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0-30 (수)

(장태민 칼럼) 부동산 대책, 금통위의 기대와 우려

  • 입력 2024-10-30 13: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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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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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달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었던 데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금융안정 기대감이 작용했다.

전날 공개된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도 일단 "가계부채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영향 등으로 향후 증가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인하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인하에 반대했던 장용성 금통위원은 부동산과 관련한 우려를 거두지 않고 금리인하에 반대했다.

장 위원은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확대는 매우 우려스럽다.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나아가 경제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소수의견자로 남았다.

소수의 목소리가 금리 인하라는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지만, 금통위원 전체적으로 부동산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큰 편이었다.

■ 추가 인하에 대해선 '신중하자'는 금통위원들

한은이 3년 2개월만에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로 바꾸면서 기준금리를 25bp 내렸지만, 금통위원들은 모두 추가인하 '속도 조절론'을 지지했다.

인하에 반대했던 장용성 위원 뿐만 아니라 다수 위원이 부동산과 가계부채로 대변되는 '금융안정' 문제에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한은 중기목표(2%) 아래인 1%대로 둔화된 데다 내수 회복세는 미진한 상황이어서 정책금리 인하에 힘이 실린다. 여기에 최근엔 수출 경기에 대한 우려까지 커졌다.

하지만 한은이 금과옥조로 삼는 정책목표에 물가안정과 함께 금융안정이 들어있는 만큼 금통위원들은 부동산(가계부채는 부동산의 이면)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A 위원은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를 고려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상황에도 계속 유의하면서 금리인하의 속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B 위원도 "성장과 금융안정 간의 상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금융안정 측면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통화정책은 정책기조 전환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간의 관계를 신중하게 고려하여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C 위원은 "앞으로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하고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대외 여건의 변화와 국내 물가, 성장 및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변화 등을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D 위원은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의 추세적 흐름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정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내수, 물가 및 주택가격과 가계부채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 위원은 "현 시점은 과거 금리인하 시기와는 달리 내수 회복과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간의 상충관계가 높아져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향후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의 확산 정도 등을 봐가며 기준금리의 방향을 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최근 가계부채 흐름과 더 점검할 필요성

이달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증가폭이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가계대출은 7월 5.4조원에서 8월 9.2조원으로 급증한 뒤 9월엔 5.7조원으로 둔화됐다.

9월엔 정부의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분위기 속에 은행권 압박이 이어지면서 대출 증가폭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9월 1일부터 시행돼 그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은행권이 정부 눈치를 보면서 대출 관리를 강화했다.

은행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발라내서 보면 8월엔 8.2조원이 늘어난 뒤 9월엔 6.2조원이 증가했다.

은행 주담대 증가폭 둔화는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 둔화에 못 미쳤던 것이다.

주담대를 은행자체 대출, 디딤돌·버팀목 대출, '보금자리론 등'으로 세분해서 볼 필요도 있다.

8월 주담대 8.2조원 증가분엔 은행자체 대출이 6.4조원이었다. 이 항목에선 일반대출(+7.6조)이 늘어났으나 집단대출(△0.5조)과 전세대출(△0.8조)은 줄었다. 디딤돌·버팀목 대출이 3.9조원 늘어났고 '보금자리론 등'이 2.1조원 줄었다.

이후 9월을 보면 은행자체 대출 증가폭이 3조원 넘게 축소돼 4.0조원을 기록했다. 은행자체대출 중 일반대출이 4.4조원, 집단대출이 0.3조원 늘어나고 전세대출은 0.7조원 줄어들었다. 디딤돌·버팀목은 3.8조원 늘었고 보금자리론 등은 1.6조원 감소했다.

은행 규제와 관련해서 또 살펴볼 부분은 2금융권 풍선효과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는 8월보다 9월에 증가폭을 다소 확대(+0.3조원→+0.7조원)했다.

당분간 은행에서 돈 빌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2금융권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할용할지, 또 정부는 어떻게 '지도편달'할 지 봐야 한다.

최근 정부는 디딜돔 대출 축소와 번복 등을 놓고 정책적 혼선을 야기했다. 아울러 전세대출 규제 가능성을 높이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대출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감을 잡기 어렵게 만들었다.

디딤돌(구매), 버팀목(전세)과 같은 정책대출 공급을 놓고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 뒤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촉각이 곤두서 있기도 하다.

신생아특례대출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출은 다시 규제하긴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 실수요자 지원' 사이에서 제대로 방향을 못 잡는다는 느낌을 피하기 어렵다.

일단 올해 9월까지 국토부가 주도하는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30조원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 최근 가계대출 둔화, 그러나 자신할 수 없는 흐름

9월 가계대출 증가폭 축소를 '정책효과'의 영향만으로 봐선 안 된다.

