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1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21년 말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

  • 입력 2024-09-11 10: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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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2년 이후 WTI 선물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022년 이후 WTI 선물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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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유가(WTI 선물)가 급락하면서 60불대 중반으로 내려갔다.

OPEC의 2개월 연속 원유수요 전망 하향 조정, 중국의 수요 둔화 가능성, 아시아 정제마진 약세 등으로 수요 측면에서 유가 둔화 압력이 강화됐다.

WTI는 2021년말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브렌트유는 21년 말 이후 처음으로 70불을 하회했다.

■ 유가, 수요 부진에 상승 한계

최근까지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지속된 가운데 이제 국제유가가 2021년 말 수준까지 급락했다.

최근 원유시장에선 유가는 작년 6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뒤 저가매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향후 수요 부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추가로 하락한 것이다.

OPEC은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가 일평균 200만배럴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전 전망치보다 8만배럴을 낮춰 잡은 셈이다.

내년에도 일평균 170만배럴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일평균 4만배럴 적은 수준이다.

최대 원유 수입국 중국 경제 사정은 유가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8월부터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5월 부동산 정책이 7월까지 반짝 효과가 있었으나 8월부터 다시 약화되고 있고 제조업 내 생산지수가 8월 처음으로 기준점을 하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8월 수출은 예상을 상회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중국 수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 중동사태, 진행 중이지만 최근까지 유가 끌어올지지 못해

그간 이스라엘-이란·하마스 갈등이 다시금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았다.

여전히 이 지역에선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있어 공급에 영향을 미쳐 유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는 남아 있다.

이스라엘군이 10일 가자지구 남부 인도주의 지역인 텐트촌을 공습해 최소 19명이 사망하는 등 충돌은 지속되는 중이다.

또 미국 블링컨 국무장관이 10일 이란이 러시아에 탄도미사일을 공급했다고 지적하면서 산유국 이란을 둘러싼 서방 측의 경계감도 여전하다.

하지만 현재는 수요 둔화 압력이 공급 축소 가능성을 압도하면서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OPEC+ 8개국들의 자발적 감산 시한 연장(9월→11월) 호재를 압도하는 유가의 하방 압력이 잔존해 일단 단기적인 원유 투자는 주의해야 할 때라는 평가들도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드라이빙 시즌을 지나 석유 시장의 계절적 비수기 동안은 OPEC+의 자발적 감산 시한 연장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면서 "이 기간 50P를 하회한 글로벌 제조업 PMI 부진 속 경기 침체(R) 우려는 석유 수요 전망을 더욱 약화시키는 유가의 하방 압력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 유가의 레인지 하단 접근...추가 하락 룸 제한되는 부분도 감안

2020년 코로나 사태로 폭락한 뒤 반등하던 국제 유가는 러-우 전쟁으로 급등해 한 때 120불을 넘기도 했다.

2022년 3월과 6월엔 120불을 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된 뒤엔 박스권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는 대략 2022년 하반기를 넘어선 뒤부터는 대략 60불대 중반을 하단으로, 90불대 중반을 상단으로 삼아 등락했다.

현재는 지금의 유가는 이 기간의 레인지 하단을 뚫고 내려가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 업체들과 중동 산유국의 수지타산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유가 하락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황병진 연구원은 "60달러선 WTI 가격에서는 미국 석유 기업들의 채산성도 악화된다. 따라서 유가에 반영된 공급 부담을 완화하는 게 가능하다"며 "하지만 석유 수급 전망이 개선되기 전까지 유가의 하방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가가 더 내려갈 경우 산유국들도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이달 4일 OPEC 관계자는 10월부터 추진될 단계적 증산 조치(자발적 감산분)가 연기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모든 단계적 증산 계획이 2025년 하반기로 순연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유가-재정균형유가 스프레드가 적자로 전환되자 단계적 증산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미국도 유가가 하락하는 것은 마냥 원치 않을 수 있다. 지난 22년 10월 미국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SPR) 재비축 위한 석유 매입가 하단을 배럴당 67~72달러로 설정한 바 있다. 과도한 유가 하락이 공급자인 E&P 기업들의 생산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라니냐라는 기후 요인이 공급에 미칠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통화정책 요인도 주목된다.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된 가운데 이 영향을 봐야 한다는 조언도 보인다.

중국 수요부진 지속, 원유 성수기 종료, 미국 원유 생산 등으로 당분간 유가 하방압력이 우세할 수 있으나 연준의 9월 금리인하가 하방 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책금리 인하는 미중 금리 스프레드를 축소시켜 원자재(유가) 프락시인 위안화의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그간 유가 하락은 CTA 알고리즘에 의해 주도됐다"면서 "이로 인해 WTI/Gold Ratio는 극단적인 과매도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반대로 해석하면 상황에 따라 빠른 반등 역시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금은 트리거인 위안화와 라니냐, 그리고 공급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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