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11시18분 현재 국채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높아진 美 리세션 가능성과 금리 폭락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의심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채 가격 급등과 주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커져 있다. 지난 주말에 나온 미국 고용지표는 이런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켰다.
미국의 급격한 고용 냉각, 제조업 부진 장기화, 소비 둔화 본격화 가능성 등으로 리세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경기 침체 시그널을 높인 가운데 금융시장을 둘러싼 다른 불확실 요인들도 산적해 있다.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기도 했지만 해리스의 선전 가능성도 부상하는 등 미국 정치 이슈도 예단하기 만만치 않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BOJ는 금리를 인상한 뒤 추가 인상 시그널을 주면서 엔 캐리, 달러 캐리 트레이드 변화에 따른 수급 요인에도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마스 지도자의 변고로 중동에선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우려도 있다.
이처럼 여러 재료들이 얽혀 있어 혼란스러운 가운데 시장은 일단 안전자산선호를 대폭 강화했으며, 국채 시장의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
■ 美 침체 가능성 커지던 가운데 1차 방점 찍은 '고용지표'
현지시간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고용지표는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11만4000명 늘었다. 이는 예상치 17만6000명을 크게 하회하는 결과였다.
실업률은 4.3%으로 집계돼 예상치(4.1%)를 상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2% 올라 예상치(+0.3%)를 하회했다. 전년 대비로도 3.6% 상승해 예상치(+3.7%)를 밑돌았다.
미국 고용지표로 전반적으로 '경기 냉각'에 힘을 실어줬다. 또 지난 1분기에 보였던 예상보다 양호한 상승세 역시 확연히 꺾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업수당 청구가 늘고 제조업 경기가 약화되는 신호를 확인한 다음날 고용지표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리세션 관점이 크게 부각됐다.
지난해까지 2년간 이뤄졌던 금리인상 기간 동안 노동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지표들은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샴 룰(Sahm Rule)도 계속해서 큰 관심이다.
실업률의 3개월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의 최저치보다 최소 0.5%p 상승할 때 발동되는 샴 룰의 조건을 채우면서 시장에선 '더 큰 폭'이나 '더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금리 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감 커져
최근 미국에선 연준이 금리 인하를 아끼다가 이미 인하 시기를 '실기'했다는 주장들이 나오곤 했다.
이후 고용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으쓱해졋다.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CME 페드와치 툴에선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내릴 것이란 기대감이 20% 남짓한 수준에서 70%에 육발할 정도로 커지기도 했다.
미국 금융사 애널리스트들도 인하 기대감도 커졌다.
미국 금융사들은 연말 기준금리 수준 전망치를 일단 5%에서 4.75%로 내렸다.
대략 금리 인하폭 25bp 기준으로 9월부터 3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다고 보고 있다.
연준이 듀얼 맨데이트(이중책무)에서 고용에 대한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어 금리 인하 강도가 당초 예상보다 강화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선물시장이 연내 100~125bp 인하를 반영하는 모습을 것에 비해 보수적인 수치지만, 어찌됐든 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JP 모간 같은 곳은 9월과 11월에 각각 50bp씩 금리를 내릴 것이란 연속 '빅컷' 인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고용지표, 과도한 해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하지만 이번 고용지표에 대한 시장 반응이 과도하다면서 '허리케인' 요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바클레이즈나 BoA 등은 날씨 때문에 제대로 근무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노동자 수가 5.9만명에서 43.6만명 대폭 늘어나고 일시적 해고에 따른 실업자가 24.9만명 증가한 것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지표의 수치가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8일 텍사스에 허리케인 Beryl이 강타했고 마침 그 주간이 고용통계가 집계되는 기간이었다(12일이 속한 주)면서 이를 점들을 발라내고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실업자 증가는 일시해고(6월 81.3만→7월 106.2만 명)에 주로 기인하며, 이 숫자가 6월 수준을 유지했을 경우 실업률은 실제보다 0.15%p 낮았을 것(4.1%)"이라고 분석했다.
7월 고용지표만으로 노동시장 급랭이라고 해석하기 어렵고, 샴룰을 고안한 클라우디아 샴조차도 현재 상황이 리세션과는 거리가 있다는 견해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지표 부진은 허리케인에 의한 마찰적 충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날씨로 인해 출근하지 못했다는 인원이 1월 이후 가장 많은 46만명을 기록했는데 기업 서베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지표를 둘러싼 논란을 감안할 경우 지표들은 몇 번 더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굳이 고용지표가 아니더라도 다른 경제지표 상에서 균열이 나타난다면 침체에 힘이 실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달리는 금리...'과도하다' vs '과도하다는 주장 지금까지 모두 기각'
지난 2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8.95bp 폭락한 3.7890%를 기록했다.
같은 날 국채2년물 수익률은 단숨에 3%를 뚫어냈다. 2년물 금리는 26,80bp 폭락한 3.8820%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7거래일 연속을 레벨을 낮춰 이 기간에 무려 50bp나 레벨을 내렸다.
금리 인하에 예민한 2년물 수익률은 7월 22일만 하더라도 4.5175%였으나 9거래일 후인 이달 2일 기준으로 3.8820%로 낮아져 있다. 이 기간 금리 레벨을 64bp나 낮춘 것이다.
이같은 미국채 금리 레벨 다운 분위기 속에 국내 국채금리도 3년, 5년, 30년 등의 금리가 이미 2.8%대로 내려갔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국내 투자자들이 레벨 부담이나 한은의 매파적 발언 등을 감안하면서 조심스러워했으나 결국 글로벌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나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금리 레벨은 더욱 부담스러워졌지만 숏커버 리스크라는 수급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여전히 외국인이 힘을 통해 상황을 정리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레벨 부담으로 장이 밀리더라도 매수가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더 주의해야 할 것은 숏을 구축한 세력들의 커버 물량이 나올 수 있는 위험이 더욱 커진 점"이라고 밝혔다.
한국 기준금리가 3.5%인 상황에서 국고채 금리가 2.8%대까지 내려온 것은 과도하지만, 지금은 레벨에 집착할 때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이 급하게 태세 전환을 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과잉 반응이라는 평가들도 보인다.
다른 딜러는 "미국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인하 가능성도 당연히 커졌지만 기준금리 3차례 인하로 급격히 돈 분위기 등은 반작용을 부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