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19일 달러/원 환율 움직임과 최근 환율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시 인플레에 초점 맞춘 Fed와 성장으로 초점 옮긴 BOK...그리고 '환율' 문제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FOMC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스탠스를 취하면서 글로벌 금리가 뛰었다.
국내는 전날 막판 한은의 물가설명회에서 나온 도비시한 발언 등으로 금리가 속락했지만, 해외발 악재가 금리를 다시 올렸다.
연준 점도표가 내년 금리인하 전망치를 4회에서 2회로 축소한 가운데 환율이 1,450선으로 급등한 점이 국내 통화당국의 금리인하에 부담이 된다.
■ 연준, 다시 물가 우려로...파월 '새로운 국면'
연준은 9월 회의에서 2020년 3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50bp)한 이후 11, 12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인하(각각 25bp)해 3회 연속으로 금리를 낮췄다.
연준은 2023년 7월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뒤 작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지금은 다시 인하 흐름에 변화가 왔다. 연준은 통화정책의 인플레 비중을 재차 높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25bp 내린 뒤 기자회견에서 "이날 금리인하는 더욱 아슬아슬한 결정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해서 금리를 낮췄다"며 "이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지금부터 추가 인하에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 등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강하고 인플레는 재차 우려가 커졌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파월은 내년 금리 인하 폭 하향과 관련해 "올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고 내년 인플레도 기대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시대가 연준 금리인하에 걸림돌이 되는 모습이다.
파월은 "일부 위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했다"며 "트럼프 관세의 인플레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FOMC의 기준금리 25bp 인하에도 클리블랜드 연은의 해맥 총재가 반대했다.
연준은 특히 성명서에서 '정책금리 추가 조정 고려시'라는 문구를 '정책금리 추가 조정의 폭과 시기 고려시'로 바꿨다.
파월은 이 문구 변화에 대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와 있음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금리인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100bp 내린 가운데 파월은 정책금리가 '중립수준에 더 가까워지고' 불확실성도 커져 지금부터는 '인플레에 대한 진전을 면밀히 살피고 신중하게' 정책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a new phase in the process)이라고 평가했다.
■ 한은 총재, 성장에 초점...환율에 대해서도 꽤 도비시했던 총재
전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설명회에서 계엄·탄핵 사태에 따른 '경기심리 위축'을 크게 우려했다.
이 총재는 조기 추경, 경제주체 심리안정, 한은 금리인하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변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고환을 감안하면 한은의 금리인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한은 총재가 전날 환율에 대해 보인 입장은 꽤 도비시했다.
한은 총재는 그간 '달러강세'에 의한 환율 상승을 과거와 다른 시각을 볼 필요성, 한국이 순채권국이란 관점에서 볼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총재는 전날 "예전과 다르게 한국이 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의 어떤 수준을 감내할 수 있느냐 얘기하는 건 옛날하고 굉장히 달라졌다"면서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도 있고 심리에 주는 영향도 있고 금융시장 안정에 주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이 계엄 발표전보다 30원 정도(전일 기준) 올라와 있지만, 정치 프로세스가 안정되면 정상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재는 또 달러 강세 추세가 추세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근 계엄 요인을 제외하면 환율 고공행진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달러 독주에 의한 것이란 설명이다.
또 환율이 주는 물가에 주는 영향과 관련해선 전일기준 30원 정도 올라간 1,430원대 수준이 계속 유지된다고 할 때 0.05%p 정도라고 했다.
따라서 한은이 내년 물가상승률을 1.9%로 예측하고 있으니 1,430원대 환율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그러면 물가는 1.95% 정도 된다고 봤다.
총재는 "현 상황에서는 환율 변화가 금융안정이라든지 심리에 주는 영향을 더 걱정한다. 물가에 주는 영향은 특히 또 경제가 좀 다운사이드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고민할 여유가 있다"고 했다.
■ 환율 이렇게 높은데, 세 번 연속 금리 인하 가능할까
이날 달러/원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해 15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모습을 보인 뒤 투자자들은 '그냥 높은 수준'이 아니어서 과연 한은이 마음 편하게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연준이 내년 금리인하 전망을 대폭 바꾼 만큼 한은의 금리 인하가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밤 FOMC 결과로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스탠스 변화가 달러 강세를 유지시키기 때문에 한은이 섣불리 완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어제 총재가 환율 문제도 크게 걱정 안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높은 환율에서도 금리 인하가 쉬울 지는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금통위가 4:2로 기준금리를 내린 가운데 매파들 가운데에선 환율 우려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이번주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동결을 주장한 일부 위원은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겠지만 높아진 환율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은 높은 변동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리스크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결을 주장했던 다른 위원은 "미국과의 금리 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졌는데 향후 금리 격차 해소 과정에서 우리의 금리 인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점진적일 수밖에 없다"며 "미국 신정부의 정책 방향, 주요국의 기준금리 결정 및 외환시장의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인하를 주장했던 위원 사이에선 환율 문제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봤다.
인하를 주장했던 한 위원은 "가계부채와 환율과 관련한 리스크는 예상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절히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위원은 "가계부채와 환율과 관련한 리스크는 예상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절히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인하를 주장했던 또 다른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 상승을 통해 물가상승압력을 높이고, 자본유출입, 금융회사 재무건전성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유의해야 하겠지만 내외금리차의 완만한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금통위 회의 당시보다 환율이 크게 뛰어오른 상태인 데다 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금통위가 통화정책 과정에서 '환율 비중 축소' 입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편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외환시장 안정과 외화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외환수급 개선방안, 연장 시간대 외환거래 활성화 방안, 세계국채지수(WGBI) 관련 거래 인프라 개선방안 등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