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7-07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의 중립금리 컨퍼런스 (1)

  • 입력 2024-05-31 13:5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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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한국은행이 30~31일 이틀간 진행하고 있는 BOK 국제컨퍼런스의 주제는 '중립금리(r*)'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나 디플레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나타내게 하는 이론적인 금리다.

연준 부의장을 역임한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는 실질중립금리에 대해 중장기 시계에서 경기를 부양하거나 긴축시키지 않으면서 잠재 GDP 및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에 부합하는 실질금리로 정의한 바 있다.

블라인더는 실질금리가 실질중립금리보다 낮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상승하게 되며 반대인 경우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게 된다고 했다.

다만 중립금리 분석 방법이 다양해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이론적으로 추정할 뿐이다.

한은은 최근 '중립금리'에 대한 발언을 여러차례 한 바 있으며, 특히 최근엔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 개념을 중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즉 중립금리를 추정할 때 '금융안정'도 감안해서 측정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낮은 금리는 부채 증가를 견인하기 때문에 금융안정을 고려한 중립금리 수준은 그렇지 않은 중립금리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한국 명목중립금리 일단 2~3% 중심의 어느 지점

올해 한은의 국제 세미나에서 중앙은행 직원의 분석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

한은의 도경탁 과장은 '한국의 중립금리 추정' 논문을 통해 2000년 1분기 중립금리는 1.4~3.1%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후 2020년 1분기엔 –1.1~0.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엔 소폭 상승해 올해 1분기 현재 –0.2~1.3%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성장세 둔화로 과거에 비해 중립금리가 크게 내려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려던 시기인 2020년 초에 비해 중립금리 수준은 0.8~0.9%p 올라온 것이다.

여기에 한은의 물가목표 2%를 더하면 명목 중립금리는 1.8~3.3%라는 수치가 나온다.

대략 시장 등에서 한국의 중립금리가 대략 2~3% 수준일 것으로 봤던 데서 큰 차이는 없다.

아울러 지금의 한국은행 기준금리(3.5%)는 중립보다 높은 곳에 있어 통화정책 상황이 긴축적임을 말해 주고 있다.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주요국은 금리를 대폭 내렸으며, 이후 물가가 뛰자 인상 사이클이 진행했다. 현재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춰 금리를 내렸거나 인하할 시점을 고민하는 중이다.

최근 중립금리 개념은 '어디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즉 디스인플레이션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통화당국이 내릴 수 있는 금리 인하폭을 감안할 때 중립금리 개념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성장 둔화와 함께 낮아진 중립금리 레벨...중앙은행들, 중립금리 개념 통한 금리 실험

장기적으로 보면 주요 선진국들의 중립금리는 성장 둔화와 함께 대체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등으로 중립금리는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즉 오랜 기간 안정적인 것으로 생각됐던 실질중립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수의 연구결과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던 것이다.

이런 분석은 각국 통화당국이 저금리 정책을 실험하는 이론적 근거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료되고 일상적인 생활 패턴이 회복되면서 중립금리는 다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의 금리정책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과연 인플레이션이 탈세계화 등으로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될지 여부, 그리고 실질중립금리가 상승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이 문제에 예민하다.

실질중립금리가 통화정책이나 금융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중앙은행이 조절하는 정책금리의 긴축 여부를 판단하는 준거금리(reference rate)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실질정책금리가 실질중립금리보다 낮으면 통화정책이 완화적인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통화준칙에서 실질중립금리는 준칙 금리를 산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미국의 중립금리는...

이번주 한은 세미나에 참석한 리치몬드 연준의 토마스 루빅과 인디아나 대학의 크리스천 매티스는 금융시장 가격변수를 활용한 중립금리 추정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자들은 "1963년부터 작년까지 90일물 T-bill 수익률을 GDP 디플레이터로 실질화한 미국의 분기별 실질금리 데이터를 이용해 중립금리를 추정해 보니 중립금리는 팬데믹 인플레이션 이후 상승하다가 최근 주춤하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연구자들은 "작년 4분기 현재 미국 중립금리는 2.23%이며 90% 신뢰구간은 1.42~3.22%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 "팬데믹 이전의 흐름을 보면 중립금리 흐름이 2008년 이후 마이너스를 보인 기간이 없었다"면서 "이는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과도하게 완화적이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레지스 바니천 등은 "2022년 이후 실제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던 때에도 장기 인플레이션율은 2~3%에서 안정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팬데믹 직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지(transitory) 아닌지에 관한 논쟁과 관련해 연구 결과는 연준이 주장했던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판단과 부합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도 매우 높아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상승할 위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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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은행 도경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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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국 리치먼드 연방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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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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