우선 9월엔 긴 추석 연휴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추석이 있는 달엔 연휴 전부터 거래와 이사가 줄어드는 등 계절요인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아울러 대출자들의 '선제 대응'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미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선 정부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에 돈을 빌리자는 심리가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

규제가 나오기 전에 미리 대출 받으려는 수요 때문에 8월 은행 대출이 7월에 비해 4조원 가까이 커진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권하는 정책적 액션이 이뤄졌다. 한은이 10월에 정책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선 '빚을 독려'하는 정책 행위(금리 인하)를 한 뒤 빚을 감시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 금리 인하는 '돈 빌려 집 사라'는 신호인데...

미국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50bp 내린 뒤 한은은 10월에 25bp 인하했다. 이제 글로벌 기준금리 피벗은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다.

한은이 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상식적인 기대감'은 주택 수요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한은,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빚이 경상성장률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막고자 한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는 당국이 놓칠 수 없는 정책목표다.

금융위는 지난주 회의에서 "상환능력(DSR) 범위 내에서 빌리고(빌려주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관행 정착을 위해 일관되고 확고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출규제로 발목이 묶인 은행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2금융권에 대한 경고도 내놓았다.

금융위는 "은행 스스로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대출 수요가 다른 업권으로 옮겨갈 수 있으나 보험·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에서 가계부채 관리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 공격적 영업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선 창구에서 주담대 중심의 과당경쟁이나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잉대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풍선효과가 커지지 않도록 각 금융권에 경고장을 배달한 셈이다.

■ 결국 재등장한 부동산 거래 옥죄기...반복되는 하수(下手)의 정책

문재인 정부 후반부 정책당국은 도무지 집값 폭등을 제어할 수 없게 되자 결국 대출을 틀어 막아버린 경험이 있다.

2020~2021년 한국 역사상 가장 큰폭으로 아파트 가격이 뛰어 비난을 받자 정부는 21년 가을부터 대출을 사실상 틀어막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지금의 대출 규제를 보면서 그 때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 집값이 오르는 데만 올랐지만, 정부는 다시 집값 급등이 겁이나 대출을 옥죄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구축해 놓은 각종 부동산 규제가 핵심인데, 이를 풀지 않고 답을 찾으려 하니 또 대출 억제 등을 통한 거래 죽이기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의 이면이다.

따라서 주택 거래량, 그 가운데 특히 집값이 비싼 서울과 같은 수도권 거래가 중요하다.

거래를 죽이면 집값 상승세를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내수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각종 지자체들은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 중 '거래를 죽이는 정책'은 하수로 치는 것이다. 현 정부도 집권 초기 공급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오히려 빌라왕 사태를 부풀리면서 공급을 더 죽이는 기형적인 대응을 했다.

역대 가장 무능한 국토장관으로도 손색이 없는 김현미 전 장관 말대로 '아파트가 빵이 아닌 이상' 당장 해답을 찾기도 어렵다.

내년에도 아파트 공급 우려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서울 지역의 모자라는 물량의 버퍼 역할을 하던 경기도마저 공급이 줄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얽혀서 돌아가는 세상...거듭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체력보다 높은 금리 이고 살기

전날 기재위 종합국감에서 한은 총재도 '부동산 때문에' 제대로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일부 국회의원이 이번에 금리 낮출 때 스몰스텝(25bp) 인하를 했던 이유가 부동산 때문이었는가라고 묻자 이창용 총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부동산 부채 문제만 없었으면 한은이 금리를 더 빨리 내릴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도 이 총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가 한은의 '정상적' 금리 결정까지 막아버렸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가파르지 않았다만, 지금 시점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부담은 줄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재부 공무원으로 일할 때 부하 직원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로 꼽았던 박수민 의원은 꼬여버린 부동산 문제를 개탄하면서 한은과 정부의 콜라보레이션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공무원으로 일할 때 능력을 발휘한 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도 크게 성공한 인물이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빚 잔치가 영끌 투자와 전세 사기의 토양이 됐던 것"이라며 "문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의 폐해는 윤석열 정부 2년반으로도 못 고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정부 비난하길 좋아하지 않지만 레고랜드, 태영건설, 새마을금고 위기가 모두 초저금리와 맞물렸던 부동산 버블 때문이었다"면서 "지금은 공사비 상승 등으로 주택공급의 난이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져 한국은행과 기재부가 콜라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기재부가 주택공급 등을 직접 챙기라는 것이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한국인들 상당수는 정권을 막론하고 실패만 반복하는 부동산 정책 덕택에 자신들이 감당하기 더 버거운 금리를 이고 살아야 할 듯하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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