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메리츠증권은 10일 "엔화 절상의 키가 여전히 미국에 있다"고 전망했다.
박수연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자합의가 있었던 1980년대 수준까지 달러/엔 환율이 상승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통화는 엔화이며, 엔화가 원화 등 아시아 통화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이다.
박 연구원은 "엔화와 아시아 통화의 상관관계를 그린 이론 중 Flying Geese Theory가 있다"면서 "아시아의 경제 발전을 묘사한 이론으로, 경제 우두머리인 일본을 따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순차적인 발전 단계 때문에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 아시아 국가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면서 "우두머리 국가인 엔화 가치는 절하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한편, 후발주자로 경제가 발전한 중국에는 품질 경쟁력에 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개별 국가들의 경쟁력 약화가 곧 통화가치 절하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엔화 절하가 두드러진 지금의 외환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엔화 절하 때문에 아시아 국가로의 자본 유입은 둔화된 한편, 수출 경쟁력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절상되기 위해서는 엔화 절상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의 내수 경기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일본은행이 섣불리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9월 FOMC에서의 첫 인하를 선반영해 3분기 중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데 연동돼 엔화도 절상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 엔화 가치 절하폭이 이례적으로 큰 만큼 엔화 절상폭은 여타 통화에 비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 플라잉 기스 이론
Flying Geese Theory(기러기 편대 모델)란 일본의 경제학자 아카마쓰 카나메(赤松要)가 1960년대에 발표한 경제 발전 모델이다.
기러기 떼는 날아갈 때 V자 형태로, 우두머리 기러기를 다른 기러기들이 쫓아간다. 이와 유사하게 기술 이전과 산업 발전 또한 선진국의 기술을 신흥국이 쫓아가는 형태라는 주장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선진국은 기술이 확산되면 고부가가치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산업은 생산비용이 낮은 신흥국으로 이전되는 방식으로 경제가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Flying Geese Theory는 아시아의 발전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이론에서의 아시아 경제 우두머리는 일본이다. 일본은 1950~1960년대부터 경공업, 중공업, 기술집약적 산업에 이르기까지 산업 구조를 고도화했다.
뒤이어 1980년대에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산업화를 추진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에 동남아시아와 중국이 발전했다.
1960년대에 발표된 해당 이론은 1990년대 들어 두 가지 이유로 재조명되었다.
첫째, 당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특히 Flying Geese Theory에서 주장했듯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공업부터 기술 집약적 산업까지 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둘째,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를 설명하는 한 축이었다. Nomura Research Institute의 Kwan(1999)이 주장한 내용인데, 이론상 경제 우두머리 국가인 일본은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가장 뒤에서 쫓아오는 중국은 품질 경쟁력을 높여 중간 발전단계에 위치한 국가들의 경쟁력과 통화가치가 동반 절하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엔화 절상 키는 여전히 미국에 있어...아시아 국가들은 '기러기 편대 이론' 곱씹어 볼 필요 - 메리츠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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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절상 키는 여전히 미국에 있어...아시아 국가들은 '기러기 편대 이론' 곱씹어 볼 필요 - 메리츠證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