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1-09 (목)

(장태민 칼럼) F4와 계엄 '쪽지'

  • 입력 2025-01-08 15:4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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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8일 아침 "F4 회의에서 비상계엄 관련 쪽지 내용을 논의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야당이 12월 3일 '그날 밤' F4 회의에서 모종의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각종 언론들은 7일 오후 그 가능성을 보도했다.

급기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아침 '해명자료'를 냈다.

■ F4, 우리 회의는 '쪽지'와 무관하다

한은 총재 등 금융당국 관계자들 이날 아침 관계기관 합동 자료를 발표했다.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은 이날 "12월 3일 밤 긴급하게 모인 F4 멤버들은 당일 회의에서 1)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발생한 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긴급안정 방안과 2) 다음날 주식시장 개장 여부 등을 우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해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시장 안정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시장 안정 목적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각 기관은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추가 시장안정 조치를 마련하여 오전 7시에 다시 F4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자들은 "F4 회의에서 비상계엄 관련 쪽지 내용을 논의했다"는 등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며, F4 관계 기관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며 금융·경제 안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계엄사태 후 지난 12월 1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국회에 나가 '쪽지'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당시 부총리는 "(대통령 쪽에서 받은) 종이는 직원(차관보)에게 주고 (정신이 없어 한참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내용은 비상계엄 상황서 재정자금 확보 등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부총리는 17일에도 국회에 출석해 그 문제의 쪽지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황이라고 했다.

당시 부총리는 "정확한 단어는 생각이 안 나는데, 재정자금 확보 이런 얘기였다. 그 외에는 문서(를 자세히) 못 봐서 그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F4는 쪽지와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였다.

최 부총리가 쪽지를 건네준 윤인대 기재차관보도 "대통령 쪽지는 수사기관에 원본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건 보시면 알 것"이라고 했다.

윤 차관보는 "듬성듬성 몇 자 안 됐다"고 말했다.

■ 전직 금융시장 종사자가 건넸다는 예비비 위한 쪽지?

야당은 그러나 '계엄을 위한 예비비 관련 내용'을 물고 늘어졌다.

일부 야당 의원이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이 준 것 아닌가"라고 하자 최상목 부총리는 "기억이 안 난다. 당시 경황이 없었고 쪽지는 관심사가 아니었다"고 했다.

김동조 비서관은 삼성증권 채권 애널리스트 등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야당 의원들은 계엄을 위한 자금, 즉 예비비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서 부총리를 압박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이 '쪽지'는 계엄용 예비비 마련용으로 볼 수 밖에 없을 듯하다고 하자 최상목 부총리는 "계엄상황에 대해 재정자금을 확보하라는 의미가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쪽지 논란은 해가 바뀌어서도 그치지 않았으며, 결국 F4 회의에서 '우리와 관련 없다'는 발표를 해야만 했다.

■ F4 발표 후에도 야당의 거센 공세...이젠 자제할 일은 자제해야

이날 F4 회의 관계자들이 '쪽지 의혹에 대한 해명'을 했지만 야당의 공세는 이어지는 중이다.

이 발표 이후에도 야당에선 쪽지에 대한 의심을 굽히지 않았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최상목 대행이 대통령 지시문을 '쪽지'라고 가볍게 얘기했다. 평생 문서로 일한 최상목이 대통령이 준 문서를 안 보고 부하에게 줬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최상목 부총리가 계엄을 위해 유동성 무제한 공급을 발표했던 건 계엄을 뒷받침한 것"이라며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윽박질렀다.

사실 전날 '내란 국정조사 특위'에서 여당 의원들은 이창용 한은 총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전날 "F4 회의에서 계엄 관련 자금줄 마련 의혹이 있다. 증인으로 이창용 한은 총재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엄청난 범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막무가내 식으로 모두를 의심하고, 모든 일을 정치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들도 나오는 중이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그래도 F4에서 계엄용 유동성 공급을 결정했다고 하는 건 너무 나간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다른 직원은 모든 일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짜 맞춰선 안 된다고 했다.

"우선 정확히 말하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충분한' 유동성 공급입니다. 언론 등 사람들이 너무 자극적인 단어를 써 다분히 공격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한은 등 금융당국은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봐 달라고 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지금 모든 게 의심스러울 것이고 그래서 한번씩 짚어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한은은 정치적 사건, 경제적 사건 등 시장 충격 요인이 발생했을 때는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차원에서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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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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