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17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폭락 후 반등한 아시아 주가...주식시장 균열 확인한 뒤 연준 압박 증가

  • 입력 2024-08-06 14:5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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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시51분 현재 아시아 주가지수와 금융 가격변수,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시51분 현재 아시아 주가지수와 금융 가격변수,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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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연이틀 폭락했던 아시아 주가지수가 반등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대 낙폭(234p)을 기록하면서 추락한 뒤 이날은 반발매수로 상승했다.

장 초반엔 코스피200선물이 기준가격 대비 5% 이상 상승해 1분간 지속되자 5분간 프로그램매수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지난주 금요일과 전날 주가지수가 폭락한 뒤 이날은 급반등하자 냉정하라는 신호가 4년 2개월만에 나온 것이다.

최근 미국 경기침체 우려와 일본의 금리인상 신호가 주식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한 뒤 시장은 일단 낙폭과대를 되돌리려는 노력을 지속 중이다.

■ 냉정 찾는 흐름...과도한 폭락분 되돌림 시도 지속

오랜기간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는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연결돼 '나쁜 게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고용지표 둔화 등이 리세션 우려로 귀결되면서 금리 인하보다 '침체'가 더 무섭다는 평가로 연결돼 주가가 폭락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 낙폭보다 아시아 시장의 타격이 더 컸다.

이달 들어 나스닥 지수는 1일 2.30%, 2일 2.43%, 3일 3.43% 하락해 3일간 7.95% 하락했다.

반면 국내 코스피지수는 2일과 5일 이틀간 3.65%, 8.77% 폭락하면서 2,441.55로 주저앉았다. 이틀간 12.1% 급락한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선 이젠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100p 넘게 오르기도 하는 등 힘을 내면서 다시 2,500선 위로 올라왔다.

전날 12.4%나 폭락했던 일본 니케이225는 이날 장중 10% 가량 급등하는 등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이번 폭락으로 PBR, PER 등 국내 주식시장 지표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만큼 싸져 레벨을 다시 올리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다만 주가가 반등했지만 일단 크게 한번 균열이 온 만큼 단기간에 이전 수준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들도 내놓고 있다.

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지수 2,500선 아래는 다들 과도하다고 얘기를 했고 결국 이날 다시 2,500선은 회복했다"면서 "일단 이틀간 악재를 과잉 반영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한번 크게 당한 데다 미국 침체 우려도 살아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큰 균열 온 상황...AI 실적 불확실성에 경제지표 둔화 얹혀지자 주가 폭락

8월 초입부터 글로벌 주식시장에 큰 균열이 발생한 이유는 미국 대표기업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 속에 미국 경제지표가 '침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제조업 PMI 부진, 고용지표 상의 신규고용 급감과 실업률 상승 등은 아시아 시장을 더 크게 흔들었다.

미국 침체 가능성에 따른 위험회피 성향이 아시아 시장을 더욱 몰아붙인 것이다.

주가가 8월 들어 폭락한 이유는 이미 AI 실적 낙관론 퇴조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에서 경제지표 둔화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나온 미국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지만, 이런 양호한 실적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던 게 사실이다.

즉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이 도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확실성이 있었던 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시의 미중 반도체 갈등 심화 가능성 등이 작용했다.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M7 종목들의 주가는 7월 중순 이후 월말까지 10% 가까이 급락한 상태였고 TSMC, 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들도 맥을 못 추던 상황이었다.

AI와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던 와중에 미국 지표가 부진을 나타내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즉 7월부터 지속적으로 누적된 주식 고평가 부담이 8월 초 경제지표를 확인한 뒤 셀오프로 이어진 셈이다.

현재 미국 현지에선 주가 향방성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JP모간 등 다수 미국 금융사들은 "시장심리 회복을 위해선 빅테크 반등이 필요하지만 미국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주식투자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곧바로 불안을 걷어내기 어려운 데다 당장 흐름을 크게 바꿀 재료가 없다고 본 것이다.

시장이 악재의 위세를 확인한 데다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 중동 전쟁 위험 등 정치적 이슈의 불확실성도 이어질 수 밖에 없어 편하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진단들도 많다.

■ 금리인하 강도 높이라는 목소리...강해진 시장의 '빅컷' 요구 vs 상대적으로 느긋한 연준

시장에 큰 균열이 온 만큼 연준의 스탠스도 중요해 보인다.

월가 등에선 연준이 빅컷 등 보다 강도높은 금리인하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란 주장들도 나오는 중이다.

블랙록 CIO 릭 라이더는 고용지표 발표 뒤 "연준은 시장 기대에 부응하고 경제 현실을 고려해서 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7월 비농업 고용지표 약세는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의 거의 모든 지표에 걸쳐 고용이 둔화되고 있다는 첫 번째 분명한 신호"라며 "인플레이션 고려시 연준의 기준금리가 너무 높다"고 했다.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5일 CNBC에 나와 "실망스러운 고용지표가 나온 만큼 연준은 기준금리 75bp를 긴급 인하해야 한다. 그리고 9월 FOMC 회의에서 75bp를 추가 인하하는 게 최소한의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9월 FOMC까지 기준금리를 150bp나 내리라고 주장한 것이다.

시겔은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너무 높은 상황이어서 조속히 기준금리를 3.5%에서 4% 사이에 맞춰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은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90%나 하락했지만, 기준금리가 전혀 (아래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경제의 불황이 임박했다"면서 "9월에 큰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시장에선 연준이 7월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연준의 인하 실기 논란이나 다시 늘어나는 과감한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평온한 편이다.

금리선물 시장이 9월 50bp 인하 가능성을 80% 가까이 반영한 데 비하면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은 느긋한 편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스코 연은 총재는 5일 "올해 후반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분기에는 정책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얼마나 조정해야 하고 언제 조정해야 하는지는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따라 크게 달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고용지표 발표 뒤 "일자리 증가 수준은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했다"면서도 "전월보다 11만4000명 늘어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바킨은 "앞으로 두 차례 고용, 인플레이션 수치 및 많은 활동지표가 발표되기 때문에 9월이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특히 7월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선 "7월에 움직였으면 너무 빨리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7월 금리 동결이 '실수'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균열 확인한 주식시장...연준이 '의지'가 관건이란 진단들도

시장에선 최근 급락한 주가지수의 반등 추가 강도와 관련해 연준이 얼마나 친시장적으로 나오느냐가 핵심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이제 주식시장이 경제지표 둔화를 '호재'로 받아들이던 단계에서 벗어나 경기침체 두려움와 연준의 의지 사이에서 결정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보인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침체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시장의 경계감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박에 없다"면서 "금융시장의 침체 불안 심리를 해소해줄 수 있는 건 연준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음 FOMC회의에서 금리인하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연준 이사들의 경기 판단 및 향후 정책 경로 확인이 중요하다"면서 "주식시장이 경기 연착륙 유도에 대한 연준 의지를 확인한다면 시장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경기 판단을 두고도 논란은 이어지는 중이다.

이달 들어 ISM 제조업을 시작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긴 했지만 ISM 서비스업은 다시 확장국면에 해당하는 수치를 보여주면서 침체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아울러 지난 주말에 나온 고용지표에 대한 평가가 과장된 것이었다는 목소리도 남아 있다.

예컨대 실업률 상승으로 '샴의 법칙'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수요 감소보다는 공급 증가가 그 원인이었다거나 허리케인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고용지표에 대한 평가가 왜곡됐다는 주장들도 엿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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