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삼성전자 주가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 칼럼) 4만전자 꿈꾸는 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공무원화 돼 버린 삼성에 기대할 건 없다"
"10년 뒤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은 남아 있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
"국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술 1위를 못하는 삼성에 뭘 기대하겠는가"
"최근 유일한 삼성의 혁신은 노조 출현 밖에 없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각종 비관론이 무성하다.
반전의 트리거는 없고 주가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올 여름만 하더라도 10만 전자를 외쳤으나, 지금은 5만 전자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나올 지경이다.
■ 낙관론자들의 처절한 실패
올해 7월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8만8천원을 넘어서면서 '88한' 삼성전자가 쉽사리 10만전자를 돌파할 것처럼 보였다.
다수 애널리스트들을 포함해 추세 추종자들은 10만원 전자, 15만전자 등을 거론하면서 삼성의 미래를 낙관했다.
비록 HBM에선 하이닉스에 뒤쳐졌으나 삼성이 과거에 보여줬던 기술력이라면 조만간 엔비디아에 납품도 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대 후반에서 조정을 받을 때도 낙관론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이 때 외국계인 모간스탠리는 '삼성의 겨울'을 거론하면서 팔아치우라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먼저 귀뜸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틀렸다'고 주장했으나, 안타깝게도 다시금 국내 분석가들이 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낙관론에 취해 목표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올려잡았던 애널리스트들도 도망치듯이 다시 목표주가를 '한자릿수'로 되돌림하는 등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주가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급하게 올렸다가 급하게 '낮춰잡은' 목표주가조차 크게 밑돈다.
이제 한국 주식시장 대표주 삼성전자는 전국민이 걱정해 주는 '애처러운' 신세가 됐으며, 그나마 바닥도 알 수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 밸류에이션 의미없다...4만전자에 대한 각오
이제 4만전자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제, 오늘 주가가 7% 급락하면서 '4만전자'가 꿈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오는 중이다. 물론 이 '꿈'은 길몽이 아니라 악몽을 말하는 것이다.
2022년 9월 삼성전자는 5만원대 초반까지 밀린 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올랐다.
하지만 지금 다시 5만전자 초반이 위협받는 상황에선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 주식의 추락 각도가 어느 때보다 길고 날카롭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코로나 사태가 터져 모든 투자자들이 깜짝 놀랐을 때까지 점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3월 삼성전자 주가는 4만 2,300만원 수준으로 폭락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처럼 '모든 주식이 주저앉던 때'가 아니라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더욱 심각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시장에선 PER, PBR 등을 들먹이면서 '매도의 실익이 없다'는 얘기들도 많이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7만원으로, 또 6만원으로 미끌어졌을 때도 매도의 실익이 없다는 소리들을 했다.
필자의 한 지인인 큰손 전업투자자는 "4만전자로 가기 전에 팔아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매도 실익이 없어' 눈 뜨고 코를 베이는 것보다 차라리 이게 현실적인 고민으로 느껴졌다.
■ 키는 외국인...개인이 더 불행해져야 주가는 반등할 것이다
외국인은 9월 3일부터 10월 25일까지 무려 33거래일 동안 12조9,394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역대 최장 기간, 최대 규모의 매도 기록을 세운 외국인은 10월 28~29일 이틀간 소폭 순매수하면서 희망을 주는 듯했다.
하지만 순매수로 돌았던 이틀간 일중 순매수 규모는 100억원도 되지 않는 소액이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지만 외국인은 다시 팔았다.
외국인은 지난달 30일부터 전날(11일)까지 다시 9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1조 5,358억원에 달했다.
특히 전날엔 이번 연속매도 기간 중 가장 큰 5,421억원을 순매도해 주가 급락을 견인했다. 이후 이날도 여지없이 빠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외적으로 기술력에서 밀리면서 기술주들의 상승 랠리에도 동참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이익만 아는' 트럼프 당선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를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한국 반도체의 경계심도 커져 있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은 개인들이 확실히 손을 들고 항복하기 전까지는 삼성전자에 눈독을 들여선 안된다는 조언마저 나오는 중이다.
■ 삼성전자의 겨울
외국인은 '실적 부진'과 '기술에 대한 우려'에 휩싸인 삼성전자를 팔고 있다.
외국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개별주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도 팔고 있다.
삼성 자체도 안 좋고 한국 주식시장도 좋지 않다. 삼성은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이다.
저성능 반도체는 중국에, 고성능은 하이닉스 등에 밀리는 데다 트럼프의 출현과 미중 분쟁 때문에 삼성에게 닥친 혹독한 겨울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도 이어지는 중이다.
사실 반전의 트리거도 찾기가 만만치 않다.
삼성의 능력있는 기술자들이 하이닉스나 AMD 등 경쟁 업체로 옮겼다는 소식 등은 유독 귀에 잘 들어오고 '반가운' 소식은 별로 없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반전 트리거가 없습니다. (지금 주가면 엄청나게 싸다고) 밸류에이션을 들이밀어도, 또 기술적 분석을 통해 락 바텀을 거론해도 먹히지 않는 상황입니다."
결국 시간을 두고 버티라는 말은 쉽게 하지만, 기세로 보면 더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 지금이라도 손절을 하고 한푼이라도 건져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문의도 들어온다.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이 기묘한 것은 '특별한 쇼크가 없는데도' 망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주식본부장은 이렇게 덧붙였다.
"지금 가격대는 월봉 기준으로 120일선 근처인데 이건 IMF 때나 리먼 사태 터졌을 때 월봉 120일 터치할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 땐 외부 충격이 있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니어서 더욱 답답합니다."
이 주식 매니저 말대로 '특별한 외부 충격' 없이 삼성전자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더 두렵다는 얘기도 한다.
결국 주가가 폭락한 뒤 뒤늦게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곪아 있다'는 각종 소문들이 투자자들의 판단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 삼성전자 퇴직자는 삼성 위기의 원인으로 △ 기술혁신 실패 △ 반도체 시장 내 경쟁력 하락 △느리고 게을러진 내부 조직 문제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수년 만에도 급변하는 반도체 세계에서 삼성은 '공무원화'됐으며,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들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대표주에 유독 혹독한 겨울이 일찍 찾아왔다.
이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지는 이유는 삼성에게 찾아온 겨울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의 계절은 순환한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계절은 최악의 경우 순환하지 않을 수도 있다. 2024년 하반기 삼성전자의 시련은 엉뚱한(?) 상상력마저 자극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