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0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외국인이 만든 국고채 금리 3%...외국인에 달려 있는 금리 2%대 진입

  • 입력 2024-07-16 14:0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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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시50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가격,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50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가격,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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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 물가·고용지표의 둔화, 파월의 도비시한 발언 등으로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되자 한국의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시장에선 연내 9월, 12월 2차례 인하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엔 3차례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기대도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국내 시장 일각에선 우리도 두 차례 인하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기대감이지만,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분위기는 외국인의 가열찬 선물 매수가 조성한 것이다.

최근 금통위 등에서 확인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중시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시장의 밀어붙이기는 과도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레벨 부담을 느끼면서도 외국인 선물 매수로 어쩔 수 없다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국고 3년이 3%로 거의 와서 조만간 금리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국내 투자자들은 더 내려가는 것을 과하다고 보지만 외국인 선물 매수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 국고3년, 국고5년 3% 압박...이번에도 되돌림 될까

국고3년, 국고5년 금리 등은 3.1%를 하회하면서 3.0%대로 내려왔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선물 매수가 금리 레벨을 끌어내리면서 국고채 금리들이 3%에 근접하고 있다.

국고3년 금리가 전날 3.0%대로 진입한 뒤 이날은 5년 금리도 3.0%대로 떨어졌다. 30년 등 초장기구간 금리도 3.0%대로 내려오는 등 금리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엔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가 3% 근처에서 막힌 바 있다.

국고3년 금리는 2022년 5월말부터 3%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금리 등락 과정에서 국고채 금리가 3%에 근접하는 일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2%대 진입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수년간의 3% 근처에서 느꼈던 레벨 부담과 차이도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한국의 금리 인상은 2023년 1월을 끝으로 종료된 상태다. 현재는 한미 모두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인하 강도가 관심이다.

금리인상기 국고채 금리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2년 10월이었으며, 이후 금리가 낮아지다가 작년 10월 다시 4%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올라온 바 있다.

국고채 금리는 최근 몇 년간 2022년과 2023년 가을에 기록한 이중천장을 상단으로 하락한 상태다.

■ 국고채 금리 2%대로 간다면 '외국인의 이름으로'

국내 투자자들은 현재 레벨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지만 외국인은 계속해서 선물 매수로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중이다.

외국인은 6월부터 지속적으로 선물을 매수하는 중이며, 최근 미국 물가·고용지표, 파월의 발언 등도 기대감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3년 선물을 7만개, 10년 선물을 4만개 가량 순매수한 상태다.

6월의 가열찬 매수 이후 7월에도 선물 매수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6월 이후 3년 선물 순매수는 22만개, 10년 선물은 13만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투자자들은 국고채 금리가 2%대 진입한다면 이는 '외국인의 이름으로' 이뤄질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증권이 계속 선물을 팔고 외국인은 샀다"면서 "외국인이 계속 사고 로컬이 선물 숏을 커버하면 2%대 국고채 금리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C 증권사 딜러도 "국고채 금리가 2%대로 간다면 이는 외국인 의지"라며 "하지만 도저히 이 분위기 자체는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에 의해 금리가 끌려내려가는 대단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현재 분위기는 연내 미국 3번, 한국 2번?...잔뜩 달군 분위기, 식힐 주체도 결국 외국인

금리가 2%대로 더 내려가기 위해선 최근 도비시해진 연준이 금리인하로 좀더 기울고 연내 한은이 복수로 금리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하지만 현재 금리 레벨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이 연내에 2번을 내려가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분위기라는 진단도 보인다.

다만 로컬 투자자들은 이 수준에서 금리 추가 하락을 부담스러워 하더라도 결국 결정권은 외국인에게 있다는 평가도 많다.

D 은행의 한 딜러는 "지금의 흐름은 외국인이 6월부터 만들어 온 장"이라며 "국내 기관들은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분위기이며, 계속 외국인 선물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어서 이들의 수급에 따라서 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향을 돌리기 위해선 미국 지표나 국내 요인, 환율이나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금리 하락 모멘텀이 사라지는 계기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사실 지금 원화도 금리 인하를 2번은 충분히 반영하고 추가로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추가 하락 여력이 있나 싶다. 그래도 수급으로 당기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또 국고채 금리가 3% 근처에서 여러차례 막혔던 경험이나 외국인이 선물 매매 방향을 튼다면 금리가 튈 수도 있어서 이 지점에서 매수로 접근하는 리스키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E 증권사 중개인은 "미국의 연내 3회 인하 확률보다 한국의 2회 인하 가능성이 더 낮은 상황"이라며 "FOMC도 7월 인하가 없으면 3회가 만만치 않아 지금의 금리 흐름 자체는 지나치다"고 밝혔다.

■ 2번 넘는 인하 바라는 듯한 모습...외국인 보면서 유연한 대응

국고채 금리가 3%에 바짝 붙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외국인의 선물 매수 공세와 밀리면 사자는 스탠스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게 나을 것이란 조언도 나오고 있다.

F 운용사 매니저는 "국고3년 금리만 보면 2번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했으며, 지금은 그 다음 스텝까지 시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0월 기준금리 인하도 확실치 않은 국내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미 가격으로 접근하는 단계를 넘어선 게 아닐까 싶다"면서 "금리 3.20% 내외에서 한 차례 차익 실현하고 재매수로 접근하려했던 기관들이 많은 상황이어서 당장 많이 밀리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결론은 '외국인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외국인이 포지션을 바꾸지 않는 이상 3.0% 아래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면서 "금리 하단을 미리 정해두고 접근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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