균이다.

정책금리 인하의 '장기금리 하락 경로'를 통한 효과는 과거보다 큰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금리인하 기대가 일찍부터 선반영돼 장기금리가 기대 단기금리를 중심으로 큰 폭 하락함에 따라 장기금리 경로의 경기부양 효과가 과거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직전 인상기 중 기준금리 인상폭(3.00%p)이 컸고 고점(3.50%)에서의 지속기간(20개월)도 길었던 점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 피벗 기대 등으로 글로벌 금리가 2023년 11월 이후 상당폭 하락한 점도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금리기간구조 모형 분석에 따르면 23년 11월~25년 2월 중 3년물 국고채 금리가 142bp 하락했으며, 이중 기대 단기금리 하락에 따른 변동분은 107bp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다만 "장기금리 하락은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뿐 아니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 변화에 따른 장기금리 변동시 성장 제고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책금리 인하의 '단기금리 하락 경로'와 관련해선 "단기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상당폭 조정되고 이에연동된 여신금리가 하락하면서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기준금리 25bp 인하 뒤 30일간의 금리 하락폭을 보면 국고채 3년물‧10년물 등 장기금리는 평균 2~3bp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CD‧통안증권(91일물) 등 기준금리와 보다 밀접하게 움직이는 단기금리는 평균 8~11bp 하락했다고 밝혔다.

변동금리 대출 대부분이 1년 미만의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어 단기금리 하락이 신규대출뿐 아니라 기존대출에 대한 금리부담도 경감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2024년 말 현재 예금은행의 변동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잔액의 54.4%, 기업대출잔액의 61.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정책금리 인하는 심리개선 경로에도 작용하지만 이 효과는 과거보다 적을 것으로 봤다.

통화정책국은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주체의 심리개선을 통해 실물경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소비심리가 단기적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인 만큼 금년 2월 추가 인하는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콜금리, CCSI, 소매판매액지수, VIX(외생변수)로 구성된 VAR 모형 분석 결과 기준금리 인하는 소비자심리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책국은 다만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에는 그 효과가 작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할 때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된다면 심리개선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다소 제약될 것"이라고 했다.

최창호 통화정책국장은 "장기금리를 통한 효과의 경우 과거엔 금리를 인하하기 4~5개월 전에 40~50bp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이번에는 1년 전부터 금리가 더 빠르게 인하되기 시작해 100bp 이상 내려가 이 경로를 통한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무역환경 불확실성이나 국내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기업들 투자나 소비로 파급되는 영향은 과거에 비해선 좀 작다고 풀이했다.

■ 75bp 인하의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

금리 인하가 물가나 가계부채에 미칠 악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봤다.

계엄 사태 이후 환율이 고원으로 올라간 뒤 내려오는 데 한계를 보였지만 물가를 크게 자극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한은도 국내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물가 압력이 제한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은은 "금리인하의 영향이 높아진 환율 수준과 함께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안정적 물가 흐름을 저해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영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10월 이후의 기준금리 75bp 인하는 25년과 26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0.09%p, 0.20%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통신보고서는 "기조적 물가지표가 2% 내외에서 안정된 가운데 성장세의 큰폭 둔화에 따른 수요압력 약화가 물가 상방 압력을 상당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특히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는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영향을 분석해보면 지난해 10월 이후의 기준금리 75bp 인하는 25년 및 26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각각 0.60%p, 1.53%p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거시건전성정책 강화 국면에서는 금리인하의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영향이 완화 국면의 2/3 수준 이하로 축소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다만 "금리인하의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영향은 금리 수준이 낮아질수록 비선형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향후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할 경우 신규주택 공급 감소 등과 맞물려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금리 하락 시의 가계대출 및 주택가격 영향을 실증분석 한 결과 '저금리'하에서의 영향이 '중금리'하에서보다 가계대출은 2.7배, 주택가격은 1.9배 정도 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 75bp 인하의 환율 상승 효과는 '제한'

기준금리 인하는 대외금리 수준이 동일하다면 내외금리차 확대를 통해 환율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 금리인하의 환율 상승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은은 "현재까지는 지난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 흐름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은은 '박영환·성현구(2024) 연구'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지수, CDS 프리미엄, 신흥국채권지수(EMBI+), 경상수지와 함께 내외금리차에도 유의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금리차의 환율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10월 이후 미국이 정책금리를 100bp 인하하면서 한-미 간 정책금리차가 소폭 축소(200bp → 150~175bp)됐지만, 환율이 한 가지 변수에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한은은 "작년 말 이후 원/달러 환율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에 따른 달러화 지수 움직임 등에 더 크게 영향을 받아 변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높은 상황에서는 내외금리차에 대해 환율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 '비둘기파' 신성환 금통위원의 관점...그리고 한은 통화정책 관계자들의 관점

한은의 이번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는 금통위 내에서 가장 도비시한 성향을 갖고 있는 신성환 금통위원이 주관했다.

여전히 통화정책의 방점은 '성장'이다.

신성환 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당분간 낮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경기 하방압력을 완화하는 데 비중을 두고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월 금리인하로 정책금리가 2.75%까지 낮아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2~2.5% 등 어느 선까지 금리가 낮아질지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는 다만 성장을 중심에 두되 금융안정 등을 보면서 금리인하 시기나 강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신 위원은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환율 등 금융안정 상황에 계속 유의해 추가 인하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성장 측면에서는 세 차례 금리인하의 경기 개선효과와 함께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가계부채 누증, 주력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 등 그 효과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들을 함께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여타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외환시장은 높은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경계감이 여전한 만큼 관련 불확실성 요인들을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금리만으로 한국 경제를 치유하기 어려워 재정정책이나 구조조정 등 다른 정책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신 위원은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등 특정 취약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보다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낮은 성장세에는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만큼 성장세 회복을 위해서는 경기대응적 처방과 함께 구조개혁 등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간부들은 지금은 성장,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신중히 접근할 때라고 했다.

박종우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는 "성장 쪽에서 여러가지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번 통방을 하고 2주 사이에 통화정책 기조를 당길 수 있느냐를 판단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다"라며 "금통위원들이 성장에 대한 리스크와 금융안정 부분에 대한 고려 등을 함께 깊이 고민하면서 향후 추가적인 통화정책 운영 방향을 결정해 갈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최근 성장률 수치(1.5%)를 내놓을 때 올해 기준금리가 2.25~2.50% 정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은 감안했다.

최창호 통화정책국장은 "기준금리 25bp 인하시 성장률이 향후 1년간 0.07% 정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형 추정치의 평균 수치"라며 "이 효과는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평균적인 효과는 이렇다"고 설명했다.

최 국장은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로 가겠다고 하는 이유도 성장에 추가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은은 트럼프의 관세정책 등으로 최근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성장률 전망경로를 바꿀지 판단하기에 이른 단계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통상환경은 베이스 시나리오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지금은 철강, 알루미늄 쪽에서 영향을 크게 받는 북미, 캐나다, 유럽 등에서 반응이 크게 나오는 것 같다"며 "4월 2일 상호관세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 부분이 전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주의해서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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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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