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15일 "미국이 역금융장세, 한국이 금융장세를 성격을 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정 연구원은 "트럼프 2.0 시대 리플레이션 플레이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지난 8일 폴 크루그먼은 현재 장기 금리에 나타나고 있는 'Insanity Premium'을 지적했다"면서 "연준은 작년 9월 FOMC 이래 기준금리를 100bp 인하했는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그날 이후 100bp 가량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연준 인하 사이클에서 이 정도의 가파른 장기 금리 상승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장단기 금리차 확대의 주요 동인은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이다. 채권투자자들은 트럼프 2.0 시대 재정지출 확대 및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을 진지하게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보좌진이 국가·경제 안보에 핵심적인 특정 분야 관련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트럼프 관세가 당초 계획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보도하자, 트럼프는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한 바 있다.
또 트럼프는 캐나다 합병, 그린란드 침공, 파나마 운하 점령, 멕시코만의 걸프 오브 아메리카 개칭을 요구하는 듯한 기자 회견을 열기도 했다. 또한 보편적 관세 부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 경제 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모두가 우려하는 미친 일들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규모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은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중국 등에 대한 고율 관세는 수입물가 상승, 불법이민자 추방은 노동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1월 미시간대 1년 기대 인플레이션 예비치는 3.3%로 202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은 1번이 컨센서스이며, 동결 예상 역시 30%까지 증가한 상태"라고 밝혔다.
1월 20일 트럼프 취임 이후 한 달 정도는 공약 현실화 여부를 타진하는 시기로, Reflation 기대가 우세할 것으로 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식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 부근이라는 사실을 가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전통적인 버블 판단 지표인 CAPE(Cyclically-Adjusted Price Earnings Ratio, 인플레이션을 적용한 현재의 실질 주가/최근 10년 평균 주당 순이익)는 37.0배로 장기 평균치인 17.6배의 두 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CAPE가 높으면 향후 장기 실질 수익률은 낮은 경향이 있으며, CAPE가 낮으면 그 반대다.
1월 초 CAPE의 역수(1/37배 = 2.70%)에서 10년 실질 금리(명목 금리 4.58%-인플레이션 3.04%=1.54%)를 차감한 '초과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Excess CAPE Yield, ECY)'은 1.17%라고 밝혔다. 이는 역사적 평균 4.62%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CY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1929년 7월~10월, 1930년 1월~9월은 대공황, 1936년 10월~1937년 3월은 소위 '불황 안의 경기후퇴', 1999년 5월~2000년 11월은 닷컴 버블 붕괴 전야였다고 했다.
ECY가 0에 근접했던 1968년은 베트남 전쟁 중 북베트남의 '테트 대공세(구정 대공세)', 마틴 루터 킹 암살,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 암살, 홍콩 독감(H3N2)의 유행으로 미국에서 정치·인종·보건 위기가 동시 발생한 해라고 설명했다.
그는 "즉 물가 이상의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식 기대수익률이 추가로 위축될 경우 미국 주식 추가 매수보다는 차익실현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세 및 트럼프 트레이드에 따른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는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달러 강세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 전통적인 투자 사이클 공식을 적용하면, 미국 채권시장은 현재 Bear Steepening → Bear Flattening 구간, 주식시장은 실적이 개선되는데 금리가 비우호적으로 변화하는 실적장세 → 역금융장세 구간 속에 있다"고 풀이했다.
경험적으로 주가와 금리가 함께 올라 주식과 채권 가격의 방향성이 다를 때 결국 채권시장이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실적장세에서 역금융장세로 이동하며 주가 하락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미국 주식시장은 해외 매출 비중이 가장 높고 작년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IT 업종에서 인플레이션 민감 자산, 또는 내수주로의 색깔 변화를 고민할만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하단 수준이다.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이익 추정치가 빠르게 하향조정되며 역실적장세에 진입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는 심각한 내수 부진의 반대급부로 정부 재정 조기 집행, 추경, 한국은행 금리인하 등 완화적 정책이 기대된다"면서 "정책 강도에 따라 금융장세에 진입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경우 채권시장은 단기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Bull Steepening 구간으로 미국과 차별화된다. 트럼프 당선 이후의 가파른 원화 약세는 한국에 부과될 수 있는 10~20%의 보편관세를 상쇄시키는 효과가 있어 수출주 실적에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에 동조하는 주요국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중국으로 이분화되고 있으며, 한국은 중국 그림에 좀더 가깝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