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2-23 (월)

(장태민 칼럼) 7억 육박했던 서울가구 평균재산 6.5억 아래로...중앙값은 3억 밑으로

  • 입력 2024-12-23 13:1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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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가구의 재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가구의 순자산(자산-부채)은 2024년 3월말 기준으로 6억 4,7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6억 5,986만원)에 비해 1.9% 축소된 것이다.

서울 가구 평균 재산은 지난 2022년 3월 기준으로 6억 9,738만원을 기록한 뒤 두 해 연속으로 축소된 것이다.

서울 가구의 재산은 2020년과 2021년 집값 폭등 이후 7억원에 육박한 뒤 두 해 연속으로 줄어든 것이다.

서울인 재산 부동산 폭등기 지나며 감소...상층부보다 그 이하 감소율 더 두드러져

지난 2022년(3월말 기준)엔 1년만에 서울 가구 재산이 1년만에 8,100만원이나 급증한 바 있다.

2020년, 2021년 서울 아파트 값이 억 단위나 수 억원씩 뛰자 아파트 보유자를 중심으로 재산이 급증해 평균값이 대폭 올라갔다.

당시 아파트값이 뛰면서 '아파트 소유 유무와 보유 아파트 상품성'에 따라 자산양극화가 극심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2022년 미국 연준의 4차례 자이언트 스텝, 한은의 금리인상 등으로 국내 집값도 조정을 받았으며, 한국인들의 명목 재산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흐름은 올해 3월 통계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서울인의 다수는 '평균 재산'이 자신이 보유한 재산보다 크게 높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서울가구의 순자산 중앙값은 2억 8,320억원으로 3억원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2023년 3월말 기준 순자산 중앙값은 3억 110만원이었다. 1년 사이 중앙값이 5.9%나 축소돼 평균보다 축소율이 컸다.

'실상을 과대 평가하는' 평균보다 중앙값의 감소율이 훨씬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재산 격차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가구 재산의 Mean(평균)/Median(중앙값) 값은 2.28배로 1년 전 결과(2.19배)보다 높아졌다.

■ 201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서울 아파트 급등세 꺾였지만 재산격차 벌어진 이유

대략 서울의 거주 수단 중 아파트가 절반, 유주택 가구가 절반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과 중앙값의 '확대된 스프레드'는 쉽게 납득이 된다.

2021년까지 이어진 서울 아파트값 폭등은 아파트 소유자와 '그 밖의 거주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의 격차를 크게 확대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재산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런 서울의 '기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똘똘한 한 채' 효과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세금 강화와 다주택자·대출 규제라는 부동산 거래의 틀을 잡은 뒤 윤석열 정부도 이 정책을 승계했다.

이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빠지고 오히려 올해 2021년 시점의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비싼 아파트가 더 비싸지는 모습을 보인 데 따른 것이란 주장도 보인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부동산에 종속될 수 밖에 없는 서울인들(한국인들)의 부(富)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내에서도 상급지와 하급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습니다. 똘똘한 한 채 정책이 문재인 정부 때부터 장기간 지속되면서 상급지 아파트는 계속해서 오르거나 떨어지는 데 한계를 보였습니다. 올해도 보면 강남, 서초, 송파 등의 가격이 뛸 때 서울 변두리 지역은 오히려 하락하는 등 정부 정책이 결국 부의 격차를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엔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도 월세는 고공행진을 보였다. 이 공인중개사는 정부 정책이 주택 거래 부진을 부추겨 내수경기를 위협하면서 자산 양극화엔 더욱 힘을 모아준다고 진단했다. 이 중개사 역시 과거 한창 좋을 때의 거래량을 구경한지가 까마득하다고 푸념했다.

"문재인 때의 규제가 윤석열 때도 유지됐습니다. 올해 거래가 좀 늘어나자 정부가 다시 집값 급등이 겁나 대출 규제를 동원해 거래를 줄여버렸습니다. 과거 평상시 좋을 때의 거래량이 옛날 얘기처럼 까마득합니다. 이러니 내수가 좋아질 리도 없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을 겁니다. 이젠 그마나 서민들이 싸게 살 수 있었던 전세까지 말살하려고 드니 월세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겁니다. 이미 월세는 급등해서 없는 사람들은 더 살기 힘들어졌지요."

