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국은행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에 추경논리 구하는 정치권...한은, '시기'는 야당·'규모와 내용'은 여당으로 포지셔닝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조만간 권성동 여당 원내대표가 한국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금리, 환율 등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현안을 논의한다.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원내대표, 송언석 기재위원장, 박수영 기재위 간사 등이 중앙은행을 방문한다.
한은에선 이창용 총재, 유상대 부총재, 채병득 부총재보, 이지호 조사국장, 윤경수 국제국장 등이 이들은 접견한다.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변수에 대한 한은의 얘기도 듣겠지만, 정치권은 최근 한은을 통해 자신들의 추경 논리를 정당화하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탄핵 사태 이후 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중앙은행을 찾아오는 등 '한은을 활용한 정치'도 이어지는 중이다.
■ 민주당, 한은도 찬성한 '조기 추경'...전국민 25만원 지급 '양보 의사' 보이며 구슬리기도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12.3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달 10일 한은을 방문해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당시 정태호 간사 등은 "재정을 확장적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에 이창용 총재도 긍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한은도 조기 추경을 원한다'면서 조속한 추경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기재위는 30조원 이상의 충분한 추경 조기 편성 목소리를 다시 높였다.
지난 20일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2025년 정부 예산은 2024년 대비 2.5% 증가에 그쳤다. 경기 부양과 민생 지원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재정 정책 기조 역시 긴축에서 적극 재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올해 침체된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한은이 계산한 '비상계엄 역효과'를 홍보하는 동시에 한은도 찬성하는 '확장재정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계엄 충격으로 실질 GDP가 6조3천억원 증발했다고 한다. 가구당 약 50만원 정도에 해당한다"면서 "지역화폐 예산 확대로 골목경제를 살리고 위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쪽에서 '1분기 적극적 재정집행 후에 추경을 논의하자'고 했지만 야당은 당장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당 쪽에선 현금지원 25만원에 대해 양보할 수 있다는 '떡고물'까지 던지면서 여당과 정부를 구슬리는 중이다.
이날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상목 권한대행은 민주당이 25만원 전국민 지급을 고수하고 있어서 추경에 부정적인 모양"이라며 "우리 민주당은 추경의 내용, 또는 민생 회복 지원금 25만원에 대해서 범위와 관련해서 타협을 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핑계 대지 말고 추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 여당, 지역화폐·전국민 25만원 지급은 미래세대에 대한 '죄'...추경은 나중에
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이날 오후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국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발의했다.
지역화폐에 대한 국가 보조 의무화 법안을 계속 내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를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 추경 등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부 재정으로 지역화폐를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21일 "'이재명표 지역화폐'는 부모 세대가 지금 당장 푼돈을 끌어 쓰겠다고 미래 세대에게 수십조 원의 빚을 만들어 떠넘기는 ‘최악의 죄’로 반드시 저지·폐기돼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전국민에게 25만원씩 주면 13조원의 재정이 든다.
사실상의 국민세금으로 국민 모두에게 그냥 주는 이런 돈은 재정 승수효과가 낮다는 게 경제학자들 다수의 견해다.
국민의힘이 지역화폐를 앞세운 민주당의 추경 등엔 반대하지만, '적당한 시기에 하자'는 입장이다. 즉 1분기엔 예산 조기집행에 힘을 쏟은 뒤 추후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만나 추경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 정책위의장은 "현재는 추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야당 정책위의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여당 관계자들이 한은 총재를 만나 의견을 나눈다.
■ 한은이 원하는 추경...시기는 민주당, 규모와 내용은 국민의힘
한은 총재는 추경에 대해 '조속히 하되 적당한 규모로 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주 15일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의 입장은 지금 (추경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고 정치적인 이유 이런 것을 통해서 GDP 갭도 늘어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통화정책 외에도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이 얘기하는 30조원 이상의 규모와는 거리를 뒀다.
총재는 "성장률이 지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한 0.2% 정도 떨어졌다면 그 정도를 보완하는 규모로 추경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성장률을 0.2% 정도 올리려면 15조에서 20조 정도 규모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면서 최근 중앙은행의 입장을 상기시켰다.
그는 "잠재GDP 수준으로 올린다든지, 아니면 GDP갭을 줄이는 그런 정도의 규모로 했으면 좋겠다.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총재는 그러나 '전국민 대상 현금지원'은 반대하고 있다.
총재는 "추경이라는 것은 재해라든지 일시적으로 경기순환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쓰는 내용은 일시적이면서 타겟해서 해야 된다"고 했다.
한은이 생각하는 추경의 시기는 '민주당' 쪽에 가깝고 규모와 내용은 '국민의힘'에 가까운 것이다.
한은의 한 직원은 "추경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를 통한 대규모 추경같은 것은 사실 꺼내선 안 된다"면서 민생이 어렵다는 핑계로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에 길을 터줘선 안 된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