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의 최중경 국제투자협력대사와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 접견 모습
(장태민 칼럼) 정치가 가하는 국가신용등급 하락 압력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12.3 계엄사태 이후 곧바로 계엄이 해제된 뒤 해외 신평사들은 한국 정부의 '질서있는 사태 수습 필요성'을 거론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가 국내외 투자자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지만, 많은 이들은 '선진국' 한국이 법에 따라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정치적 혼란이 해결되지 않고 한국이 경제정책과 관련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이를 우려하는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정치가 경제를 억압하는 모습을 보면서 해외 신평사들도 한국경제에 대한 의심스러운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했다.
■ 계엄이란 본헤드 플레이 이후 '괜찮았던' 한국경제 신용관리 대응
계엄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최상목 부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자 등을 향해 '한국은 괜찮다'는 메시지를 조속히 발신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으니, 한국 정부와 중앙은행으로선 어쩔 수 없이 홍보에 좀더 시간을 들여야 했다.
최상목 부총리는 계엄 당일인 12월 3일 11시40분 한은 등 금융당국 수장들을 모아 F4 회의를 했다. 당시 외환시장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장 관리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후 금융당국은 매일 회의를 연 뒤 대내외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과대할 경우 시장안정 조치를 취한다'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했다.
한은과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24시간 비상 점검 태세에 돌입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알렸다.
해외 신평사들도 한국 당국의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후 최상목 부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경제를 위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기도 했다.
최 대행은 여당과 야당 모두의 비판을 받으면서 헌법재판관 2명(3명이 아닌 2명)을 임명했다.
당시 최 대행은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정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한은 총재 역시 '최 대행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중앙은행 총재는 신년사 등을 통해 "정치 갈등 속에 국정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어 국정 사령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례적인 메시지를 내야 했다.
■ 최상목 대행의 계속되는 해외 신용평가사 홍보와 평판 관리
2025년으로 해가 바뀐 뒤 최상목 대행은 지난 9일 해외 신평사 고위 인사들과 화상 면담을 실시했다.
계엄사태가 커진 뒤 12월 12일에 이어 다시 면담을 한 것이다. 면담의 목적은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오해를 막고 정부의 대응 방향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최 대행은 당시 "한국의 헌법과 법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이라며 "경제 분야와 비경제 분야를 아울러 한국의 모든 국가 시스템은 관계부처 협의 하에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외환시장이 비상계엄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재정·금융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 민생 법안들의 신속 처리, 민생 안정 및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원활한 실행 등도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평사들은 일단 정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 대행은 또 최근 자신의 기재부 선배들인 국제통 'OB멤버'들을 활용해 한국경제 알리기에 나섰다.
최종구·최중경 등 국제금융 파트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을 국제금융협력대사, 국제투자협력대사 등에 앉힌 뒤 이들이 가진 해외 인맥을 활용해 적극적인 대외신인도 관리에 나서기도 한 것이었다.
■ 3대 해외신평사, 한국 신용등급에 대해...'아래로 열린 텍스트'
해외 신평사들은 계엄사태 이후 한국 금융당국의 초기 대응에 대해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혼란이 말끔하게 수습되지 않자 다소 우려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이 과연 정치적 위기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드러낸 것이다. 신평사들은 동시에 한국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정책이 힘을 받을지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
지난 9일 최상목 대행과의 면담에서 3대 해외 신평사들은 현재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은 토를 달았다.
당시 신평사 3사는 "정치 불안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무디스와 S&P는 또 "한국에서 정치 위기가 계속되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피치사는 12일 "한국에선 정치적 교착상태로 재정지출을 늘리라는 요구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는 한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악화시켜 중장기적인 국가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 혼란이 장기화되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커지고 이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당장 해외 신평사들이 한국의 등급 강등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 혼란이 지속되거나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 국가 신인도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 한국 정치권은...'신용등급' 우려 거론하면서 상대방 양보 요구
정치권에선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와 야는 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면서 상대방의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정상적인 법 체계가 가동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선 계약을 꺼릴 수 밖에 없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정치 입문 전 외국인 투자 부문에서 일을 많이 했다. 국제 투자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예측 가능성"이라며 "한국의 대외 이미지는 12.3 계엄령으로 추락했다가 국회가 바로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하고 국민들이 평화롭고 질서 있게 저항해서 국제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나 "민주주의 회복력이 극찬을 받으면서 회복하는 듯 했지만 1월 들어서 무법적인 상황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리스크라는 악재가 다시 부상해서 우리 대외신인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가면 오는 2월 들어 무디스 등 많은 신용평가사가 한국에 대해서도 대외신인도를 재평가할 때 신용등급 하락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여와 야는 서로를 향해 '법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신용등급이 강등될 경우 상대방에 책임을 지우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현재 여와 야가 추경 '시기' 문제로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무분별한 포퓰리즘이 한국 신용등급의 강등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민주당이 또다시 지역화폐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목적은 지역화폐를 통한 현금살포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머릿속에 온통 대통령선거 플랜 뿐 국가 경제에 대한 고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로지 이재명 대표의 지역화폐 포퓰리즘 공약을 위한 ‘이재명의 대선용 추경’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함께 역대 최고 수준의 예산의 조기집행을 통해 경제 상황을 점검한 후 선제적으로 추경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박수영 의원은 같은 날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며 "국가신인도를 떨어트려 경제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수사권 없는 공수처의 불법체포쇼"라고 말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거부 등이 한국경제의 신뢰를 떨어뜨려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작용하는 중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반면 여당에선 '계엄'으로 건수를 잡은 민주당이 점령군 행세를 하면서 대통령의 방어권을 제약하고 추경을 남발하려고 해 국가신용등급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걱정하는 중이다.
한편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전반적인 자금조달에 있어서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고,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신뢰·거래기회 상실에 직면할 수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