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중국 CPI 23개월 연속 1% 밑돌아..디플레이션 고착화 재확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중국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비 0.1% 상승하면서 23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12월 CPI는 전년비 0.1% 올라 예상치(+0.1%)에 부합했지만 11월(+0.2%)보다 둔화됐다.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비 2.3% 하락해 2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예상(-2.4%)은 상회했다.
코스콤 CHECK(6316)에 따르면, 작년 2월 중국 CPI는 전년비 1.0% 상승해 예상(1.9%)을 대폭 밑돌았다.
이후 하락세를 지속해 올해 1월 들어서는 전년비 0.8% 하락하면서 네 달째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4개월 연속 CPI가 마이너스에 머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진 바 있다.
중국 전년비 CPI는 올해 2월 들어서 0.7% 상승으로 전환했지만 1%를 밑도는 저물가 기조는 재작년 2월부터 작년 12월까지 23개월째로 장기화되고 있다.
작년 중국 CPI는 2023년 대비 0.2% 상승에 그치며 2024년 초반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했던 1.1% 상승에 훨씬 못 미쳤다. 작년 PPI는 2023년 대비 2.2% 하락했다.
다만 중국 정부에 고무적인 신호는 근원 CPI가 전년 대비 0.4% 상승으로 3개월째 상승세를 보이며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것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고, 유로존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는 등 다른 주요 경제국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중국 당국이 우려하는 것이 고착화된 디플레이션이 가계 지출을 더 오랜 기간 억제하고 기업 수익을 크게 훼손함으로써 투자를 억제하고 추가적인 급여 삭감과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증시는 데이터 발표 후 손실을 줄였고, CSI 300 지수는 전날 0.5% 하락한 후 거의 변동 없이 거래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동리좐 수석 통계학자는 "12월 소비시장은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식품 가격이 전년 대비 0.5% 하락한 것이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며 "PPI 하락은 원자재 가격 변동과 일부 산업의 계절적 둔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의 중국 인플레이션 수치는 경제 전반의 물가를 더 광범위하게 측정하는 GDP 디플레이터가 7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들은 6일 보고서에서 "GDP 디플레이터는 2025년에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1960년대 초 이후 최장 기간의 마이너스 기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12월 물가 부진은 9월 말 이후 강화된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중국경제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추가 부양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해 새해 들어 다시 신뢰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디플레이션 위험에 맞서기 위한 지원책을 신속하게 내놓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주석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최소 10년 만에 두 번째로 올해 소비와 내수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들은 올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공공 차입과 지출, 통화 완화를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은 소비자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산업 장비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금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8일 올해 전자 정보 및 작업 안전과 같은 부문의 기업이 지원을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정부는 경제를 부양하고 침체된 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장기적인 싸움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소시에테 제네랄 SA의 미셀 램 중화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물가를 보면 경기 부양책에 나선다고 해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택 및 서비스, 의료와 같은 품목에서 다소 광범위한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중국인민은행의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 통화 완화에 찬성하는 논거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성장 지원과 위안화 가치 하락 둔화라는 중앙은행의 상충되는 목표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
인민은행은 앞서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은행의 필수 지급준비율을 낮춰 대출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정책을 더 완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민은행은 4일 연례 업무 회의를 요약한 성명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출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홍콩 ING은행의 린 송 이코노미스트는 "CPI 발표가 인민은행의 추가 완화 정책의 주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올해 추가로 정책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에 유리한 데이터 포인트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