서울의 거주 수단 중 아파트가 50%, 유주택 가구가 50% 정도라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 이후 집값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세금 인상이나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쓴 결과 서울 가구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자산 격차가 벌어진 데는 소득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소득을 모아야 자산을 키울 수 있으며, 소득 격차가 누적되면 자산 격차도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엔 고소득자들이 돈을 버는 속도와 금액이 중간 가구 전후의 가구보다 빨랐다.

우선 최근 1억원 이상 버는 고소득 가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졌다.

소득 5분위의 1년간 소득 증가율, 증가금액 모두 두드러져

이번 통계에 나타난 전국기준 2023년 가구소득의 구간별 분포를 보면, 소득 1천만원 미만이 4.6%(22년 5.2%), 1천 이상~3천 미만이 20.1%(21.6%), 3천 이상~5천 미만이 15.9%(16.4%), 5천 이상~7천 미만이 17.0%(17.3%), 1억원 이상이 22.6%(20.0%)였다.

작년보다 1억원 이상 가구의 비중이 2.5%p 이상 크게 늘어나 한국 가구의 소득이 전체적으로 커진 사실을 알 수 있다.

상대적인 소득의 증가 속도는 소득 5분위 배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를 보면 금액과 증가율 모두 고소득층의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더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5분위의 2023년 소득은 1억 6,602만원으로 작년(1억 5,598억원)에 비해 1,004만원 늘었다. 증가율은 6.4%였다.

이는 4분위(494만원, 6.1%)나 3분위(313만원, 5.8%), 2분위(202만원, 6.1%)보다 두드러지는 것이다.

하위 20%인 1분위는 증가율이 7.1%로 가장 높지만 증가금액은 100만원에 그친다.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는 사실상 공적부조(세금)에 크게 의존하는 모양새다. 1분위 가구의 가구소득 중 공적이전소득은 42.9%(646만원), 근로소득은 27.0%(406만원)를 차지했다. 반면 소득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가구소득 중 69.7%(1억 1,579만원)를 차지해 대조를 이뤘다.

한편 2023년 한국 가구의 평균소득은 7,185만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은 4,637만원으로 전년대비 5.6% 늘었고 사업소득은 1,272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5.5% 증가했다. 가구소득 중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4.5%, 사업소득 비중은 17.7%로 전년대비 0.4%p, 0.1%p 감소했으나 재산소득 비중은 7.8%로 1.3%p 증가했다.

서울은 격차 큰 도시...가구 재산 중앙값은 경기가 서울 웃돌아

한국 가구는 전체적으로 평균 4억 4,894만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자산은 5억 4,022억원, 부채는 9,128억원이다.

서울 가구는 평균 6억 4,707만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서울인의 재산은 전국 평균보다 2억원 가량 많다.

서울인들의 자산은 7억 6,173만원이며, 부채는 1억 1,466억원이다.

100가구 중 재산순위 50위에 해당하는 순자산 중앙값을 보면 전국이 2억 4,000만원, 서울이 2억 8,320만원이다.

서울과 지방의 중앙값(Median) 차이는 평균값(Mean)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인 셈이다.

서울보다 압도적으로 재산 중앙값이 높은 도시는 세종이다.

세종 가구들의 재산 중앙값은 5억 2,540만원으로 서울보다 2억 4천만원 이상 많았다. 하지만 평균 재산은 6억 2,399만원으로 서울보다 오히려 2,300만원 가량 적다.

즉 공무원의 도시인 세종 가구들은 평균적으로 재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지만, 재산 격차는 가장 적은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서울과 비교되는 경기 지역 가구의 재산 중앙값도 서울보다 컸다.

경기 가구의 재산 평균값은 5억 3,684만원으로 서울보다 1억원 남짓 적었지만, 중앙값은 3억 1,183만원으로 서울보다 3천만원 가량 더 많았다.

시도별 재산 평균값은 서울(6.5억), 세종(6.2억), 경기(5.4억) 순이지만 중앙값은 세종(5.2억), 경기(3.1억), 서울(2.8억)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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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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