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대신증권은 20일 "홍해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고유가보다 고운임비의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진영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 따른 공급차질 우려는 과도하며 희망봉을 통해 우회가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예상했다.
그는 "과거의 경험, 조달 루트의 변화는 고유가가 아닌 높은 운임비(BDTI)로 이어진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했다.
■ 홍해 사태와 운임의 문제
12월 18일 BP 측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대이스라엘 선전포고(10월 31일) 이후 홍해상에서 외국적 상선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빈번해지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로 향하는 홍해와 아덴만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으로는 예멘과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 등 국가가 인접해 있다. 폭은 32km로 호르무즈 해협보다 비좁으며, 해당 해협을 통한 석유 및 LNG 물동량은 전세계 해상 운송 중 각각 9.1%와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운송로이다.
미국 등 10개국은 해상 운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으로 다국적 기동함대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의 군사 충돌이 과거 이란-아라크 전쟁(1980~1988년) 당시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처럼 에너지 공급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 경고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과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다소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석유 및 LNG 해상 물동량의 21%를 차지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우회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사우디의 East-West Pipeline, UAE의 Abu Dhabi Crude Oil Pipeline) 유휴 Capa.는 3.9백만b/d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송기간은 다소 길어지지만 희망봉을 통해 전량 우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과거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듯 조달 루트의 변화는 에너지 공급차질 또는 고유가가 아닌 높은 운임비의 고착화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2022년 러시아산 에너지의 조달 루트 변화"라고 밝혔다.
서방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이유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금수 조치에 나섰다. 당시 시장에서는 글로벌 석유 공급의 15%가 타격 받을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급등했던 유가는 이후 경기 둔화와 맞물리며 진정되기 시작했다.
최 연구원은 "실제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을 살펴보면 유럽향 수출이 중국과 인도향으로 대체됐을 뿐 전체 수출량은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번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는 분명 위협적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한 유럽향 석유 및 LNG 물동량은 전체에서 59%와 73%를 차지한다. 탈러시아를 위해 에너지 조달 루트를 변경한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조달 루트의 변화는 결코 공급차질 또는 고유가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 가격의 상방 변동성은 발생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지정학 리스크는 오히려 높아질 운임비의 고착화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해 사태, 고유가보다 고운임비 고착화로 이어질 것 - 대신證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