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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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ated Policy Framework: 한국 통화정책에의 적용」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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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총재 이창용(2024.12.23.)
오늘 제 발표는 통화정책의 운용방식으로서 새로이 자리잡고 있는 통합적 정책체계(Integrated Policy Framework)를 소개하고, 이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2년 6개월간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 대해 들어온 비판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타겟팅(Inflation Targeting)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에만 주력하지 않고,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가격 등 물가 이외 변수까지 고려하면서 좌고우면하고 있다는 비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리 인상기와 인하기에 모두 조정 시기를 실기했다는 비판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2010년대 이후 IMF, BIS 등을 포함한 국제기구 및 학계에서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신흥시장국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보완하여 통합적 정책체계(IPF)를 채택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IMF는 2010년대 들어 통합적 정책체계를 받아들이면서 그간 인정하지 않았던 외환시장개입(FX intervention), 자본이동관리정책(CFM)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시기에 IMF 아태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오늘 이 자리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통해 한국은행이 통합적 정책체계를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 Ⅰ. 통합적 정책체계(Integrated Policy Framework, I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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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축통화국은 통화정책만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데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상황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자본이동과 환율의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 최종대부자 역할도 제한되어 있는 데 주로 기인합니다.
이에 따라 IMF, BIS 등 국제기구는 비기축통화국들이 다양한 정책수단들을 조합하는 통합적 정책체계를 활용함으로써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음을 분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전통적 정책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통합적 정책체계의 적용은 더욱 효과적입니다. 통합적 정책체계를 수용하면서 IMF는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자본이동관리조치와 외환시장개입도 정책수단으로 인정하는 등 정책수단의 범위를 확장하여 왔습니다.
IMF와 BIS는 통합적 정책체계 하에서의 가용 정책수단을 크게 통화정책, 거시건전성정책, 자본이동관리정책, 외환시장개입의 네 가지로 구분한 바 있습니다. 통화정책에는 금리조정, 유동성 공급 등이 포함되며, 거시건전성정책에는 LTV, DSR 규제 등 신용관리대책이, 자본이동관리정책에는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이 해당됩니다. 다만 IMF는 통합적 정책체계라고 해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정책공조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 Ⅱ. 통합적 정책체계(IPF)의 한국 통화정책 적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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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이러한 통합적 정책체계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적용했던 최근 두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2022년 하반기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했던 시기이며, 두 번째 사례는 금년 8월 정책금리를 동결했던 시기입니다.
사례 ① 2022년 하반기 금융·외환 시장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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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22년 하반기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했던 시기의 대내외 경제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충격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2022년 상반기부터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기 시작하였으며,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정책금리를 역사적으로 가장 빠르고 큰 폭으로 인상하는 등 긴축적 통화정책 운용을 지속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의 긴축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강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2022년 하반기에는 PF-ABCP 사태 등으로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되었고, 이에 따른 불안심리가 기업어음 및 회사채 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등 금융불안이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목표가 상충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대내·대외 부문의 정책조합을 모색하였습니다. 대내적으로는 물가와 금융불안에 분리하여 대응하였습니다. 먼저 높은 물가 오름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였습니다. 그러나 부동산PF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 때문에 시장금리가 정책 의도보다 크게 높아지고 채권발행도 위축됨에 따라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대출 적격담보 대상증권 포괄범위 확대, 비은행금융기관 대상 한시적 RP매입 등의 유동성 공급 조치를 실시하였습니다. 이러한 안정화 조치는 거시적인 통화긴축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 한시적이고 부분적인(targeted) 조치들이며,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담보를 징구하고 높은 금리를 적용하였기에 통화정책의 재정화 방지 원칙에도 부합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외부문을 보면, 한국은행은 2022년 10월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big-step(+50bp)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동시에 외환시장개입을 병행하는 정책조합을 실시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파생상품 시장의 규모가 작고 단기상품 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율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빨라질 경우 파생상품과 헷징 거래의 마진콜을 촉발하고, 이로 인해 국내금리 상승압력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 상승 속도를 조절하는 외환시장개입은 시장 참가자들이 기대 수준을 조정할 여력을 줌으로써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통화정책과 외환시장개입의 정책조합은 외환시장의 발달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경우 사용할 수 있는 IPF 적용의 좋은 사례입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 국면에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체결을 통한 외환수급 안정화에도 힘썼습니다.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을 통해 해외투자용 현물환 매입수요를 완화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연금도 환율이 이례적으로 상승한 시기에는 환 헤지를 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및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왑은 상호 도움(win-win)이 되는 전략이었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 급등시 연준과의 통화스왑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만 글로벌 여건이 연준과의 통화스왑 체결 요건을 충족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였습니다. 