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KB증권은 11일 "이번 중동 분쟁은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이란이 직접적으로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동 내 다른 주요국으로의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훈 연구원은 "중동 내 분쟁은 원유의 공급 불확실성을 자극하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을 가져오는 이벤트지만 그동안은 중동 내 대부분 크고 작은 분쟁은 결국 해소되면서 국제유가 상승도 단기에 그치고 안정화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주요 중동국가들로의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국제유가는 단기 상승 이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의 참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측에서는 명시적으로 배후설에 대해서 부인 중이며, 사우디,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도 참전에 대해선 일단 소극적인 모습이다.
김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분쟁 발발 직전 WTI 기준 82~83달러/배럴에서 4% 이상 상승한 86달러 내외를 등락 중"이라며 "국제유가는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높은 국면이 이어질 것이나 4분기 평균 83달러 내외 수준으로 하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이 확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분쟁의 여파가 실질적으로 이란과 사우디 두 주축의 원유 생산 정책에 영향을 줄 경우 국제유가를 중장기적으로 상승시킬 수는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 사우디 감산 장기화의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면 국제유가는 당초 예상한 경로보다 2024년 상반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2023년 4분기와 2024년 1, 2분기 WTI 전망은 각각 83달러, 80달러, 78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이란 제재 강화나 사우디 감산 장기화의 경우 기존 유가 전망치 대비 각각 5~10달러 내외의 상승이 예상된다"며 "하지만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란 제재와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모두 놓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과 사우디의 원유 생산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두 가능성 중 첫 번째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와 이에 따른 이란의 원유 공급 감소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미국과 이란의 스몰딜을 통해서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사우디 및 OPEC+의 감산 영향을 일부 상쇄 중이다.
8월 이란 원유 생산량은 300만 배럴/일이며 4월 이후 총 37.5만 배럴/일 증가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제재가 재강화된다면 50만 배럴/일의 원유 공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국제유가에는 5달러/배럴 내외의 상승 요인"이라며 "또 연말까지 이란의 생산량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추가 30~50만 배럴/일 생산량 증대도 가능한데, 이를 감안하면 4분기 원유 공급 80~100만 배럴/일의 감소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쟁은 최근 사우디와 이스라엘과의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 하 국교 정상화에도 제동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는 간접적으로 사우디의 추가 감산 축소/중단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와 함께 미국과의 방위 조약 체결 등을 논의 중이며, 이에 바이든 정부에 필요시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중동 전쟁으로 확전되는 케이스도 가늠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확전이 될 경우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유가 수준인 120~140달러,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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