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9-0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매파 총재 확인한 시장...다시 늦춰지는 인하 시점과 남아 있는 기대감

  • 입력 2024-07-11 14:0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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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월 금통위 모습

사진: 7월 금통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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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 시장 금리가 올랐다.

6월 CPI 상승률이 2.4%로 둔화되고 '주변인'들의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진 뒤 열린 금통위에선 시장이 예상하던 '소수의견'도 없었다.

이창용 총재는 금융안정을 더 강조하면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 조정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7월 소수의견, 8월 인하'라는 구도는 일단 흐트러졌다.

■ '열어두자' 두 명으로 늘었지만 '한은 점도표' 기준으로 하면 10월 인하도 어려워

한은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 기준으로 6명의 금통위원 중 '인하 열어두자'가 2명, '지금 수준 유지하자'가 4명으로 나타났다.

인하 열어두자는 위원이 1명 더 늘긴 했지만 3개월 뒤면 10월이 되기 때문에 이 구도라면 10월 인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기 전 10월 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 금리 인하 시기였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8월 인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10월 이후로 회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은 점도표는 10월도 동결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 얘기를 기준으로 하면 10월 인하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10월 인하 역시 미국 9월 인하를 기준으로 한 전망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재는 다시 미국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금리 인하를 더 미루면 한국 인하 순번도 되밀릴 수 있어 연내 인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C 증권사 중개인은 "이제 다시 미국 9월, 한국 10월이 인하의 기준 시점이 되는 것 같다"면서 "오늘 총재가 시장이 앞서갔다고 친절하게 경고장도 배달했다"고 평가했다.

■ 밀리는 데 한계 보이는 시장..."어차피 10월? 미국 패 한번 더 보자"

한은 총재의 매파적인 발언 대비 시장이 잘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최근 국고3년 금리가 3.1% 아래 쪽은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매파적 금통위를 접한 뒤에도 여전히 3.1%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C 증권사 중개인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 대비 장은 많이 밀리지 않았다"면서 "투자자들이 어차피 10월엔 할 수 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리고 오늘밤 미국 CPI도 있으니, 이 패를 한번 까보고 싶어한다. 내일도 중요 이벤트가 있는 만큼 롱을 잡은 플레이어들이 패를 한 번 더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미국 지표나 파월 의장의 발언 등이 미국의 9월 인하 기대감을 더욱 강화시킨 데다 미국 CPI가 전망 수준 만큼 나와도 금리 인하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미국의 지난 5월 CPI 헤드라인 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3% 올라 2개월 연속 둔화세를 나타냈다. 이번엔 3.1% 내외로 추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근원 CPI는 지난 3월 3.8%로 제자리 걸음한 뒤 4월 3.6%, 5월 3.4%로 다시 둔화세를 나타냈다. 이번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약간 정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D 운용사 매니저는 "8월 인하가 힘들어졌지만 어차피 한은은 미국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 "최근 미국의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정보가 많아진 가운데 당장 미국 CPI가 주목되며, 파월 역시 금리인하를 '열어둔다'는 입장을 확실히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선물을 매수하면서 시작했지만 매파적 금통위 확인 뒤엔 매수세가 주춤했다. 다만 적극적으로 장을 밀지도 않고 있다.

■ '금융안정' 비중 키운 한은...불확실성 커진 인하 시점

이날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금융안정' 비중을 높였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안정에 대한 한은의 확신도 강해졌지만, 동시에 금융안정에 대한 부담도 커진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5월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시 주담대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이 이슈는 5월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수도권 부동산이 완만히 올라갈 것으로 봤는데,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고 했다.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현재의 고금리 유지 기간 영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방에 나와 있는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유지할 필요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간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경제 상황 변화, 금융안정 유지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어떤 기간이 충분히 장기라는 말을 하긴 어렵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특히 모든 금통위원이 한은의 잘못된 시그널로 집값이 더 자극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하거나 인하 시점과 관련된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한다는 점에 금통위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 시점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당장은 투자자들이 10월 인하 기대를 높일 수 있으나 이 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9월 스트레스 DSR 실행을 앞둔 막차 대출 수요로 8월까지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8월 인하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재는 외환시장의 변수에 대해 한-미 기준금리 차 뿐 아니라 정치적 불확실성도 언급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총선은 마무리가 됐지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한은은 10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하기에도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11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만약 한은이 11월에도 동결하면 금리 인하는 내년으로 넘어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과 연계된 고환율 여파,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 반등, 가계부채 증가 등의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리인하의 신중성이 아직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면서 "8월 금리인하는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9월 스트레스 DSR 실시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얼마나 잡힐 수 있을지 여부가 10월 금리인하 실시의 주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늦출 명분을 찾고 있기 때문에 매수를 서둘지 말고 수급을 보면서 적절히 접근하는 게 낫다는 조언도 보인다.

E 운용사 매니저는 "한은은 물가 안정 가능성이 높아지니 이제 수도권 부동산 때문에 금리를 못 내린다고 한다"면서 "10월 가면 미국 대선 보고 결정한다며 또 못 내릴 것으로 보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추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 스케줄을 감안해 가격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무의미해진 만큼 외국인 선물 포지션 손절이 나오는지 확인한 다음에 재매수로 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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