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08 (일)

(장태민 칼럼) 한국부동산원, 통계왜곡의 기저효과

  • 입력 2024-07-12 15:3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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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

자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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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가격 주간 상승률(8일 기준)은 5년 10개월만에 최대인 0.24%로 잡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보면 16주 연속으로 상승한 것이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20~2021년 집값 폭등기의 상승률도 웃도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 집값이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근 6년만의 최대상승률'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 아파트값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2020~2021년 당시를 뛰어 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은 이번주 발표한 수치가 2018년 9월 넷째 주의 0.26% 상승 이후 가장 높다고 했다.

■ 집값 상승 기대감은 '정당'...과거 엉터리 수치는 그대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공급 부족이다.

또 2021년 가을 이후 도래한 주택거래 절멸기 때 집을 사지 못하고 누적돼 있던 대기매수 수요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급등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건설 비용이 올라 분양가가 뛰었지만 그나마 수지도 맞지 않아 공급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공급발 집값 상승 리스크가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한국부동산원이 전날 발표한 주간 상승률 0.24%를 두고 '5년, 6년만의 최대상승률'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을 호도하는 면이 있으며, 사실도 아니다.

사실 몇년 전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수치는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람들의 '체감'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2020~2021년 집값이 폭등할 때도 한국부동산원은 기껏해야 주간상승률을 0.2% 남짓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 한국 부동산원과 KB 데이터의 최근 움직임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는 집값 동향을 빨리 포착한다.

KB 데이터보다 표본이 작지만 대단지 중심이기 때문에 '변화'를 반영하는 데는 빠르다.

이번주 데이터까지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KB 데이터를 보면, 지난 5월 20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0.01% 상승하면서 플러스 전환한 뒤 조금씩 상승폭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KB가 시장의 '변화'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부동산원보다 굼뜨지만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더 유용한 측면이 있다.

KB가 내놓은 이번주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0.12%다. 이 수치는 물론 2021년 11월 29일 기준 상승률 0.13% 이후 2년 7개월 남짓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하지만 KB 상승률과 한국부동산원의 수치가 보여주는 간극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 5년 10개월만에 최고 상승률?...그 말은 틀렸다

모두가 아는 2020년~2021년은 서울 아파트값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으로 오른 시기다.

그런데 당시엔 부동산 '통계' 논란도 뜨거웠다.

김현미 전 국토장관도 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2020년 7월 29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정부 기본 통계상으로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당당하게 말한 바 있다.

당시 시민단체 경실련이 14%가 아니라 53% 올랐다고 반발했으나 김 장관은 '국가 공인 통계를 말할 수 밖에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했다.

이미 그 당시 주택통계 데이터에 예민한 사람들 중엔 한국부동산원의 '조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필자도 당시 정부 데이터와 시중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들러 여러차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결국 KB가 현실을 반영한 데이터였으며, 일각에선 뜨거운 분위기를 반영해 KB 수치마저 보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의 부동산값 폭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계급 분화'가 급속히 이뤄졌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시기 출산률 감소 '3차 파동'이 나타나는 등 한국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폭등기인 2020~2021년에 발표했던 주간 상승률 데이터는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국가 부동산 통계기관이 주간데이터를 발표하면서 '5년 10개월만에 최대 상승률'이라고 하는 것은 두번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 2018년 하반기부터 크게 달라진 KB-부동산원 통계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 이유는 '부동산 급등기'의 수치를 너무 적게 잡은 데 따른 착시 효과가 크다고 봐야 한다.

이는 KB와 한국부동산원을 데이터를 같이 놓고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통계 수치는 작성하는 기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표본의 크기, 집계 방식 등이 차이 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큰 흐름에선 통상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KB는 과거 주택 통계를 내던 주택은행 통계를 모태로 한다. 두 은행이 합병된 뒤 KB에서 주택은행이 내던 통계를 계속 산출하는 것이다.

이후 한국감정원(한국부동산원의 옛이름)은 '국가통계'를 민간에 맡길 수 없어 주택은행 통계를 기반으로 수치를 만들어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큰 흐름에서 한국감정원과 KB 통계는 같이 가야 하지만, 2018년 후반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KB 통계상으로 주간 서울아파트 상승률이 0.5%가 넘는 폭등인데도, 한국감정원 통계는 0.1%도 안 되는 경우들이 나타났다.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통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토장관이 '우리 통계를 보면 집값 별로 안 올랐다'는 식의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했던 것이다.

그 '우리' 통계는 국민이 활용해야 할 통계였고, 정책에 활용해야 할 통계였지만, 이미 심하게 오염돼 있었다.

■ 집값은 오르는데...통계는 아직도 제대로 정비 안돼

집값이 52주, 즉 1년 동안 매주 0.1% 정도 상승하면 1년에 5.3% 남짓 오른다.

반면 매주 0.5% 폭등하면 집값 상승률은 29.6%에 달해 30%에 육박하게 된다.

몇년 전 집값 폭등기에 KB가 주간 상승률 0.5% 이상을 잡을 때 한국부동산원은 0.1%도 잡지 않은 기록이 남아 있다.

필자도 그 당시 도저히 KB와 국가통계기관의 차이가 납득이 되지 않아 '뭔가 있다'고 말을 해 주변에서 핀잔을 들었던 생각이 난다.

정권이 바뀐 뒤 감사원은 '부동산 통계조작'이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도 정부는 '국가 공인 통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뒤 다시 실상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

언론은 근 6년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 나타났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 통계를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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