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10일 "주식시장이 정말 걱정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Recession)’ 공포 보다는 ‘고점(Peak –Out)’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연구원은 "당장 미국의 경우에도 경기 관련 기업 보다는 M7(Magnificent 7)과 같이 특정기업에 대한 쏠림이 진행된 것이 단적인 예"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충격은 과열이 있던 곳에 있게 마련"이라며 "그런데 경기는 애당초 호황 수준의 과열은 없었다. 특히 제조업 분야라면 그렇다"고 했다.
영원한 고성장을 하는 산업은 없으며, 성장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의 성장 초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초기에는 가파른 고성장을 보이지만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은 일정부분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물론 해당 산업이 현격한 성장률 둔화가 고착화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면서 "2013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이 30%대로 레벨 다운되었던 시기, 2023년 이후 두 자리 수 성장률마저 하회한 2차전지 시장(중국 제외)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은 AI가 어디쯤에 있는지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엔비디아, 성장률 둔화의 첫 국면
이 연구원은 "AI 산업과 관련해 엔비디아의 매출을 Proxy로 삼아볼 경우,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액은 전년비 123%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262% 성장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준처럼 보이지만 작년 2분기부터 AI향 매출이 폭증한 역기저 효과라고 밝혔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미래의 ‘성장성’이다. 현재 매출액 컨센서스를 따른다면 올해 3분기부터 매출액 성장률은 82%로 더 떨어지고, 내년 1분기에는 52%로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내년이면 엔비디아 성장성은 여타 성장주와 유사한 기업으로 전락한다는 얘기일까. ‘성장률’ 데이터로만 본다면 내용과 속도 둘다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 둔화가 여전히 독과점 속 진행되는 것이라면 시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GPU 시장의 경쟁 심화 속 수반되는 매출 성장률 둔화라면 불편한 변화라고 밝혔다.
그는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은 당연하지만 성장률 둔화의 속도도 문제"라며 "시장 예상보다 성장률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그것 또한 부정적 이슈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지금은 어떠한 상황인가. 매출 성장률은 이제 전년비 100% 수준이고, 컨센서스 상회 강도는 2023년 이후 가장 컨센서스에 가까운 숫자를 기록했다는 점이 잘못이라면 잘못"라며 "모름지기 성장주는 시장 예상을 항상 ‘비트(beat)’해 줘야 높은 주가가 정당화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 엔비디아 성장의 정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장 산업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성장률 둔화의 첫 국면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의 Peak – Out을 말하기는 이르다. 만약 매출성장률이 과거 성장산업의 임계점 역할을 했던 40%에 근접한다면 오히려 그 때 비중 축소에 나서는 것이 오히려 확률 높은 결정이 될 수 있다"면서 "그 전까지는 산업 내 경쟁 여부와 산업 자체의 성장성에 집중하는 게 맞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도 엔비디아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HBM분기 매출은 1Q23 2500억원 수준에서 2Q24현재 2조 1500억원 수준으로 폭증했다. 1년간 1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이 연구원은 "우리는 올해 하반기 HBM분기 매출은 4조원대로 레벨업 된 이후 내년에는 5조원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 성장률은 Peak – Out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고 밝혔다.
역설적으로 HBM 매출은 작년 상반기에는 미진했기에 올해 상반기 이후부터는 성장률 둔화가 계속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레벨을 볼 것인가, 성장률을 볼 것인가, 투자자마다 생각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시기"라며 "레벨의 둔화가 시작됐다면 성장률 둔화가 크게 다가올 수 있지만 지금은 레벨의 상승에 좀 더 집중해야 하다고 생각하다"고 했다.
■ 경기와 수출의 피크아웃 차원에서 보면...
걱정의 우선순위를 매겨본다면, 경기 Peak – Out는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올해 경기는 당초 예상보다 좋게 흘러가고 있었고, 내년에 대한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면서 "문제는 경기 서프라이즈 인덱스의 흐름에서 보듯이 경제지표가 최근 시장 예상치를 조금씩 밑돌기 시작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에 대한 시장의 걱정이 공포로 확산 되려면 AI 산업의 Peak – Out과 맞물려야 충격이 있을 듯하다. 경기에 대한 큰 기대를 했던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성장산업에서 파생되는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임을 본다면 경기에 대한 걱정은 주식시장 조정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스스로에게 정말 경기가 좋아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생각했는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혹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동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경기 변수는 조정의 주된 원인이라기 보다는 걱정을 증폭시키는 배경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경기 사정은 한국에게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미국향 수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문제는 한국 수출 전체뿐만 아니라 미국향 수출 역시 Peak – Out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는 시기라는 점"이라며 "그 중심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율 둔화가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AI향 산업에 대한 성장성 둔화 우려는 국내 반도체 수출만 아니라 전체 수출의 Peak – Out 우려를 자극할 수 있는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 국내 반도체 수출이 크게 부진했던 터라 올해 충분히 예상됐던 시나리오이지만 AI산업의 성장성 둔화와 미국 경기 부진 우려가 맞물리니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시기"라고 밝혔다.
결국 국내 반도체 수출은 Peak – Out 인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AI의 대표주자인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세가 좀 더 지속될 수 있고(AI관련 반도체, ex. HBM), 당장의 미국 경기의 급격한 하강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ex. 레거시 반도체) 수출 레벨의 업그레이드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지금은 성장률 둔화라는 불편함을 버텨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KOSPI에선 수출 지표의 설명력이 매우 높다. 수출 증가율의 Peak – Out은 대부분 주가 고점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예외도 있긴 하다. 2000년대초 중국향 수출 레벨 업 속 Peak- Out일 경우였다.
이 연구원은 "올해가 다른 시기와 다른 점은 작년 연말 올해 상반기 수출 호전에도 주가의 의미 있는 상승은 없었다는 점"이라며 "시장이 Peak – Out을 미리 걱정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의아하다"고 했다.
반도체 등 주력산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시장의 비관론이 힘을 얻는 국면"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만약 현재 수출의 Peak- Out이 현실화되고, 기업실적 역시 올해가 고점이라 가정해보자. KOSPI ROE는 8.5%(2025년 순이익 191조원 가정), COE(국고채 10년 3.2% 가정)는 7.25% 가정하면 적정가치는 2,551pt로 도출된다"면서 "수출의 고점 가능성을 감안해도 현재의 KOSPI는 모멘텀이 부족할 뿐 가격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힘들지만 버텨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 걱정스러운 것은 R의 공포 아닌 P의 두려움 - 메리츠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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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