연준과의 한시적 통화스왑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첫 번째로, 국제금융시장에 글로벌 달러 유동성 부족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이러한 유동성 부족이 주요 신흥국 등의 금융·경제에 상당한 충격으로 작용하여야 합니다. 세 번째로, 이러한 충격이 미국의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에 지장을 주는 등 미국 금융·경제에도 부담(strains)으로 작용하는 역파급효과(spill-back)가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상황은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현재 미국은 캐나다, 영국, 유로지역, 일본, 스위스 등 5개국과 상시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를 포함한 호주, 브라질, 덴마크,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등 9개 국가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코로나19 시기 두 차례 한시적 스왑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FOMC 의사록(2008.10월) 등에 따르면 연준은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 유동성 부족 여부를 Libor-OIS 스프레드 등으로 판단하는데, 2022년 하반기에는 Libor- OIS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는 등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과거 미국과 한시적으로 통화스왑을 체결한 국가의 환율변동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원화, 호주 달러 등은 큰 폭 절하된 반면 브라질 헤알, 멕시코 페소 등 자원수출국 통화는 절상되는 등 환율 움직임이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 달러화 스왑 필요성에 대해 상이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2022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상회하는 등 단기간 급등하였으나, 이에 과거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4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외환보유액 수준과 국내 외환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환율 상승이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과거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상당한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있어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여력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거주자의 해외투자 증가로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순대외자산국으로서 대규모 순대외자산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순대외자산국으로의 전환으로 환율 상승시 부정적 대차대조표 효과에 따른 부도 위험(default) 혹은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크게 축소되는 등 국내 금융기관의 흡수 능력이 개선되었습니다. 아울러 단기외채 비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외채무의 질도 함께 향상되었습니다.
이러한 외환시장의 구조 개선 등에 힘입어 IMF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수준을 신흥국과 같이 정량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테스트, 전통적인 비율 지표들을 활용하여 정성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IMF는 2023년 이후 금융신흥국(Deepening Financial Market)을 대상으로 적용해온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IMF ARA 정량평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바 있습니다.
한편 국민연금이 기금적립액 증가 등을 이유로 꾸준히 해외투자를 확대해 옴에 따라 현재 거주자 해외투자에서 상당한 비중(2023년에는 69%까지 상승)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환시장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증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외환 순매입 확대로 지난 수년간 추세적으로 원화 절하압력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오고 있습니다. 반면, 앞으로 고령화 진전 등 인구구조 변화, 연금수급자 증가 등에 따른 기금감소기가 도래하면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국민연금의 외환 순매도로 원화 절상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전략 수립시 미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한 거시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 포트폴리오 전략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통합적 정책체계를 통화정책에 적용한 두 번째 사례로서 금년 8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의 대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물가가 안정세를 나타냄에 따라 통화긴축 수준을 조정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선진국은 우리나라에 앞서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등 정책기조를 전환한 바 있습니다. 특히 당시 연준의 pivot 기대도 한층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금리가 먼저 상당폭 하락하여 국내 금융여건이 선제적으로 완화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8월부터 그간 주춤했던 가계부채 증가세,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급격하게 가팔라지면서 금융불균형이 확대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민간소비 등 실물부문에서는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었지만, 금리인하가 부동산가격 상승과 금융불균형 확대를 부추길 우려가 커졌으므로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를 우선 요구하고 그 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여 8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하였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내수부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 것도 금리동결의 한 요인이었습니다. 금융불균형 확대는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신용공급이 늘어나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소비, 성장에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 및 금융기관의 부동산 편중이 여타국에 비해 과도하여 이를 적절히 완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8월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과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상승률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금융불균형이 완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지난 8월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증 압력의 완화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간 정책공조의 유효성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해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선진국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운용체계로 채택하고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의 중앙은행이라는 제약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함께 달성하는 데 선진국에 비해 한계가 크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외충격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등 정책목표 간 상충 가능성도 더 큰 편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타겟팅을 통해 물가안정을 주요 정책목표로 추구하는 동시에 금융안정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해 통합적 정책체계(IPF) 하에서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나갈 것입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