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2-31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일드커브 스티프닝...'불과 베어' 사이에서

  • 입력 2024-12-13 13:4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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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시37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출처: 코스콤 CHECK

사진: 1시37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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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계엄 파동으로 경기 불안이 가중되면서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하와 추경을 매개로 한 일드 커브 스티프닝 기대감이 강화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번주 외국인이 10년 국채선물 매도를 통해 일드 커브는 세우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익률 곡선이 일어설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졌다.

시장 일부에선 불 스팁, 일부에선 베어 스팁 등을 거론하는 중이다.

■ 일단 커브 스팁으로 모아진 시각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안으로 경기 타격이 우려되면서 내년 초 금리인하 시점도 2월보다 1월로 당겨진 느낌"이라며 "여기에 내년 국채 발행 물량 증가와 조기 추경을 감안할 때 커브 스티프닝 관점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시장 금리가 급락하면서 인하 기대감을 많이 반영한 점을 감안할 때 베어 스팁 전망이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고3년 금리가 2.5%대 초반, 국고10년 금리가 2.6% 중반선까지 내려가 본 상태다.

12월 초순 10-3년 스프레드는 10bp 안쪽으로 좁혀졌다가 최근엔 15bp 이상으로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그리고 채권 공급 증가를 동시에 감안하면서 커브를 구상하고 있다.

B 증권사 딜러는 "커브 스팁이 불리시한 형태로 나타날지, 베어리시한 형태로 나타날지는 금리인하 강도에 달려 있는 것 같다"면서 "안 그래도 수출 둔화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정치권은 진심을 담아 한국경제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출현 등으로 한국 경제에 별로 답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라면 내년 기준금리 2%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일드 커브는 길게 보면 불 스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치가 수익률 곡선에 미치는 영향력...추경 등 물량 부담이 커브 세울 가능성

시장엔 조기 추경이 단행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강하다. 아울러 금리인하 강도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강화됐다.

향후 한은의 금리인하 강도, 그리고 추경 강도가 일드 커브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C 운용사 매니저는 "정치 불안으로 정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면 추경 강도가 커질 수 있다. 정치의 커브 영향력이 제일 큰 것 같다"면서 "아울러 커브는 스팁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브 형태가 불, 베어 중 어느 쪽을 따를지는 외국인의 뜻에 달려있다. 또 금리 인하를 몇 번 더 할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통 금리 인하기에 마지막 인하 전까지는 장기물이 끝까지 다 따라가는 플래트닝이 우세하니, 추경 이슈를 인하 강도가 상쇄할 것 같다"면서 "초장기는 다른 영역이니 제쳐두고 일단 10*3년을 보면 일단 외국인 포지션이 많으니까 짧게는 베어 스팁을 보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를 떠올리면서 커브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D 운용사 매니저는 "박근혜 탄핵 당시 민간소비가 크게 안 좋아졌다가 회복하는데 1년 가까이 걸렸다. 이달 계엄 사태 이후 송년 모임이 취소되는 등 자영업자들 위주로 경기가 나빠지는 시그널들이 뚜렷해지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여유를 부리기 곤란해졌다고 해석하면서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를 적극 반영해온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그는 "1월 금통위를 포함해 매번 회의 때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다만 3년 이하 금리가 약해지기는 힘들 것 같고, 장기물은 연초 추경을 포함해서 입찰 부담이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는 시점이다 보니 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향성은 중립 정도 수준에서 커브 뒤쪽만 서는 흐름으로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국 금리인하 기대 강화와 미국·외국인 투자자 변수

최근 국내 채권금리가 미국 상황을 반영하는 데 인색해졌지만, 큰 흐름 자체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E 증권사 딜러는 "한국은 지금 이러고 있지만 미국은 롱런 금리가 내년에 많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예상도 강화된 것 같다. 아울러 지금은 외국인 순매수 미결제가 거의 최고치"라며 "일단 외국인은 이번 선물 만기 시즌 전부를 롤오버하긴 어려워 지금 어느 정도 줄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요인들과 함께 최근 추경이나 금리 인하감이 동시에 커진 점을 감안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는 오히려 내년 초에 빅컷 또는 1월, 2월 연속 인하까지 예상되는 지경"이라며 "일단 커브는 스팁으로 갈 것인데 불이냐, 베어냐는 헷갈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가 우려스럽지만, 국내에선 최종 기준금리 2%를 보는 기관들이 늘어났다. 만약 이런 판단이 맞다면 결국 불 스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기 우려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됐지만, 한은이 미국을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적극 내리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아울러 기준금리 2% 기대 등은 경기 비관론 분위기에 도취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F 딜러는 "기준금리가 2%까지 가면 일드 커브야 더 서겠지만, 2%가 가능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금리 인하 중단 전까지 커브가 천천히 설 수 있지만 지금은 미국 인하폭이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커브 스티프닝 무드로 설 수 있지만 그폭이 제한될 수 있다"면서 "3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밑돌고 있어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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