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3-14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빅컷이 좋은 채권과 침체없는 스몰컷 좋은 주식

  • 입력 2024-08-16 11: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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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1분 현재 아시아 금융시장 주요 가격변수, 출처: 코스콤 CHECK

11시1분 현재 아시아 금융시장 주요 가격변수,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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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경제지표 발표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의 연준 금리인하폭에 대한 전망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7월 고용지표 확인 뒤 9월 FOMC의 50bp 인하 전망이 급부상했다가 현재는 25bp 가능성이 증폭되는 등 시장 기대감이 계속 변하는 중이다.

전날 국내 금융시장이 광복절로 휴장한 사이 미국 물가는 예상 수준으로 나왔으며, 소매판매와 주간 실업지표는 전망보다 양호한 수치를 보여줬다.

이후 연준의 '빅컷'에 대한 기대감은 현저히 저하됐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오는 9월 25bp 인하 확률을 75%까지 높였다. 따라서 50bp 인하 확률은 20%대 중반으로 낮아지는 등 금리 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졌다.

■ 금리인하 적극 반영한 채권시장, 스몰컷은 좀...

채권시장은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연동해 금리 레벨을 크게 내려봤다.

국고3년 금리는 이달 5일 2.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고용지표 둔화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0bp 가까이 빠지고 2년물은 25bp 넘게 폭락하면서 그 여파가 국내에 미쳤던 것이다.

이후 국내 금리는 미국채 수익률 상승에 보조를 맞추면서 레벨을 다소 올렸다.

최근엔 국고3년이 2.9%대에서 주로 등락하는 중이다.

전날 2.8%대로 재진입했던 국고3년 금리는 미국채 금리가 소매판매, 주간실업 지표 등이 양호한 모습을 보여 미국채 금리가 뛰자 다시 2.9%대로 올라왔다.

국내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미국 금리인하 폭에 기대감 변동, 한은 스탠스 등을 고려하면서 국내 금리가 내려갈 수 있는 룸을 가늠하는 중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번에 나온 소매판매와 실업지표에 인하 기대감이 떨어졌다. 미국이 침체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연준도 50bp가 아닌 25bp로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며 "여전히 금리가 밀리는 데도 한계가 있지만 국고채 금리가 3% 근처까지 다시 오를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 인플레 우려 덜어낸 미국...경제활동, 고용 데이터 보면서 침체 가능성 가늠 중

미국 상무부가 15일 발표한 7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1% 늘어나면서 예상(+0.3%)을 크게 상회했다. 소매판매는 7천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양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년동기에 비해선 2.7% 상승했다. 6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보합에서 -0.2%로 하향 수정됐지만 7월 수치가 워낙 좋았다.

주간 실업지표는 양호했다. 미국의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는 5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청구건수는 22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7000건 줄었다. 청구건수 예상치는 3000건 늘어난 23만5000건 수준이었지만 이를 크게 밑돈 것이다.

하지만 이 지표들이 나오기 전인 14일 발표된 CPI는 디스인플레이션 진전에 힘을 실어줬다.

4개월 연속 디스인플레가 진전되자 연준의 9월 금리인하에 힘이 실렸다.

헤드라인 물가가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대(2.9%, 전년비)로 하락한 것이다. 근원물가도 6월 3.3%에서 3.2%로 내려왔다.

CPI 지표가 나왔던 14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0.60bp 하락했으나 2년 구간은 2.75bp 상승했다. 2년 구간 금리는 이미 PPI 둔화를 확인하면서 9bp 가까이 레벨을 낮춘 뒤 CPI 때는 다소 레벨을 올린 것이다.

최근 지표들은 인플레 둔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시장은 이제 디스인플레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함께 고용이나 경제활동 지표에 대한 관심도 높이면서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간밤 미국채 시장은 소비지표와 고용관련 데이터가 망가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2년 금리를 13bp 높이고 10년 금리도 7.5bp 가량 띄우면서 추가적인 데이터를 대기하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7월 FOMC가 이중책무를 강조했다. 이후 7월 고용보고서 발표 때부터 고용과 경제활동 지표에 대한 금융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8월 고용지표 발표 전후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주식시장은, 침체 없는 스몰컷 인하가 더 좋아

주식시장은 최근 큰 홍역을 치렀다.

미국 경제 침체 우려와 맞물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크게 긴장한 뒤 지금은 다시 반등하는 중이다.

주식시장은 오랜기간 'Bad is Good'을 들먹이면서 경제지표가 나빠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나빠진 경제지표들이 경기 침체로 귀결된다면 결국 기업 이익 저하 등으로 주식을 계속 살 유인이 떨어진다.

따라서 지금은 인플레 둔화와 경기 연착륙이라는 조합을 최고로 치면서 기대감을 다시 끌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 지수는 14일 보합(+0.03%)을 나타낸 뒤 다음날 양호한 소매판매를 확인한 뒤 2.34% 급등했다.

나스닥은 13일 PPI 둔화 등을 확인한 후 2.43% 점프한 바 있다. 이후 예상한 수준의 둔화를 나타낸 CPI 구간에선 숨을 고른 뒤 소비가 강력하다는 점을 확인한 뒤 다시 뛴 것이다.

주식시장에선 경기침체로 빅컷이 나오는 것보다 디스인플레 속 경기 연착륙으로 연준이 스몰컷을 통해 경제 흐름을 관리하는 게 낫다는 인식들도 보인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사실 이번주 주식시장 관건은 미국 소비자물가보다 소매판매였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1.0%, 자동차와 가스 제외한 소매판매는 0.4% 증가해 예상치(0.4%, 0.1%)를 큰폭 상회했다"면서 "7월 ISM 제조업지수, 7월 고용지표 쇼크 이후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시장도 한숨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식시장은 금리인하 폭도 폭이지만 이제 미국 경기가 연착륙 경로를 착실히 밟아갈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류 연구원은 "우리는 미국 경기의 침체보다 연착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는 있다"면서 "다만 기준금리 인하 이전까지 확실히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기 보다는 지표들도 혼재된 모습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실 7월 고용, 소매판매 지표 모두 허리케인 등의 일시적인 요인들이 가세해 추세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지표들이었다. 일단 시장이 한숨은 돌렸으나 8월 지표들의 추가 확인도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제 미국의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는 확실한 듯하다"면서 "결국 8월 고용지표가 금리 인하폭과 관련한 최대 변수"라고 진단했다.

그는 "주식시장 입장에선 침체에 따른 50bp 인하보다 경기 연착륙 기대에 따른 25bp 인하가 더 나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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