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1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인하 가로막는 부동산...그러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대세 논리

  • 입력 2024-09-11 13: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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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7월에 이어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부동산 문제'를 강조하면서 금리 인하가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금융안정'을 거론하고 있어서 향후 서울 집값 상승세 둔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가계부채) 문제를 제외하면 대내외 여건 모두 금리 인하를 지지하고 있어서 금융안정 섹터에서 작은 변화의 조짐이라도 나타나면 금리를 인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일단 8월 금통위의사록은 부동산 때문에 예상대로, 혹은 예상보다 더 매파적었다.

■ 의사록, 금통위원 모두가 금융안정 문제 거론

전날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모두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금리 동결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안 그래도 불안정한 수도권 집값을 더 자극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물가상승률 둔화 등이 금리 인하 환경을 조성했다고 보면서도 거시건전성 정책이 부동산 상승 심리를 제어시켜줄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A 금통위원은 "통화정책 긴축 기조 완화 기대와 그 여건도 점차 성숙해 가고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 등 금융불균형을 제어할 효과적인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병행은 필수 요건"이라고 했다.

B 위원은 "물가가 금년 말에는 2% 초반에 이를 것이며, 통화정책 긴축 정도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환경이 무르익었다"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우며,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C 위원은 "인플레이션은 목표수준에 수렴해 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어 금융불균형 누증에 대한 우려는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D 위원은 "지금은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향후 거시건전성 정책 등 부동산 관련 대책들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 위원은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목표 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전망이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다"면서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 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어 통화정책 기조전환이 금융안정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F 위원은 "물가가 안정세로 접어들고 환율 등 대외부문은 대체로 진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소비 등 내수 회복세는 더딘 점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할 여건이 조성돼가고 있다"면서도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앞서 먼저 완화된 금융여건이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취약성과 맞물려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안정, 중장기적인 성장, 그리고 구조개혁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전체적으로 금통위원 대부분이 물가 둔화, 내수 부진이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준다면서도 수도권 부동산 문제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하와 관련해선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수도권 집값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 금통위 부동산 강조에 10월 금리인하 자신 어렵다?

금통위원들은 대부분 물가가 한은의 전망 경로에 부합하면서 예상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내수 부진이나 성장의 하방 리스크도 고려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강한 경계심으로 금리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

금통위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가계부채가 더 증가하고 궁극적으로 원리금 부담으로 민간소비가 더 둔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문제는 양극화, 자원배분의 왜곡에 따른 생산성 저하, 금융안정의 훼손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시장에선 금통위의 부동산에 대한 경계감이 예상보다 강해 과연 시장이 기대하는 10월 인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명의 위원은 금융여건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촉매제가 돼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서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아직 지방은 상승세가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서울 부동산의 시가총액이 전국 부동산 시가총액의 절반을 상회하고 있는 만큼 서울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경우 가계 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 대출 증가 등 금융 불균형을 제어할 거시 건전성 정책과의 병행은 필수라고 언급했다"면서 오는 10월에도 인하를 지원할 수 있는 부동산(가계부채) 관련 데이터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9월부터 정부가 스트레스 DSR을 실행하고 시중은행에서도 각종 대출 규제 등 거시 건전성 정책이 실행된 만큼 9월 가계대출의 증가세는 둔화될 수 있지만, 대출 억제정책의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시차를 감안하면 9월의 가계대출 둔화세는 한은이 원하는 정도로 나오기 어렵다"면서 금리인하는 빨라야 11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이 예상대로 부동산 문제를 강조했다"면서 "이같은 한은 입장을 감안할 때 시장이 기대하는 10월 인하도 자신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정부 규제 효과와 부동산 둔화 기미 감안해 10월에 내린다?

최근 통화정책 수행에서 부동산이나 금융안정 관련 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기본요소인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데다 내수 등 경제성장 우려를 감안할 때 한은이 부동산만 보면서 동결로 버티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미국의 9월 금리인하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인하폭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한은도 결국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미국의 9월 인하와 한국의 10월 인하라는 구도는 여전히 확률이 가장 높은 선택지라는 주장들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를 거론한 만큼 부동산, 가계부채 흐름 상에 나타나는 '작은' 변화를 근거로 한은이 돌변할 수 있다는 예상도 보인다.

