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1월 기준금리 인하를 쉬면서 2월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이달 이후가 관건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당시 한은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통위원들이 모두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었다.
한은은 1월 회의 당시 10월, 11월 금리 2차례 금리 인하 효과나 대내외 불확실성 점검 등을 위해 금리를 동결하는 게 낫다고 봤지만, 대신 머지않은 시간에 금리를 더 내리겠다고 언지를 준 상태다.
시장은 2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장 이달 기준금리 인하 자체보다 한은이 향후 얼마나 높은 강도로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 1월 의사록과 2월 금리 인하 기대
전날 오후 4시에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머지 않은 시간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5:1(총재 제외)로 동결했지만 동결을 주장했던 사람들도 국내외 정치, 경제적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하 타이밍을 잡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a 금통위원은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 미 연준의 금리 결정, 국내외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조금 지켜 본 후 추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b 위원은 "국내 정치 상황,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c 위원은 "향후 3개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간의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와 추가 금리인하 시의 득과 실을 판단해 나가면서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d 위원은 "향후 불확실 요인들의 전개 상황 및 영향, 지난해 10월, 11월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e 위원은 " 현 시점에서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활용 가능한 정책조합 수단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점검하고 유연하고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금리 동결에 찬성했던 금통위원들도 대체로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하 소수의견을 남겼던 신성환 위원은 "통상적으로 국내 금리 조정에 따른 내외금리차 변동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대외 요인에 비해 작게 분석된다"면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높은 환율이 문제이긴 하지만 1월에 한 텀을 쉰 만큼 이번달엔 다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추가로 얼마나 더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시장에선 대부분이 2월 금통위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후 얼마나 더 내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2.5%가 최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 증권사 중개인은 "투자자들의 인하 대 동결 전망이 7:3이나 6:4 정도 되지 않나 싶다"면서 "기준금리 최종을 2.5%로 보자면 장이 좀 밀려야 할 듯해서 2.25%가 현재로선 최종에 대한 기대치"라고 평가했다.
C 증개인은 "2월 금리 인하 전망이 확실히 많긴 하지만, 예컨대 9:1 정도로까지 압도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 물가와 환율 등 감안해 추가인하폭 보수적으로 보기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높은 환율 수준과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2월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것이 '마지막 인하'라는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이날 개장 전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2.2%로 높아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 1.3%를 기록한 후 11월 1.5%, 12월 1.9%에 이어 상승폭을 확대했다. 물가상승률 수치는 작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3일 다시 1,470원을 넘었다가 지금은 1,450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크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커 하향 안정을 자신하긴 어렵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환율과 물가, 금리가 모두 엮여 있기 때문에 한국이 현재의 3% 기준금리를 많이 내리긴 어렵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어제 나온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경우 환율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면서 물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지고 기대와 달리 금융여건과 성장에 긴축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면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이미 2월 금리인하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추가 인하 속도와 횟수라고 했다. 다만 한은은 추가 인하에 보수적일 것으로 봤다.
임 연구원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화도 동조화되면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물가 우려도 생각보다 높아졌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69%로 시장 예상치을 웃돌았고 핵심도 0.49%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는 "2월 금통위에서 인하를 단행하게 된다면 시장은 추가 인하를 고려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이 경우 채권 시장의 무게중심은 금리인하에서 추경 등 수급으로 이동하면서 금리는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이달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이후엔 최소 추가 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감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점들도 적지 않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경기 우려가 워낙 크다보니 2월 금리 인하는 일단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에 인하를 하면 환율과 물가에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어 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는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3월 금리동결도 당연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쪽에서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이달 인하 뒤 추가 인하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한은의 물가경계감 크지 않다...경기 관건이라고 본다면...
1월 물가상승률이 2%대로 올라왔지만 통화당국은 향후 물가 상승률이 크게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1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상승하면서 당초 예상대로 전월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근원물가는 2%를 소폭 밑돌며 안정된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둔화흐름을 보이고 이후에는 목표수준 근방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는 헤드라인 물가상승률이 2%대로 올라섰지만 추세적인 물가가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물가 불안요인 발생시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기재부는 "국제유가 변동성,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주요 식품원료 할당관세, 농축수산물 비축·방출 등 먹거리 물가안정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요 품목별 물가동향을 지속 점검하고 가격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대응방안을 신속히 강구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물가가 크게 뛰기 어렵다면 여전히 통화정책의 중심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끄는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가 관건이란 인식도 강하다.
채권 롱을 보는 쪽에선 이날 물가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왔지만, 한국경제 상황이 꼬여버려 금리를 아낄 때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지금은 한은이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라 금리 인하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때"라며 "기준금리 50bp 인하나 다시 연속 인하 등 과감하게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의사록과 2월 금리인하 관점...관건은 추후 인하 강도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기재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의사록과 2월 금리인하 관점...관건은 추후 인하 강도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의사록과 2월 금리인하 관점...관건은 추후 인하 강도
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한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의사록과 2월 금리인하 관점...관건은 추후 인하 강도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