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12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우려되는 것과는 별개로 언제 청산될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공개된 데이터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수연 연구원은 "우선 청산 시점의 경우 구체적인 조건이 충족되어서 발생하기보다는 수급상 쏠림이 한 차례 발생한 후 그것이 더 큰 쏠림을 야기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리고 수급은 예측이 불가하기 때문에 엔 캐리 청산 또한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엔화가 절상될 때마다 시장에서는 자동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우려한다. 당장 지난해인 2024년 8월에 한 차례 청산을 경험했기 때문에 경계감은 더 크다.
지난 8월 5일에 달러/엔이 142엔을 하향돌파할 때 주식시장에서 일본 TOPIX는 12.2%, 미국 나스닥은 3.4%, 한국 코스피는 8.8% 폭락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시장의 대표적인 전략이 엔화 매도와 미국 기술주 매수였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실제로 달러/엔과 엔비디아 주가는 움직임이 유사했다.
박 연구원은 "엔 캐리 규모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투자자가 엔화를 차입할 때 차입 목적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본의 순국제투자포지션이 전 세계 중 가장 크고 일본 소재 은행의 순해외자산이 2022년 이후 크게 늘었다는 사실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 확대를 유추할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엔 캐리 청산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최선의 대처방안은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과 연관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엔 캐리 전략의 수요를 나타내는 잣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 계산법
박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1) 환율과 금리차를 반영한 실제 수익률과 2) 환율 대신 변동성을 반영한 위험 조정 수익률이라고 했다.
이때 변동성으로는 실제로 실현된 역사적 변동성이 아닌 내재변동성이 활용된다. 예상 변동성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안해 측정한 캐리 트레이드 매력도로 사용된다. 각 수익률의 구체적인 식은 다음과 같다.
1) 실제 수익률 = (내외금리차) + (환율 변동) = 스왑레이트
2) 위험 조정 수익률 = (내외금리차) / (내재변동성)
두 식을 종합하면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에 중요한 세 가지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1) 환율, 2) 금리, 그리고 3) 변동성이다.
이 중 1) 환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요인이기는 하나, 동시에 청산의 결과이기 때문에 논의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2) 금리와 3) 변동성 두 가지가 남는다.
이 연구원은 "우선 금리 측면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를 좌우하는 것은 일본이 아닌 미국이다. 미국채 금리의 변동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라며 "일본은행은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0% 내외에서 움직이는 반면, 미국 금리는 2000년 이후 시계에서 6%를 웃돌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일 금리차를 결정하는 것은 일본은행이 아닌 연준인 셈"이라며 "때문에 내외금리차만 놓고 보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으로 내재변동성은 매크로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을 때 상승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특히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 색깔이 바뀌고 시장 상황이 급변할 때 커진다. 그런데 지난 8월에도 일시적으로 변동성은 컸으나 시장 색깔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BIS(2024)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시그널에 비해 실제 환율 변동폭은 작았다고 분석한다. 8월 5일 당일 달러/엔 3개월 내재변동성이 15.5% 상승한 반면, VIX 지수가 64.9% 상승하며 변동폭이 더 컸다는 데 주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엔화 절상과는 별개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논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와 주식시장 변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직은 청산될 환경이 아니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우선 연준 금리 인하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즉 미일 금리차가 오래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미일금리차가 엔 캐리 청산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음으로 시장 상황 급변에 따른 내재변동성 상승을 예상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기와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 경기침체가 유발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경기는 강하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도 유효하다. 때문에 최근의 약달러에 엔화 절상세가 이어지고는 있으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조건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최근의 달러/엔 환율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반영한 결과라면, 당장 달러/엔이 152엔 키 라인을 하향돌파하고 레벨을 더 낮추기는 어렵다"고 했다.
캐리 트레이드 수익률을 보더라도 엔화의 절상폭이 더 커지기 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달러/엔 3M 스왑레이트로 표현된 실제 수익률은 2023년 10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수익률이 여전히 4%를 웃돈다"면서 "위험조정수익률의 경우, 2024년 8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부 청산될 때 하락한 후 추가 하락을 멈춘 채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엔 캐리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청산할 수준은 아닌 것이라고 했다.
박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 proxy 또한 청산과 거리가 먼 상황을 보여준다. 일본 해외증권투자는 2005년 이후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CFTC 엔화 선물 순매수 포지션 0에 가까워서 당장의 변동이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최근 엔화가 절상되며 Long 포지션이 늘어났으나, 동시에 Short 포지션도 하반기부터 같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급상 Short 포지션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약달러가 나타날 때 가장 매수매력도가 높은 것은 엔화다. 따라서 약달러 시 엔화 절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엔화가 절상되었다는 이유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우려할 필요는 없으며 현재의 금리, 시장 색깔, 수급 모두 청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 약달러로 시작한 트럼프 2.0
박 연구원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되고 달러인덱스는 1.20% 하락했다. 강달러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빗나갔으며 4Q24 동안 미국의 강한 펀더멘털에 더해질 트럼프 정책 경계감 때문에 달러인덱스가 10% 가까이 상승한 것과도 상반된다"고 밝혔다.
그간의 강달러가 선반영이자 과잉근심이었던 셈이라고 했다.
달러인덱스가 110 이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이라고 밝혔다. 4Q24 중 주요 통화 순매도는 이미 역사적인 수준까지 누적됐다는 것이다.
그는 "때문에 추가 강달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1)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웃도는 미국 경제지표가 발표되거나 2)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보다 더 강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모두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우선 매크로 측면에서 미국 4Q GDP는 2.3%(QoQ saar)로 발표돼 예상치(2.7%)를 하회했으며, 미국 1월 ISM 서비스업 PMI 또한 52.8로 예상치(54.2)보다 낮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PMI가 예상을 상회했을 때보다 외환시장 변동폭이 컸다(50.9 vs. 예상 49.3)고 밝혔다.
미국 CITI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기준(0)은 상회하나, 수치가 하락해서 유로존 지수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게다가 트럼프는 일관되지 않은 정책을 발표해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돌발적으로 정책을 발표하고 단기적인 실행력이 강한 데 반해,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경기 개선 효과가 미미하여 지속성은 낮다고 평가받는다"면서 "관세 정책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은 변동성만 확대되었을 뿐, 강달러 대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달러의 가장 큰 매도 이유가 고밸류 부담이기 때문에 대안으로는 대표적인 저밸류 통화인 엔화가 매수됐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취임한 후 엔화는 달러대비 3.23% 절상되었는데 이는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절상률"이라며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2024년 12월 실질실효환율은 67.64로 달러인덱스 구성 통화 중 압도적으로 낮았다 "고 밝혔다.
그는 "게다가 매수에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까지 부각됐다. 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일본의 임금-물가 간 선순환 관계 정착을 가리킨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12월 명목임금상승률은 4.7% YoY, 실질임금상승률은 3.9% YoY로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돌고 12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보더라도 명목 2.6% YoY, 실질 2.0% YoY를 기록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4일에는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 상태라고 언급하여 추가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엔 절상은 엔 캐리 청산 아니다...엔 캐리를 이해하는 법 - 메리츠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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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