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미국 BEA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GDP, 예상 밑돌았지만 긍정적인 평가 받는 이유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의 3분기 GDP 속보치가 전기 대비 연율 2.8% 증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3.0%)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채 금리는 오히려 올랐다. ADP 민간고용이 예상을 크게 상회한 영향이 컸지만, GDP 역시 경기에 대한 시각을 흐트리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 미국 GDP...양호한 민간소비 vs 부진한 투자
미국 GDP는 국내외에서 긍정적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확장세가 확인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일단 3분기 GDP가 2분기(+3.0%)에 이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투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성장세가 강했다. 소비와 정부지출이 견조해 투자 둔화나 순수출 감소에도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미국 개인소비는 2분기 2.8%에서 3분기 3.7%로 확대(기여도 1.9→2.5%p)되며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상품소비(3.0→6.0%)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서비스 소비(2.7→2.6%)는 소폭 둔화됐다.
미국 GDP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9%로 23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회복했다.
정부지출은 국방지출(+14.9%) 증가 등으로 2분기 3.1%에서 3분기 5.0%로 확대(기여도 0.5→0.9%p)됐다.
다만 민간투자는 2분기 8.3%에서 3분기 0.3%(기여도 1.5→0.1%p, 재고제외 0.4→0.2%p)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재고투자(기여도 1.1→-0.2%p)는 감소했다. 설비투자(9.8→11.1%) 강세가 확대된 반면 주거투자(-2.8→-5.1%)는 감소폭이 확대됐다. 구조물 투자(0.2→-4.0%)는 마이너스로 전환하고 지적재산권(0.7→0.6%) 둔화 등으로 비주거고정투자(3.9→ 3.3%)는 전분기 대비 소폭 둔화됐다.
시장에선 2분기엔 재고 증가가 1.1%p 가량 크게 기여했지만, 3분기에는 오히려 재고 증가폭이 줄고 최종 판매가 확대된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재고 증가분을 웃도는 소비 개선은 향후 생산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순수출은 수입(7.6→11.2%) 증가폭이 수출(1.0→8.9%)을 상회하며 마이너스 기여도(-0.9→-0.6%p)를 나타냈다.
■ 양호한 성장세 확인해 준 미국 GDP
이번 GDP에선 일단 소비가 견조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바클레이즈는 "가계저축률, 가처분소득 증가율 등이 최근 상향 조정됐는데, 가계의 재무상태가 여전히 건전해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씨티는 "내구재가 8.1%, 비내구재가 4.9% 늘어나는 등 소비가 견조하게 늘었다"면서 "특히 6월 자동차 딜러 소프트웨어(CDK) 해킹사고로 자동차 판매가 7월로 이연된 점이 내구재 소비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순수출이 GDP 하방에 기여했으나 트럼프 경계감이나 일시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수입이 11%대로 늘어난 것은 항구 파업에 대비한 재고 비축, 그리고 내년 관세 인상 가능성 등에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수출도 늘었지만 수입 급증으로 순수출이 부진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수입 증가는 국내 소비 여력이 크다는 쪽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해외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해 순수출 기여도가 마이너스를 나타냈지만, 미국 내 수요가 양호한데 따른 결과여서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이란 평가도 가능하다.
이처럼 나쁘지 않은 경기 흐름 속에 물가도 대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PCE 물가 상승률은 전기비 연율 1.5%, 근원 PCE 상승률은 2.2%로 2분기(각각 2.5%, 2.8%) 대비 둔화된 모습을 나타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GDP는 분기 중 불거진 침체 우려와 대선을 앞둔 정책 불확실성에도 헤드라인과 세부 내용 모두 양호했다"면서 "연준의 빅컷으로 대표된 적극적 통화완화가 경기 하방 위험을 제어한 가운데 물가 안정이 수요를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 주춤할 4분기 GDP와 대선 불확실성...그럼에도 나쁘지 않을 25년
시장에선 미국 2분기, 3분기 GDP를 확인한 뒤 4분기 둔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나쁘지 않은 흐름이 가능하다는 평가들이 나오는 중이다.
일단 미국 대선이라는 선거 변수를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분이 4분기 수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내년엔 반작용으로 귀결된다는 평가도 보인다.
BNP파리바는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선거 이후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즉 기업의 투자나 지출은 내년에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올해 4분기에 선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가운데 연준이 금리를 꾸준히 내릴 수 있는 환경이란 점은 최소 경기가 급하게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예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선거를 전후한 불확실성에 미국 성장세는 4분기에 2%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둔화될 수 있다. 하지만 내년엔 완만한 수준의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경기는 강하며 이후에도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분기 정체되는 듯하던 고용이 최근 재차 개선세를 나타냄에 따라 소비 심리도 다시 강해지는 중"이라며 "24년의 높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25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특히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대비 9.5포인트 뛰며 21년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반등폭을 기록했다"면서 "여기에 대선이 지나면 설비투자가 재차 추진될 여력이 있어 미국은 내년에도 2.4%에 달하는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시장에선 미국 성장세가 우려보다 나쁘지 않아 연준의 금리인하 적극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당장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25bp 내리겠지만 이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쉬어가는 기간이 도래할 수 있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강도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