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총재 고민 키운 '수출 미스터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수출 미스터리'를 거론했다.
이 총재는 수출이 금액 측면에선 양호하지만 물량이 줄어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좀더 연구해서 해석을 내놓겠다고 했다.
■ 총재의 수출 미스터리 "금액으론 안 떨어졌는데 수량 떨어져서 고민"
이창용 총재는 한국경제에 대한 고민이 내수보다 수출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수출에 우려가 커졌지만, 지금의 수출 상황에 대한 해석이 애매하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 총재는 "우리가 고민하는 건 수출이 금액으로는 안 떨어졌는데 수량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3분기 GDP 성장률이 0.1%에 그친 부분에 대한 답변에서도 '수출 금액과 수량의 격차'에 대한 해석 필요성을 강조했다.
총재는 "(3분기 GDP) 전망이 틀려서 당황스럽고 유감인 건 사실인데, 더 중요한 것은 수출 금액과 수량 차를 파악해서 보완하는 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올해 성장률이 한은 전망인 2.4%를 밑돌아 2.2~2.3% 정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인한 뒤에도 역시나 총재의 관심은 '내년 수출'이었다.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뭘 해도 큰 변화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내년 성장률"이라며 "내수는 회복되는데 수출이 어떻게 될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금의 수출 부진 해석에 대한 어려움, 그리고 내년 수출 전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총재의 수출 미스터리 "내수는 회복 중..수출은 일시요인 등 해석 어려워"
총재는 수출 물량과 금액이 따로 노는 현상에 대한 고민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총재는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게 일시적인 요인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트렌드가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파업과 관련한 일시적 요인,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중국에 밀린 요인,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대한 대비적 성격 등 여러가지를 거론했다.
총재는 "수출 가격은 올라가는데 물량은 줄고 있다. 자동차 파업 등 일시요인에다 화학제품, 반도체가 단가는 오르는데 수량이 안 나간 것도 있다"고 했다.
3분기 GDP 충격에 대한 질문에도 총재는 "이번(3분기 GDP) 넘버가 충격이었냐 하면 수량 물량과 금액 혼선 문제"라면서 "금액은 잘 되고 있다. 수량을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성장경로는 묻는 질문에도 "물가가 안정되면서 내수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될지, 수출 흐름이 어떻게 될지 중요하다"면서 "내수 개선 속도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회복 중"이라고 했다.
역시나 경기의 키는 '수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전망을 하는 데 큰 고민거리다.
■ 총재의 수출 미스터리 "트럼프 당선 후 수출 전망도 '고민' 돼"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국 대선 결과 따라 대외 여건이 굉장히 바뀔 수 있다"면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 상황을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정치적 변수는 금리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거론했다.
총재는 정책과 관련한 3가지 고려 요인으로 ▲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전망 ▲ 미국 대선 이후 달러 강세 흐름 ▲ 거시안정성(거시건정성) 정책이 부동산·가계부채 미치는 영향을 꼽았다.
총재는 미국 대선이 내년 성장 전망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변수임을 강조했다.
그는 "내년 성장은 미국 대선 결과도 봐야 하고, 어떻게 된다고 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11월에 보고 드리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기재차관을 지낸 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트럼프 당선으로 감세, 국채발행, 관세인상이 나타나면 미국 금리인하 폭이 조정될 것 같다. 한국도 영향을 받는가"라고 묻자 총재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안 의원은 또 "2018년 트럼프의 대중 관세로 우리의 대중 수출이 줄고 성장률이 2.3%로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으로 우리 수출이 이중고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트럼프 당선은 (수출 둔화 등) 우려 요인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면서 "한미동맹으로 잘 헤쳐 나가겠다"고 했다.
■ 총재의 수출과 환율 고민
최근 워싱턴 G20 회의에 참석했던 이 총재는 미국 현지에서 "환율이 정책요인으로 돌아왔다"면서 일각에서 펌프질 하려던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했다.
국회의원들이 '환율 때문에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운가, 환율 상황이 어려운가'라는 질문들을 던지자 "환율 변동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총재는 특히 "정부의 (부동산과 관련한)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가 10월에 나타나 다행"이라며 "다만 미국 대선 이후 환율 변동성을 봐야 한다"고 했다.
금리와 환율의 관계를 묻는 질문엔 "금리 격차가 환율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다른 정책방향과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은은 정부의 대출 억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본 뒤 10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효과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환율 경계감을 놓지 않은 것이다.
경제학 박사인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트럼프가 당선이 되고 환율이 뛰면 수출이라도 잘 돼야 되는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걱정스럽다는 것 아닌가"라고 하자 총재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총재가 환율 때문에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하지 않느냐, 따라서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총재는) 금리 인하가 환율 변수에 걸렸다고 하는데, (이럴 때는 정부가) 획기적인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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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총재, 적극적 경기 부양 주장엔 반대
한편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적극적인 경기부양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자영업자 등 어려운 섹터를 지원하는 건 필요하지만 전면적인 경기 부양 필요성과는 선을 그었다.
아울러 KDI의 적극적인 금리인하 필요성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총재는 "자영업자만 생각하면 KDI 주장처럼 금리를 낮출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금리를 KDI 주장보다 늦게 내리는 이유는 금융안정 때문"이라고 했다.
KDI의 인하 실기론 주장에 대해서도 하나의 주장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일부 의원이 'KDI발 한국은행 금리인하 실기 주장'을 거론하자 "우리경제는 잠재성장률 보다 높은 2% 이상 성장중"이라며 "지금은 경기가 폭락한다거나 위기를 맞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체가 계속 어려워졌다는 데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 환율 1,400원을 위기 시그널로 보는 데도 동의하지 않았다.
총재는 1,400원 근처의 최근 환율에 대해 '통화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레벨'로 판단했지만, 이를 한국경제 위기 신호로 해석하는 태도도 틀렸다고 꼬집었다.
총재는 "이번 환율 1,400원(근접)이 위기냐라고 묻는다면 저도 위기는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라며 "지금의 고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