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7-04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미 물가둔화 속에 고개든 중앙은행 압박 유혹

  • 입력 2024-06-14 14:0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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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CPI)에 이어 생산자물가(PPI)도 둔화되면서 미국채 금리는 3일 연속 하락하고 나스닥은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분기 예상보다 더딘 물가 둔화 흐름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축소시켰다면 이번 2분기엔 예상을 밑도는 물가 데이터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5월 물가 둔화는 연준이 정책 결정에서 적극 활용하는 PCE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웠다.

■ CPI에 이어 PPI 둔화되면서 인하 기대감 키워

13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5월 PPI는 전월 대비 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치(+0.1%)를 밑도는 결과이자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전월에는 0.5% 오른 바 있다.

5월 P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는 2.2% 상승해 예상치(+2.5%)를 밑돌았다. 전월에는 2.3% 상승을 기록했다.

상품 PPI가 전월 대비 0.8% 하락해 작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 PPI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

CPI에 이은 PPI 둔화는 최근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한 진단을 더욱 강화시켰다.

전날엔 CPI 둔화가 매파적인 연준 점도표를 압도한 바 있다.

5월 근원 CPI는 전월비 0.2% 올라 예상(+0.3%)을 하회했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로는 3.4% 상승해 예상(+3.5%)을 밑돌았다. 이는 2021년 4월(+3.0%)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었다.

5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해 예상(+0.1%)을 밑돌았다. 5월 CPI는 전년 대비로는 3.3% 상승해 예상(+3.4%)을 하회했다. 이는 전월 기록(+3.4%)보다 둔화한 수준이었다.

일각에선 물가 둔화를 근거로 본격적으로 미국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일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지난 1분기와 달리 2분기 들어선 4월 물가지표부터 시장 예상을 밑돈 물가 수치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5월 지표에서 이런 흐름이 더 강화돼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선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더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 CPI, PPI 둔화 확인 후 PCE 물가 둔화에 대한 기대감

이제 시장에선 PCE 물가 둔화 기대감도 보인다.

미국 경기 둔화 가시화 가능성과 함께 오는 28일 발표되는 5월 PCE 물가 둔화 기대감이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인 스탠스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기대하는 모습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2분기 물가지표들의 움직임은 1분기와 확실히 다르다"면서 "지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인 듯하다"고 평가했다.

디스인플레이션 방향이 유효한 데다 PCE 물가 둔화 가능성이 커 금리인하 기대감은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CPI에선 주거비 둔화 추세가 선행지표보다 느리게 나타나면서 CPI 둔화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PCE 물가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CPI보다 작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달 말 발표 예정인 PCE 물가의 경우 CPI보다 주거비에 두는 가중치가 작은 데다 PCE 물가 계산에 활용되는 PPI가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며 전월대비 -0.2%를 기록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PPI도 CPI와 마찬가지로 컨센서스를 하회했으며, 서비스 물가도 전년비 기준 올해 처음으로 상승폭을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리블랜드 연준은 5월 근원 PCEPI 상승률을 기존 2.7%에서 2.6%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CPI, PPI에 이어 PCEPI까지 물가 상승폭을 축소할 경우 금리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도 물가 둔화 흐름 유효

국내 C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에서 11월 3.3%, 12월 3.2%, 올해 1월 2.8%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다가 올해 2월과 3월엔 각각 3.1%로 재반등한 바 있다. 하지만 4월과 5월엔 2.9%, 2.7%로 상승폭을 다시 축소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꾸준히 중기목표(2%) 수준으로 근접해가고 있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올해 들어 2월 2.5%, 3월 2.4%, 4월 2.3%, 5월 2.2%로 꾸준히 레벨을 낮췄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여전히 물가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긴 하나 CPI 상승률이 연말로 갈수록 2%대 초반으로 더 내려갈 것으로 보는 중이다.

정부는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변동성이 큰 품목들을 더욱 면밀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기재부2차관은 이날 물가차관회의에서 "6월 들어 양호한 기상여건과 출하지역 확대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면서 "석유류 가격도 7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품목은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공급을 확대 등 물가안정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미 물가 동시 둔화...금융시장과 주변인의 중앙은행 압박하기

미국 FOMC가 매파적인 점도표를 제시했지만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이 다시금 물가를 근거로 연준에 항거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보인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가 연준을 이기면서 시장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올해 FOMC 금리 인하 횟수가 기존 3회에서 1회로 축소된 것만 놓고 보면 분명 매파적 결과였지만, 나스닥과 S&P500은 올랐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은 5월 CPI를 일회적 결과로 여기면서 통화정책 결정에 신중함을 기한 반면, 시장은 5월 CPI를 기점으로 향후 물가 둔화의 진전을 가정하며 연준과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내외 물가 둔화 흐름에 자신감이 붙자 국내에서도 특정 재료, 혹은 특정 주체가 한국은행의 정책 전환을 압박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미국 물가도 주거비 쪽만 빼면 상당히 누그러졌다. 슈퍼코어 물가는 마이너스를 나타냈다"면서 "국내 역시 물가는 둔화되고 부동산PF 리스크 등 내수 불안은 크니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내리기 전인 8월에도 움직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기대했다.

정부나 정치권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한은을 압박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으며, 실제 그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경제통인 송언석 의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금통위는 7월 11일로 예정돼 있다"면서 조만간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다그쳤다.

기재차관 출신으로 여당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 의원은 "고금리로 인한 높은 이자비용은 우리 경제에 잽(jab)과 같다. 권투에서 잽을 계속 맞은 선수는 데미지가 쌓여 결국 다리가 풀리면서 무너진다"면서 이미 잽을 많이 맞은 자국의 민생경제를 위해 한은은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경기침체와 고금리가 겹치면서 가구의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이 5월 기준 20%를 넘어서고 있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역시 지난 1분기 기준 이자부담이 전년대비 53.4% 증가했다. 고금리로 인한 민생 고통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은의 결단을 촉구했다.

자료: 미국 전년비 CPI 상승률 추이, 출처: 대신증권

자료: 미국 전년비 CPI 상승률 추이, 출처: 대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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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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