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물가를 보는 두 가지 접근법과 점도표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대체로 예상에 부합한 가운데 물가 둔화 흐름에 대한 금융시장의 강조점은 둘로 나뉘어진다.
디스인플레이션 지속에 무게를 두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우기도 하지만, 반대 쪽에선 둔화가 더딘 근원 물가의 한계를 거론하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FOMC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단은 '매파적 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려 있다.
■ 美CPI, 예상 부합...오르다가 내려간 미국 금리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는 대체로 전망에 부합하는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11월 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해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 대비로는 0.1% 상승해 예상치(0.0%)를 상회했다.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0%, 전월 대비 0.3% 올라 예상치와 동일했다.
전월비 헤드라인 CPI가 하락이나 보합을 나타낼 것이란 일부의 기대보다는 높게 나왔지만, 전반적으로 예상 수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월비로 휘발유가 6%, 연료유가 2.7% 하락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2.3% 떨어진 것이 인플레이션 둔화세에 도움이 됐다. 식품 가격은 외식 가격이 0.4% 오른 데 힘입어 0.2% 상승했다. 전년 대비로는 식료품이 2.9% 상승한 반면에 에너지는 5.4% 하락했다.
CPI 가중치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전월비 0.4%, 전년비 6.5% 늘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둔화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둘 수도 있고, 근원 인플레가 여전히 빠르게 내려오지는 않는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수치다.
CPI가 나온 뒤 미국채 시장의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았으나 국제 유가 둔화와 양호한 30년 국채 입찰 등을 보면서 다시 내려왔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3.27bp 하락한 4.2015%를 기록했으나 국채2년물 수익률은 2.91bp 상승한 4.7308%를 나타냈다.
■ 점도표, 산술적으로 접근할 때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예상을 웃돈 고용지표 등에 따라 한 때 내년 6차례까지 확대했던 금리인하 기대감은 5차례, 4차례 등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준 점도표가 내년 금리 전망을 상당폭 낮추지 않으면 시장과 연준이 보는 관점 차이는 여전히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 FOMC에서 연준은 내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4차례에서 2차례로 조정하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우선 당시 점도표는 올해 추가 인상를 예상했으나 이 전망은 실현되지 않을 듯하다. 12월 FOMC의 금리 동결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9월 FOMC 점도표에서 2024년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50bp 상향 조정되며 2024년 인하 폭 전망이 100bp에서 50bp로 축소되자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바 있다.
만약 FOMC가 9월 점도표의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추가 인상 전망이 실현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내년 금리 인하폭은 25bp가 된다. 물론 디스인플레이션 진척 등을 감안하면 연준의 스탠스도 변했을 수 있으나, 통화당국과 시장의 금리 전망 차이를 무시하긴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시장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축소했지만 여전히 경계감은 적지 않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직전 점도표는 12월 동결 가정시 내년 1회 인하를 반영한 바 있다"면서 "내일 연준 점도표는 추가 1~2회 인하를 시사할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은 이달 초만 해도 1분기부터 연내 5회 이상 인하 기대를 반영 중이었으나 고용, 물가 지표 발표 이후 4회 정도까지 되돌렸다. 하지만 채권시장에 반영된 기대 수준와 연준 소통(점도표)간의 괴리는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 물가와 매파적 동결에 대한 경계감..연준 내부적으로 인하 준비 필요한 상황이란 평가도
시장에선 파월이 시장 기대감을 더 돌릴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은 조기 통화완화 기대를 차단할 것"이라며 "노동시장의 수급 개선과 기대인플레이션 하향 등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제 물가지표에서는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잔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최근 시장금리의 급격한 하락으로 제약적인 금융환경이 완화돼 연준의 조기 통화완화 필요성 약화된 점도 긴축 기조 유지를 뒷받침한다. 연준은 확실한 물가 안정을 확인하기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 완화 정책 제시되기 위해서 연속적인 지표 안정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가지표의 더딘 둔화나 이미 낮아진 금리 등을 감안할 때 파월이 매파적으로 나오면서 시장에 찬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으나 서비스 물가의 경직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CPI에서 중고차를 제외하고 재화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하방 압력이 강해진 반면 서비스 물가 경직성은 여전히 우려된다"면서 "미국의 경직적인 서비스 물가로 인해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주거비는 느린 속도로 둔화되고 있으며 슈퍼코어(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는 4.1%로 반등했다"면서 "슈퍼코어 반등이 추세적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UAW 파업 이후 임금 둔화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보여 근원 서비스의 경직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원 물가의 보조 지표인 절사평균 CPI는 4.0%로 둔화세가 완만해졌으며, 비탄력적 CPI 3개월 이동평균은 4.6%로 3개월 연속 상승세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견고한 고용지표에 이어 소비자물가도 더딘 둔화세가 확인되면서 시장은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를 더 신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연준은 더딘 핵심 물가 둔화로 경계심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매파적 동결'에 대한 경계감 속에 파월 발언 강도가 주목받고 있지만,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연준 역시 내부적으로 변신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평가도 나온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연준은 9월 점도표와 동일하게 2024년 연간 50bp 금리인하 전망을 고수할 것"이라며 "하지만 2%대 헤드라인 CPI 확인이 가능한 내년 3월 FOMC부터 금리 인하 논의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서비스가 인플레를 주도하고 있으나 상품은 6개월 연속 디플레이션을 보였다. 연준이 섣부른 금리인하 기대를 차단하려 할 수 있지만 내년 1분기 2%대 헤드라인 CPI, 내년 2분기 2%대 근원CPI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실질금리의 추가 긴축 억제를 위한 명목금리 하향 조정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근 확인한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 기업의 제한적인 판매가격 인상 유인, 가계의 소비 약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디스인플레이션 기조 속에 금리 인하 시작 타이밍이 무한정 길어지긴 어렵다는 것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