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미국 백악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취임 첫날 '트럼프 맛보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국내 금융시장 투자심리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문에서 시장의 '예상보다' 약한 듯한 관세정책을 제시하자 시장 일각에선 환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만만치 않은 메시지를 멕시코·캐나다(2월부터 25% 관세 가능성)에 던지자 제3의 국가 금융시장도 긴장하는 등 변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역시 트럼프다. 등장하자 마자 시장심리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가 제시한 핵심 의제들...전매특허 같은 상대방 '헷갈리게 하기' 전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경제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국경 강화, 친환경 정책 폐지, 그리고 관세 부과다.
국경 강화 문제는 인건비를 높여서 인플레를 부를 수 있다. 친환경 정책을 버리고 화석 에너지로 갈 경우 해당 섹터들에 큰 영향이 갈 수 있다.
관세 부과는 물가를 올릴 수 있으나 어느 정도의 속도와 강도로 이 정책을 끌고 갈지가 관건이었다.
트럼프는 연설문에선 관세에 대해선 꽤 미지근한 발언으로 사람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렸으나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2월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트럼프 특유의 '상대를 헷갈리게 만들어라'는 전술이 처음부터 등장한 느낌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일부러 거짓말과 과장된 표현, 친근한 수사 등을 활용해 상대의 허를 찌르길 좋아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바 있지만 이런 전략들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정신나간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역시 트럼프가 애용하는 전략일 만큼 트럼프는 교묘한 수완가다.
이날 트럼프는 관세에 대해 덜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금리, 달러인덱스 하락을 이끄는 듯 했으나 기자들을 백악관에 부른 뒤엔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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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채권 모두 헷갈려
이날 주식시장에선 예상보다 약한 관세 관련 스탠스 등으로 주가가 반등하다가 다시 긴장해야 했다.
주가지수는 속등 출발 뒤 장중 약세로 전환한 뒤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장 초반 순매수하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트럼프가 관세에 대한 의욕을 보이자 급히 팔면서 지수를 누르기도 했다.
산업별로 희비가 갈리기도 했다. 트럼프가 친환경에서 탈피하는 신호를 보면서 2차전지 관련주에 대한 하락 압력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트럼프 성향을 감안해 이미 상당부분 반영돼 있긴 했지만 조선, 방산, 원전 관련 종목들이 다시금 트럼프 기념 축포를 쏘기도 했다.
트럼프가 미국의 산업과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어떤 강도로 타국을 압박할지 관건이란 평가도 보인다.
트럼프가 정책의 물가 파급력 등을 따져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게임을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는 연설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물가 안정을 위한 화석 연료 에너지 생산 확대' 등을 거론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잔존하나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성장 하방과 물가 상방 위험을 감안하는 모습"이라며 "따라서 이 부분 영향이 적은 반이민 정책, 이 부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화석연료 중심 정책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정책은 물가 영향을 감안해 세분화해서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트럼프는 물가 불안 완화가 가능한 구간부터 고관세 정책을 점진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시장에서 트럼프 기념 축포가 너무 강해 의아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자율 시장은 그간 트럼프 트레이드가 기본적으로 금리에 비우호적이지만, 연준 압박을 통해 저금리를 추구할 것이란 점도 감안해왔다.
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트럼프 트레이드의 기본은 달러강세, 금리상승"이라며 "하지만 이 부분이 이미 꽤 반영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정책 강도에 따라 우려의 되돌림이 나타날 수도 있고, 우려가 재강화될 수 있어 양쪽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트럼프 트레이드, 기본으로 돌아가자?
이런 가운데 트럼프 트레이드의 '기본'으로 돌아가 물가와 금리 상승을 감안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트럼프가 어떤 강도를 관세를 부과할지, 또 미국의 재정적자가 어떤 수준으로 늘어날 지 애매하지만 기본적으론 금융시장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보인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미국 국채금리는 미래 불확실성 고조에 따른 기간 프리미엄 확대, 관세·이민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 재정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상방 위험이 더 크다"면서 "미 국채금리는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높은 기간 프리미엄과 리스크 프리미엄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장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관세 인상 대신 일부 국가 또는 품목에 점진적 인상을 가정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에 0.3%~0.9%p의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면서 "관세 정책의 강도 뿐 아니라 기업 관세 부담의 소비자 전가 비중, 달러화 강세폭, 상대국의 보복 관세 여부 등에 따라 전망의 편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부채 문제와 관련해선 올해에도 작년($1.8조) 수준의 재정적자와 미국채 순발행이 예상된다. 감세안이 만료되는 연말로 갈수록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내년 국채 입찰 규모가 증액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관측했다.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이 힘을 받으면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지만, 생각만큼 내려오지 못할 금리가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헤지펀드 업계 대표선수 중 하나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트럼프 복귀로 투기적 열기가 되살아나고 기업 낙관론이 강화됐다"면서 "단기적으로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나 그 효과에 대해서도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드러켄밀러는 "미국은 재정문제가 있고 세수가 필요하다. 관세는 단순히 외국인이 일부를 지불하는 소비세일 뿐"이라며 "위험은 보복관세지만 우리가 10%대에 머무는 한 보상에 비해 위험은 과장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