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1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두번 연속 예상 상당폭 하회한 美고용보고서...금리 적정 인하폭 둘러싼 이견

  • 입력 2024-09-09 13: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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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미국 노동부

자료: 미국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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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9월 FOMC를 앞두고 기준금리 25bp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경기 침체 전망을 되살렸지만, 연준 관계자들이 인하 사이클 시작부터 빅컷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추가 지표 등에 따라서 금리인하 강도가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다.

시장은 연준이 어떤 강도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다시 침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중이지만, 미국 당국은 고용 측면의 하방 위험을 주시하면서도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지난 주말에 "고용과 구인지표는 완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의미있는 해고는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을 재개했을 때의 고용 광풍에 비하면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에 들어갔으며 기본적으로 완전 고용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고용지표 연속 부진과 인하폭 전망은...

6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4만2000건에 그쳤다. 이는 예상치 16만건 대 수준을 밑도는 결과였다.

지난 7월 수치도 11만4000건에서 8만9000건으로 하향 수정돼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기록 역시 11만8000건으로 6만1000건 하향됐다.

지난 8월 실업률은 예상대로 4.2%를 기록해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시간당 평균 소득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8% 증가해 예상치(0.3%, 3.7%)를 웃돌았다. 근로 시간은 34.3시간으로 더 늘었다.

고용지표가 7월 데이터에 이어 다시금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8월 초에 발표됐던 7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1만4000명 늘어 예상치(17만6000)를 대폭 하회한 바 있다. 이 수치마저 이번에 다시 하향 조정된 것으로 발표됐다.

당시 실업률은 4.3%으로 집계돼 예상치(4.1%)를 상회했으며,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2%, 전년비 3.6% 올라 예상치(0.3%, 3.7%)를 밑돌았다.

지난 주 후반 발표된 수치가 7월 지표에 이어 다시 부진을 보였지만, 7월보다는 신규 고용이 늘어나 개선됐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 25bp vs 50bp...경기침체 전망 과도한 만큼 25bp로 시작하는 게 무난

일단 8월 고용지표가 7월보다 나아진 데다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한 점, 낮은 실업률 등을 감안할 때 9월 FOMC가 25bp 인하로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페드와치는 25bp 인하 확률을 60% 정도로 보고 있다.

아직은 경기 '침체'보다 경기 '연착륙' 쪽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연준이 25bp씩 금리를 낮춰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강하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기 보다는 연착륙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고용 데이터는 일단 연준의 25bp 인하에 무게를 실어줬다"면서 "따라서 3번의 금리 인하를 반영한 국내시장은 연준의 무난한 25bp 인하 예상에 더 강해지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25bp vs 50bp...'50bp 인하는 잘못된 메시지 발신 위험' vs '50bp 내려 경기 적극 대응 필요'

연준의 금리 인하폭 결정은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 차원에서도 관심이다.

현재 25bp 인하 전망이 강한 경우 빅컷을 단행하면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 상황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포비스 마자스의 조지 라가리아스 이코노미스트는 "50bp 인하가 시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50bp 인하는 시장과 경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면서 "빅컷은 긴급하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이유없이 50bp 인하를 단행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연준이 만약 50bp를 인하할 경우 자신감이 아닌 경기 우려의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성 등으로 미국 현지에선 50bp 인하 주장도 여전히 심심찮게 나오는 중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연준이 그동안 기준금리를 너무 많이 올렸다. 다음 회의에서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는 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하다가 이후엔 너무 높게 올리면 주택 상황을 악화시켰으며, 이 부분이 인플레 제어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연준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주택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부동산 개발업자가 더 많은 집을 짓고 주택 소유자가 더 많은 집을 구입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인하 방향성'은 이견 없어...인하폭은 추가 지표 보면서

금리인하 폭을 두고 각종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현재로선 누구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연준 관계자들도 더 많은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성을 거론하는 중이다.

연준 내 실력가인 월러 이사나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일단 25bp가 현재로선 좀더 무난하다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월러는 "이달 FOMC가 50bp 인하를 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다만 "필요시 50bp 인하를 지지할 수 있다. 최신 데이터 등 어떤 데이터 하나에 과잉 반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냉각에 진전이 있는 만큼 이제 금리를 인하하는 편이 적절하다"면서도 25bp, 50bp 중 어느 쪽이냐고 묻는 질문엔 "아직 의견을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경제가 평형 상태에 있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낮춰 정책의 제약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연준이 25bp로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듯한 모습이지만, 빅컷 가능성도 '열어두고' 접근하는 중이란 평가도 나온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 금리 전략가는 "해석하기 까다로운 고용보고서로 인해 투자자들은 9월 FOMC 회의에서 25bp 인하할지, 50bp 인하할지를 놓고 추측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슬러 파이낸셜 그룹나우의 토니 파렌 금리 영업 및 트레이딩 담당 상무는 "금리는 50bp가 아니라 25bp 내려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더욱 둔화한 것으로 나오면 50bp 인하가 될 확률이 50% 이상"이라고 했다.

CPI 등 향후 나올 지표 결과 등에 따라 인하폭에 대한 전망치는 변할 수도 있다.

오는 11일 발표될 미국 CPI의 헤드라인 수치에 대한 예상치는 전월비 0.2%, 전년비 2.6% 정도다. 전달엔 각각 0.2%, 2.9% 오른 바 있어 이번엔 전년비 수치가 더 둔화된다는 예상이다.

근원CPI는 각각 0.2%, 3.2% 상승해 전월과 같은 수치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시장에선 또 한은이 연준 금리 인하 강도를 보면서 인하 시기를 조율할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이 9월에 빅스텝을 단행하면 (9월 금리결정회의가 없는) 우리는 10월에 내리고,연준이 25bp씩 꾸준히 인하하는 루트로 간다면 한국은 금융안정 이슈를 더 챙겨본 뒤 11월부터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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