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25 (월)

중동 최악 시나리오 가능 인식 늘어...'유가 파괴적 급등' vs '전쟁프리미엄 빠른 소진' - 국금센터

  • 입력 2024-10-07 14:0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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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7일 "이란 석유인프라 타격 등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이 구체적으로 제시됨에 따라 중동 정세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갈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는 시장 시각이 점증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금센터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으나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제유가 상승압력이 강화될 소지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극단적 상황 하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뿐만 아니라 원유의 안정적 확보 자체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중동을 제외한 지역으로부터의 원유 공급선 확보, 에너지 수요관리 등 비상 수급 계획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유가 향방 놓고 갈린 의견

센터는 "중동에서 확전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상황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이란을 포함한 중동 내 석유인프라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다면 국제유가의 파괴적 급등(devastating surge)이 불가피하는 견해가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은 WTI의 경우 당장 $80까지 오를 수 있으며,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시설을 공격하면 전쟁 프리미엄의 상승으로 국제유가는 $100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상호 공격 수위가 높아지고 이란 등 중동 석유인프라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면 $100 이상으로 급등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러-우 전쟁 직후 $120까지 급등했던 전례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센터는 "OPEC이 생산차질을 상쇄하기 위한 증산에 나설 경우 국제유가 상승폭은 $10 내외로 제한되겠으나, 상황이 전면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른다면 국제유가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중동 불안 속에서도 중동 원유는 정상적으로 공급돼 왔으며, 앞으로도 원유공급의 심각한 차질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국제유가에 반영된 전쟁 프리미엄은 빠르게 소멸될 것이라는 견해도 상존한다.

센터는 "중동 산유국들은 원유 및 가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만큼 어떠한 상황에서도 공급망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면서 "미국·캐나다·브라질 등 비OPEC+의 견조한 생산, 미국·중국의 원유수요 둔화 등도 중동 위기의 국제유가 영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거론된다"고 밝혔다.

중동 위기를 제외하면 국제원유시장은 약세 분위기가 우세하고 따라서 원유공급에 차질이 없다면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베팅이 재차 늘어날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엿보인다.

■ 유가 23년 3울 이후 주간 단위 최대 상승폭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단행한 지난주(9.30~10.4) 국제유가는 2023년 3월 이후 주간 단위 최대폭 상승하며 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 WTI 가격은 9월 27일 $68.18에서 10월 4일 $74.38로 한 주간 9.1%, ICE 브렌트유는 $71.98에서 $78.05로 8.8% 올랐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시설 공습 가능성을 시사한 10월 3일 5% 이상 급등한 뒤 4일에는 관련 우려가 완화되면서 상승폭은 0.9%로 축소됐다.

센터는 "중동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행사가격 $100의 call options 거래가 큰 폭 증가하고 숏커버링과 알고리즘 거래 등 투기적 매수세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일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 국제유가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국제 원유시장 컨센서스와 관련해선 ▲중동에서 보복 악순환과 역내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으며 ▲이란발 원유공급 리스크에 대한 과소평가를 경계하고 있으나 ▲OPEC 등의 증산이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즉 국제유가 향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중동 정세 향방과 관련해선 보복 악순환과 역내 확전 또는 전면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증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해 ‘painful response’를 공언한 만큼 조만간 보복공격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며, 관건은 공격 지점과 수위라는 시각이 다수에서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도 공격목표에 포함하고 있으나, 전쟁자금줄 차단이라는 전략적 관점에서 스텔스기 등으로 석유인프라(시추기, 송유관, 수출터미널 등)를 공습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 석유인프라 중에서는 Kharg섬 수출터미널(이란 원유수출의 90% 담당)이 유력한 공격 후보지로 부상했다. 이란 국영유조선사(NITC)는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하여 자사 유조선을 Kharg 섬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시설을 먼저 공습하고 이후 이란이 재차 보복공격에 나서면 석유인프라를 공격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중이다.

센터는 "이란은 자국의 석유인프라가 공격 당할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재보복에 나설 것이며, 이스라엘의 천연가스 시설 등 에너지 인프라가 공격대상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중해 앞바다에 위치한 ‘타마르’와 ‘레비아탄’ 가스전은 이스라엘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이며 이란이 이 곳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란이 주변 국가들의 석유시설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동 위기 비용의 국제화(Internationalize of the cost of the crisis)를 초래할 수 있다.

센터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보복-재보복에 나서면 미국의 관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중동 위기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며 "미국은 중동에서의 전면전을 반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전에 비해 전면전이 보다 현실적인 상황이 됐다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금융사 등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최근 일일 350만 배럴 내외(세계 생산량의 약 3.5%)에 달하고 절반 가량이 수출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핵심 인프라를 공격하면 일일 15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즉각 중단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센터는 "이라크 국경에 인접한 Abadan 정유시설이 공격 당할 경우 원유 뿐만 아니라 휘발유 등 정유제품도

공급난이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중국과 일부 유럽, 방글라데시 등 17개국은 대체

수입선을 확보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많은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위기 비용의 국제화’ 등에 적극 나설 경우 원유공급 차질 규모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일일 2,100만 배럴(세계 공급의 약 20%)의 원유가 통과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등이 이 곳을 통해 전세계로 원유를 수출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수송로는 최대 790만 배럴에 불과하다.

2019년 9월 이란의 지원을 받은 예멘 후티반군이 사우디의 핵심 석유시설 2곳을 공격해 일일 570만 배럴(당시 세계 공급의 5%)이 생산차질을 빚은 바 있다. 전면전 양상으로 사태 악화 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센터는 "OPEC의 증산여력은 22년 10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감산의 영향으로 일일 6백만배럴(이란 제외)을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따라서 일일 350만 배럴의 이란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OPEC이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상황이란 평가도 나온다"고 밝혔다.

다만 OPEC의 증산에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며, 현실적으로 생산능력을 100% 가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여유생산능력의 소진은 또다른 공급 우려 요인이다.

센터는 그러나 "OECD의 상업재고는 2022년 1분기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며 금년 3분기말 27.9억배럴에 달하며, IEA 회원국(순수입국 기준)의 재고는 지난 6월 기준 141일 수입분(권고기준 90일)을 기록하고 있어 비상 시 비축유 방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미국 전략비축유(SPR)는 러-우 전쟁 이후 대규모 방출로 금년 9월 27일 3.83억배럴(40년래 최저치)에 불과하고, 작년 9월 이후 재비축에 나서고 있어 과거와 같은 공급 안전판 역할이 당분간 어렵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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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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