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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근 추경과 관련해 여러차례 입장을 바꾸고 있는 이재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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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추경, 야당 35조 베팅은 성공 가능성 낮아...'이창용 안' 채택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야당이 대규모의 추경을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35조원 추경안을 내고 조국혁신당이 국민1인당 30만원 지급 등을 주장했지만 현실화될 확률은 높지 않다.
정치권 입장에서 중립적 견해(?)라고 볼 수 있는 한은이 제시한 금액은 15~20조원 정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국회에 나와 이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알렸다.
국민의힘은 추경 규모를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크게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역시 '35조원 베팅'이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날 아침 이재명 대표는 또 다시 추경 관련 스탠스에 변화를 줬다.
■ 이재명, '한은 추경 규모' 언급하면서 내일 결론 내보자
이재명 대표는 19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은이 제시한 추경 규모를 거론하면서 내일 결론을 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 대표는 "한은이 어제 상임위에서 15조원 내지 20조원 정도로 추경을 하면 성장률이 약 0.2%p 올라갈 수 있고 경기 대응에도 적절하다고 답했다"면서 "한은이 같은 내용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한지 꼭 한 달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와 정부 당국 모두가 추경에 동감해 온 만큼 20일 국정협의체에서 결론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35조 추경안에도 지역화폐를 끼워넣었지만 이 부분을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소비쿠폰이 불가능하다, 도저히 죽어도 못하겠다 싶으면 일자리 창출과 창업 지원을 위해서 쓰는 게 어떻겠는가"라며 "이 문제도 국정협의체에서 함께 의논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최근 추경과 관련해 이리저리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비판도 보이지만, 다시금 한발 물러선 만큼 실제 추경규모는 35조원을 크게 밑돌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강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대략 오늘 아침 이재명 대표의 추경 발언을 감안해 보면 여와 야, 정부가 합의할 수 있는 추경의 최대 규모는 많아야 20조원을 살짝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여당, 민주당식 대규모 추경은 반대...'이창용 안' 힘 받을까
여당은 민주당식 대규모 추경은 반대해왔다.
최근까지 재정 집행이 먼저라면서 이 시점에 추경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가 좀 어려우면 무조건 추경으로 접근하려는 태도, 그리고 최근의 '추경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문제라는 주장까지 있다.
전날 국회에서 이종욱 의원은 "추경 논의가 작년말부터 있더니 최근엔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면서 "이처럼 추경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저는 이 논의에 대해 현재 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재부에서 국고과장, 국고국장을 거친 뒤 조달청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국고나 예산에 대해 다른 국회의원들보다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쌓았다.
이 의원은 "현재 실질적인 추경 가용재원은 4,176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국채를 발행해서 마련해야 하는 돈"이라며 "한국의 부채비율은 비기축통화국 중 최상위권이며, 지금처럼 빚을 늘리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질타했다.
국회 기재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 역시 최근까지 추경에 대해 호락하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송 의원은 민주당이 35조원 추경을 발표하자 "국가 재정과 미래 세대에 독이 될 것"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송 의원은 최근 "올해 정부의 국고채 발행 예정 규모는 이미 역대 최대인 197조 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39조 2천억원 증가했다. 민주당의 국민을 현혹하는 '매표 행위' 추경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러다보니 일각에선 국힘이 내세울 규모는 한은의 중립(?)보다 더 낮을 수준 아닌가 하는 진단도 내놓았다.
최근까지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추경을 한다면 '날치기 감액예산 통과'를 보완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며, 야당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민주당의 '주52시간 예외 거부',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주장' 등을 문제 삼으면서 포퓰리즘 추경엔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국힘에선 추경을 논하기 전에 경제를 정상화시키는 법안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추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추경을 포함해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모든 정책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야당과도 얼마든지 협의할 의지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말 필요로 하는 것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민주당처럼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사흘 만에 5조원이나 바꾸는 졸속 추경으로 국민과 흥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민주당이 주장하는 30조원대의 대규모 추경은 현실화 가능성이 별로 없고 '이창용 안'이 유력하다는 진단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오늘 이재명 대표도 추경과 관련해 한은 총재를 언급하고 결국 '이창용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기싸움을 하는 듯 하다가 결국 한은 총재가 써준 답을 채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