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20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탄핵 부결과 국정 수습주체 논란...불확실성 장기화 가능성에 긴장하는 금융시장

  • 입력 2024-12-09 10:54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자료: 9일 달러/원 1분봉 차트...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9일 달러/원 1분봉 차트...출처: 코스콤 CHECK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4일 새벽 국회 비상계엄 해체 요구안이 가결됐다. 이후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7일 여당의 불참으로 부결됐다.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당론에 따라 표결을 보이콧하면서 탄핵 정족수에 미달한 것이다. 한국 정치는 계속 소용돌이 치는 중이다.

국민의힘에선 잠재적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혼자 본회의장 자리를 지키면서 표결에 참여했으나, 여당은 결국 이해득실을 따져 탄핵안 가결을 막았다.

금융시장은 향후 정국의 추이를 보면서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정치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 한국물이 계속 흔들릴 수 있다면서 눈치를 보는 중이다.

■ 탄핵 부결과 '이상한' 국정 수습 주체

지난 6일 한국 대통령 탄핵 베팅 사이트에선 탄핵 확률이 90%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으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다시 입장을 바꿔 결국 탄핵안이 부결됐다.

한동훈 당 대표는 여당 내 소수세력이다. 다만 그를 따르는 '소수의' 의원수로도 당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여당 대표는 탄핵 반대, 찬성, 반대 등으로 입장을 계속 바꾸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 불확실성을 키웠다.

한동훈 대표는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는 8일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으로 혼란을 최소화해 국민과 국제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고 민생과 국격을 회복시키겠다"면서 "대통령도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국정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므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과정에서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다수를 점한 야당은 반발하면서 계속해서 탄핵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민 위임도 받지 않은' 한 대표가 국정을 주도하려는 행위는 용납하기 힘들다고 했다.

야당은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가 나온 뒤 '2차 내란 획책' 등을 거론하면서 공세를 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8일 오후 "여당은 군사 쿠데타를 도모한 것이 명백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무 배제, 직위 배제를 위한 탄핵에 불참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방해했다"면서 "소속 의원 중 일부가 자유의사로 참여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이를 억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 대표와 총리가 다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중"이라며 "국민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뽑았지, 여당을 대통령으로 뽑은 일이 없다"고 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권한이 없는 여당 대표나 이번 계엄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무총리가 국정을 이끄는 것은 어색하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유고가 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행하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유고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을 2선 후퇴 시키고 대통령 권한을 여당 대표와 총리가 나눠서 행사하는 것은 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어긋나는 일이다.

■ 깔끔한 탄핵과 수습 과정 배제...불확실성 다시 커지면서 금융당국 안정 노력 안간힘

지난주 시장에선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함께 업무를 정지와 이후의 깔끔한 뒷수습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정치권은 다시금 권력 투쟁에 몰입했다.

여당은 '대통령 지키기'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상태다. 야당은 계속해서 탄핵을 밀어붙일 기세다.

일단 여당이나 여당 의원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계속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코멘트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아침 금융당국은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면서 최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등 시장안정조치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준비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들이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주식, 채권, 외환 등 각 시장별로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국은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수급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밸류업 펀드 중 300억원이 이미 투입됐고 이번 주 700억원, 다음주 300억원 등 순차적으로 집행된다. 다음주에는 3천억원 규모의 2차 펀드가 추가 조성될 계획"이라며 "증시안정펀드 등 기타 시장안정조치도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채권시장은 필요시 국고채 긴급 바이백,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즉시 시행하고, 외환·외화자금시장은 필요시 외화 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한편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수급 개선방안도 조속히 관계기관 협의를 마무리해 12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금융시장 안정화에 힘을 쏟는 한편 경기·민생 전반을 24시간 빈틈없이 모니터링하면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 금융 가격변수, 불확실한 기간 확대 가능성에 긴장

금융시장에선 탄핵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힘 대결'을 벌일 경우 불확실성 기간만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중요하다.

현재 원화 약세, 주가 하락 속에 금리시장은 애매한 포지션을 잡고 있다.

증권사의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 모두 탄핵 통과와 이후 뒷처리를 원했다"면서 "하지만 정치가 말과는 달리 '갈등과 불확실성 지속'을 택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일단 위험자산에 대해선 약세 압력을 가늠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을 권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시기별 대응을 조언하기도 한다.

신한투자증권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정치 리스크가 잔존하는 한 추세적 지수 반등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KOSPI를 장부가 대비 밸류에이션으로 산정하면, 후행 기준 0.8배까지 하단을 열어 놓고 2,300p대 초반까지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추가 계엄 가능성 소멸 및 정치 리스크 완화 수순은 결국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여서 2~3개월 추가 변동성(헌재 판결 전까지 소요) 이후 빠른 회복세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선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갈등이 통화정책, 재정정책에 미칠 영향 등을 주시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사태가 당장 통화정책과 국가신용등급 변동 요인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3개월 이상 장기화 시 단기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형성돼 국가신용등급 하향 우려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1~2개월 내 혼란 수습 시 추가 통화완화 기대가 부각되면서 주요 국고채 금리의 하락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 채권 모두 국정 혼란 수습 기간에 따라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물 불안 중심에 있는 환율

원화는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물 불안의 중심에 있다.

최근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으로 환율은 급등했으며, 지금은 1,430원 근처에서 등락 중이다.

정치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환율이 내려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많다.

지난 주말 탁핵안이 부결됐지만 이번주 조속한 국회 통과와 헌재 심판까지 매끄럽게 이어져 국내, 국외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들도 보인다.

하지만 이번 계엄·탄핵 사태는 상당수 정치인들의 '생사의 문제'가 걸려 있는 문제다.

한국 정치인들이 말과는 달리 대부분 '국가보다 내 사익을 우선'하는 사람들이어서 이 문제가 해결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관론도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잠깐 열린 국회 정무위에서도 환율을 일단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이날 "환율이 1,430원이면 레고랜드 때의 수준"이라며 "전시 상태의 환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환율은 한국 화폐의 가치를 반영하는데, 오늘이 12월 3일 계엄 사태 때보다 더 높다. 당시 1,417원 정도였는데 지금 원화가치는 더 낮아지고 있어 위태로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정치적인 리스크가 커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시급히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