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 '자리 지킨다'는 약속과 변함없는 금리 경로...한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시대' 경계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퇴를 압박하더라도 사임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월은 FOMC가 시장 대다수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의장이나 여타 이사를 해임하거나 강등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임기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파월이 트럼프라는 스트롱맨의 재출현과 관련해서도 이런 입장을 밝혀 통화정책의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예상된 25bp 인하
FOMC는 6~7일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25bp 인하(4.75~5.00%→ 4.50~4.75%)했다. 대차대조표를 5월에 발표한 계획대로 계속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들은 만장일치였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올해 초 이후 노동시장 여건이 대체로 완화돼 왔으며,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직전 정책결정문에서는 추가 진전으로 표현했지만, 이를 고친 것이다.
다만 파월은 오해를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 진전에 대한 추가 확신에 관한 문구는 9월의 첫 정책금리 인하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그 요건이 충족됐기에 문구를 삭제한 것"이라며 추가적인 시그널링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즉 FOMC가 인플레 2%를 향해 가는 지속가능한 경로에 있에 대해 확신을 얻었다는 의미이며, 이를 스탠스 변화 등으로 확대해석해선 안된다고 한 것이다.
전체적으론 시장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 대선이 막 끝난 만큼 관심사 중 하나는 트럼프 시대가 미국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트럼프의 거친 성격을 감안한 파월 교체 가능성 등이었다.
이에 파월은 '단기적으로' 대선은 경제에 영향을 못 줄 것이며, 자신은 사임 의사가 없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FOMC는 고용과 물가목표 달성 리스크 간의 균형에 대한 판단이 유지됐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제약적인 정책금리 수준을 재조정(recalibration)하는 과정이라고 언급해 점진적인 인하가 이뤄질 것임을 밝혔다.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되 인하 시점에 대한 판단은 매 회의 때마다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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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관심 집중된 '선거 이후'
파월은 트럼프 당선이 단기적으로 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없으며, 미래에 대해선 섣불리 추측하는 것을 거부했다.
우선 파월은 "단기적으로 선거결과는 FOMC의 정책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in the near term, the election will have no effects on our policy decisions)이라고 했다.
많은 요인들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단기적으로 이를 전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현재로서는 정책 변화의 시기와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FOMC의 양대 책무 달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추측하거나 가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원론적으로 정부나 의회의 정책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양대 책무 달성에 중요한 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했다. 이는 다른 많은 요인들과 함께 전망 모형에 반영돼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하를 지속하되, 금리가 중립에 가까워질 수록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다.
파월은 "FOMC는 상당히 제약적인 정책금리 수준에서 75bp를 인하한 재조정의 과정에 있다"면서 "너무 빨리 움직여서 인플레이션 관련 진전을 저해하거나 너무 느리게 움직여 노동시장이 과도하게 약해질 리스크를 빗겨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이 강세를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관련 추가 진전이 가능한 중도(middle path)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낮춰갈 것임을 시사하면서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 예상 부합한 회의...여전한 12월 인하 전망과 내년 4차례 인하
대부분은 이번 FOMC 결과에 대해 '예상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없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하고 인플레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변화가 없다"면서 "파월도 새로운 정보를 주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도이치은행은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굳이 매파적인 대목을 찾으라고 하면, 경제 하방 리스크가 다소 감소했고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좋을 것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다고 언급한 것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의 파월 임기 보장 보도(CNN)와 함께 파월도 사임 가능성을 일축해 중앙은행 독립성 이슈도 관심사가 되긴 어려워졌다"고 했다.
현 시점 상당수 투자자들은 연준 기준금리 상단이 연말에 4.5%(25bp 추가 인하)로 내려오고, 내년 중 100bp 더 낮아져 3.5%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집권한 뒤 각종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들도 있다.
스트롱맨의 재등장에 따른 미국의 정책 변화 방향은 다른 나라들이 더 신경 쓰이는 측면도 있다.
■ 국내 금융당국자들...예상수준 FOMC 평가한 뒤 '트럼프 시대 경계'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날 아침 금융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뒤 "오늘 새벽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번 회의 결과를 예상된 수준으로 받아들였다. 전날 미국 대선 결과의 파급 영향이 완화되면서 대체로 시장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변화를 경계했다.
최 부총리는 "중동,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향후 보호 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세계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부총리는 특히 "중동 상황 중심으로 운영해오던 관계기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금융·외환시장까지 확대개편하고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적기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은은 연준 스탠스가 '균형적, 원론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견조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제약적이라고 언급하는 등 균형을 유지했다. 향후 통화정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고 평가했다.
유 부총재는 그러나 "향후 글로벌 성장·물가 흐름과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세부내용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 신정부의 정책변화가 우리 금융·경제 여건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면서 필요시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리: 국제금융센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 '자리 지킨다'는 약속과 변함없는 금리 경로...한국 당국자들은 '트럼프 시대' 경계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