일단 최근엔 서울 아파트 상승률이 약간 둔화되고 거래량도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월에 5,119건을 기록하면서 5천건을 넘어섰고 6월엔 7,548건으로 더 늘었다. 그러더니 7월엔 8,816건으로 급증했다.

8월 수치는 현재 집계 중이지만 7월 수치를 상당폭 밑돌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집값 급등을 우려해 다시금 거래량 옥죄기, 수요 차단 전술로 임하고 있어 시장엔 이와 관련한 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보인다.

조만간 발표될 추가적인 가계부채 데이터 등은 높을 수 밖에 없지만, 주택 수요 억압에 따른 시장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9월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정책에 크게 흔들리는 부동산 업계에선 볼멘 소리도 들린다.

서울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대출 규제 등을 통해 거래량을 막으면서 다시금 매매 급감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올해 들어 거래량이 늘면서 시장이 오랜만에 정상을 찾나 했지만, 정부가 강력한 규제로 나오면서 다시 시장이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문재인, 윤석열 등 시장을 모르고 오로지 규제로 때려잡겠다는 자들 때문에 이 일 못해 먹겠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결국 한은도 '비판을 덜 받을' 타이밍을 찾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부동산 제외하면 모든 시그널이 금리 인하로 향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러다가도 한은은 부동산 안정세나 둔화 핑계를 찾아 언제 그랬느냐는 듯 10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 8월 은행 가계대출 급증...은행 주담대 막자 다른 금융사, 다른 용도 대출로

부동산의 '이면'인 가계대출은 예상대로 큰폭으로 증가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7월 5.4조원 증가한 뒤 8월엔 9.3조원 급증했다. 이 규모는 작년 8월(6.9조원) 수준도 크게 웃돈다.

8월의 가계대출 월간 증가 규모는 '집값 폭등기' 후반부였던 2021년 7월(9.7조원) 이후 가장 컸다.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규모가 수도권 중심의 주택 매매거래 증가, 입주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확대(5.6조원→8.2조원)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엔 수도권 매매거래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세가 공히 대출 규모를 키웠다.

집값이 비싼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량을 보면 3월과 4월 각각 1.7만호, 5월 1.8만호를 기록한 뒤 6월엔 2.3만호, 7월엔 2.7만호로 늘어났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월 대비 크게 확대된 가운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그간 감소세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8월 중 전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9.8조원 증가해 전월(+5.2조원) 대비 증가폭이 더욱 확대했다.

사람들이 은행 주담대를 통해 돈을 빌리려는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은행을 막으면 다른 금융사나 다른 용도의 대출로 손을 벌릴 수 있다.

전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8.5조원 증가해 전월(+5.4조원) 대비 증가폭이 큰폭 확대됐고 기타대출은 은행권(△0.1조원→+1.1조원)과 제2금융권(△0.1조원→+0.2조원) 모두 증가 전환하면서 총 1.3조원이 증가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주담대(△0.1조원→+0.3조원)와 기타대출(△0.1조원→+0.2조원)이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증가로 전환했다. 여전사(+0.7조원), 저축은행(+0.4조원)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상호금융권(△1.0조원)은 감소세를 유지했다. 보험(+0.3조원)은 증가로 전환했다.

■ 당국, 주담대 풍선효과 막는 데도 '눈 부릅'...금리 인하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는 것처럼" 대세

8월 가계대출 수치가 예상대로 크게 늘어난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를 적극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주담대를 막아 나타나는 풍선 효과도 예의주시하면서 관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금융당국은 "서울·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상승세,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막차수요, 주식투자수요 등에 따라 8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은 가계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9월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함께 은행권이 취급하는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강화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9월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은 다만 "가을철 이사 수요 및 부동산 가격 상승세,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증가 양상과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뜻 대로 잡히지 않을 경우 또 다른 규제가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당국은 "확고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하에서 주택시장 과열이 지속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현재 추가적으로 검토중인 관리수단을 적기에, 그리고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며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대출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채권시장에선 부동산 경계감과 함께 '역사의 법칙'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현재 채권시장의 3/4는 10월 금리인하, 1/4은 11월 인하 정도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등이 기차 출발을 늦출 수 있지만, '달려가려는 기차'(시대의 흐름이나 행위 주체의 의지)를 막을 수 없는 평가도 보인다.

D 자산운용사 채권매니저는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면서 "부동산이니 가계부채니 해도 미국이 이끄는 글로벌 금리 인하에 한국도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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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은 등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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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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