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7-04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늘어나는 '외부인'의 금리 인하 종용...물가둔화와 주요국 인하가 근거

  • 입력 2024-06-17 11: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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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7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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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기준금리를 내리는 선진국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종용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선진 경제권 국가들의 금리 인하 결정이 늘어나고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한은더러 '미국보다 먼저 나서보라'는 훈수도 늘어나고 있다.

일요일인 전날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나서서 금리인하 여건이 충족돼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여당 경제통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인하 종용 목소리 나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일요일(16일) KBS 방송에 출연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내려와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 실장은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3%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은 이미 상당부분 금리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월 국내 근원 CPI 상승률이 2.2%까지 둔화된 부분과 함께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에 동참하는 모습이 한은의 인하 부담을 낮춘다고 풀이했다.

성 실장은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인하하고 있어 우리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한은이 통화정책을 좀더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내수 회복의 핵심을 '물가'로 꼽은 뒤 물가 안정을 바탕으로 한은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내수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여당에서도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지난주엔 여당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언석 의원이 "고금리로 인한 높은 이자비용은 우리 경제에 잽(jab)과 같다. 권투에서 잽을 계속 맞은 선수는 데미지가 쌓여 결국 다리가 풀리면서 무너진다"면서 조속히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가구의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이 5월 기준 20%를 넘어서고 있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역시 지난 1분기 기준 이자부담이 전년대비 53.4% 증가했다"면서 고금리로 인한 민생 고통 완화를 위해 한은이 나서야 할 때라고 했다.

■ 한은, 물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24년 상반기 '물가설명회' 주시

한은도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 금통위 다수의견은 물가가 목표로 수렴해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5월 금통위에선 일부 위원이 "통화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측면에서는 긴축 완화를 위한 필요조건이 점차 충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하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으나, 다수 위원은 디스인플레이션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2일 한은 창립기념사에서 '천천히 서두름' 원칙을 생각할 때라면서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정책을 전환할(금리를 내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당시 "지금은 수면 아래 곳곳의 보이지 않는 암초를 피해 항로를 더욱 미세하게 조정해 나가야 하는 또 다른 어려움을 마주한 시기"라며 인플레와의 싸움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지금은 섬세하고 균형있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은이 물가 관련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낮춘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내일 '물가설명회'를 개최한다.

18일 오후 2시에 이창용 총재가 나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한다.

■ '외부인' 인하 훈수 늘어나는 중...인하기대, 시장금리 레벨 부담의 버퍼 역할

미국의 9월 금리인하 시작 전망이 강한 가운데 최근까지 국내에선 10월 정도에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여전히 미국의 인하를 확인한 뒤 한은이 액션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강한 편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채권투자자들이 대부분 가을, 특히 10월 인하로 몰려 있는 듯하다"면서 "10월 인하 전망이 2/3는 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부인들이 점차 '인하를 종용'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어서 기대감이 커지는 중이라는 진단들도 늘어났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대통령실에서도 조기 인하를 원하는 발언이 나오는 등 인하 분위기를 띄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중"이라며 "한은도 타이밍의 문제일 뿐이라는 인하한다는 입장이어서 내일 물가설명회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하 기대감이 다시 강해지는 구간이다 보니, 시장금리가 레벨 부담에도 밀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C 증권사 중개인은 "채권시장이 레벨 부담으로 쉬어갈 수는 있어도 약해지기도 쉽지 않은 모습"이라며 "미국 인하 가능성과 함께 주변국들도 돌아서고 있어서 밀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각에선 한은이 미국보다 빠른 8월 정도에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물가 불확실성이 줄면서 지금은 지표를 충실히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정책을 결정하는 '데이터 디펜던트' 기조보다 전망에 기반한 '포워드 루킹'으로 회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연준이 강조하고 있는 데이터 디펜던트 원칙은 전망의 실패 리스크가 후행적 대응 리스크보다 더 크다는 것으로 '선제적 대응'이라는 중앙은행의 전통적 원칙과 배치되는 면이 적지 않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 정책 원칙이 Data Dependent에서 기존의 Forward Looking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낮아질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유럽, 캐나다, 스웨덴 등이 목표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금리인하에 나선 까닭은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낮아져 원래 중앙은행의 역할인 ‘전망에 기반한 정책 대응’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따라서 "한은이 Data Dependent 기준을 4분기까지 유지하기보다 유럽, 캐나다 등과 같이 Forward Looking 원칙에 기반한 정책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8월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의 금리 레벨 부담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날은 외국인이 이미 오전 중 3년과 10년 선물을 각각 1만 계약 넘게 대거 매수하면서 금리 레벨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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