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홈페이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독일 부채제동장치 해제 움직임과 유로존 금리의 놀라운 폭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로존 금리가 말 그대로 폭등했다.
유로존의 맹주 독일 금리는 2월까지 금리를 낮추다가 3월 들어 갑자기 뛰었다.
트럼프의 '유럽 방위는 유럽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상식적인(?) 압박 이후 유럽 국가들의 차입 코스트가 대폭 오른 것이다.
■ 분트채 금리 놀라운 폭등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독일 분트채 10년물 금리는 5일 29.67bp 폭등한 2.7863%를 기록했다.
2월 하순 금리 레벨을 꾸준히 낮추면서 2.4%로 내려갔던 금리가 3월 들어 3일 연속으로 올랐다.
독일 10년물 수익률은 3일 8.25bp 급등한 뒤 4일 0.09bp 올랐다. 이후 5일엔 30bp 가까이 뛰면서 2.8%에 근접해 버린 것이다.
독일 2년물 금리는 20.60bp 뛴 2.2279%를 나타냈다. 최근 2%에 근접했다가 단숨에 뛰어오른 것이다.
독일 30년물 금리는 23.14bp 뛰어 3.0700%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독일 장기금리가 1998년 10월 이후 가장 두드러진 일간 상승폭을 보며 경악하기도 했다.
최근 독일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은 이유는 트럼프의 유럽에 대한 국방비 압박, 지표 호조 등이 작용했다. 특히 독일 정부가 빚을 더 낼 수밖에 없는 수급 요인이 작용했다.
독일 차기 정부가 5천억 유로 규모의 인프라 펀드를 제안하고 헌법의 '부채 제한' 조항 완화를 추진 중인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부채제동장치(debt brake)는 독일 재정정책을 상징하는 제도다.
이 장치는 독일의 연방 및 주 정부가 예산균형과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상징처럼 여겨져왔다. 쉽게 돈은 빌리는 다른 나라들에겐 '재정 정책의 모범적 규율'로 소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등장과 함께 큰 변화가 왔다. 독일이 헌법을 손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채권시장의 금리는 폭등했으며, 이는 인근 국가들로 번졌다.
■ 유로존 다른 나라 금리도 일제히 폭등
독일 금리 급등 속에 인근 국가의 금리도 크게 올랐다.
유로존 주요국 10년물 금리는 모두 30bp 가까이 뛰는 일이 발생했다.
프랑스10년물 금리는 26.43bp 폭등한 3.4436%, 2년물 수익률은 18.93bp 뛴 2.3186%를 나타냈다.
이탈리아 10년과 2년물 수익률은 각각 28.99bp, 20.79bp씩 점프해 3.9115%, 2.4905%를 기록했다.
스페인 10년물은 30.77bp 폭등한 3.4192%, 2년물은 26.64bp 급등한 2.4781%를 나타냈다.
유로존 금리가 일제히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한 발 떨어져 있는 영국 금리도 이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영국 10년물 금리는 14.58bp 뛴 4.7416%, 2년물 수익률은 9.59bp 상승한 4.2757%를 기록했다.
■ 트럼프가 바꾼 세계...주가 속등과 유로존 '자주국방' 이슈
독일이 헌법 개정을 통해 부채제동장치를 해제하려고 하자 독일과 인근 지역 주가는 뛰었다.
독일 닥스30 지수는 5일 3.38% 급등한 23,081.03을 기록했다. 프랑스 CAC40은 1.56% 뛴 8,173.75를 기록했다.
위험자산 투자자들은 유로존이 국방과 인프라에 큰 돈을 쏟아 붓는 등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기대했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일이기도 하지만 유로존 방위 관련 주식들의 주가도 최근 가파르게 올랐다.
트럼프 정부가 '유럽 국방은 유럽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유로존 리더들은 거대한 자금 마련을 위해 펀드 구상 등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트럼프-젤렌스키 회담 파행 이후 유럽 정상들은 런던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안보 강화 대책을 논의했다.
당시 트럼프는 외교사에 유례가 없는 'TV 리얼리티 쇼'를 연출하면서 젤렌스키를 농락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회담 장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로존 여러 회원국들은 방위비 증액 계획을 내놓았고,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추진 중인 전후 안보 계획에 다수 국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급히 재무장해야 한다며 오는 6일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위한 포괄적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특히 8000억유로 이상 자금 동원을 위한 '유럽 재무장 계획'을 27개 회원국에 제안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식시장에선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으며, 금리 시장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면서 조달 비용 상승에 대비하는 중이다.
전세계가 트럼프라는 '역사적 인물'에게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이자율 시장에선 유로존 금리 폭등에 대해 긴장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유럽 금리 폭등에 상당히 놀랐다"면서 "한국엔 경기 비관론도 강하지만 유럽의 금리 폭등에서 보듯이 추경 등 수급 이벤트에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