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코스피 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JOLTs의 배신과 채권·주식시장의 두려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고금리 장기화 이슈가 국내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를 견인하고 있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한국물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금융시장이 우군 역할을 했던 미국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이번엔 주식, 채권 등 증시를 강타했다.
다른 고용 관련 지표가 잘 나올 때 JOLTs는 연내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점이나 고금리 시대 마감에 대한 기대를 키워주곤 했으나 이 지표는 한 달만에 시장을 배신했다.
■ JOLTs까지 시장 배신
지난 8월 하순 발표됐던 7월 민간기업 구인건수는 880만건으로 전월 대비 33만8000건 감소한 바 있다.
당시 이 수치는 시장 예상치인 950만건을 밑돈 것으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작았다. 금융시장은 '금리 추가인상 어렵다'는데 방점을 찍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지표가 나온 뒤 미국채2년금리는 15bp, 10년 금리는 12bp 급락했고 S&P500과 나스닥은 각각 1.45%, 1.74% 점프했다.
하지만 한 달만에 이 지표는 시장을 배신했다.
미국 노동부는 3일 JOLTs를 통해 8월 채용공고는 961만건으로 전월 대비 69만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880만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3bp 가까이 뛴 4.7995%, 2년물은 7.05bp 상승한 5.1745%를 기록했다. S&P500은 58.94포인트(1.37%) 하락한 4229.45, 나스닥은 248.31포인트(1.87%) 내린 1만3059.47로 미끌어졌다.
미국의 견조한 경제지표에 현지 가격변수들이 흔들리자 한국물들은 더욱 맥을 추지 못했다.
추석 연휴 기간 미국 금융시장 가격변수가 빠졌던 부분까지 반영해야 했기에 한국물 가격 낙폭은 더욱 도드라졌다.
■ 한국물 가격 동반 급락
이날 국고10년물 금리는 30bp 가까이 폭등하면서 4.3% 내외를 보이고 있으며, 국고2년과 3년 등 짧은 구간 금리들도 4%를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50p 넘게 빠지면서 2,400선에 대한 경계감을 키웠으며, 금리에 더 예민한 코스닥은 장중 4% 가까이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래 최고치로 뛰면서 원화가격도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은 10원 넘게 뛰면서 1,360원을 웃돌았다.
미국 연준 관계자들은 올해 1차례 더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거나, 고금리 유지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시장을 압박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섣불리 저가매수 하길 망설이고 있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대폭 올렸지만 세계 최강 국가의 경제는 예상보다 잘 굴러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제지표가 좋게 나와선 안 되는 'Good is Bad' 구간이다 보니 긴장감을 못 풀고 있다.
당장은 주말 고용지표가 대기하고 있으니 섣불리 손이 나가지 않는다는 말들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당장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으니 채권 매수 시도를 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장기물 매도가 더 진행되면서 커브 스티프닝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고금리장기화'의 유령...다이먼, 최악의 경우 7% 정책금리 · 달리오, 5% 시장금리
지난 9월 20일 FOMC는 '고금리 장기화'를 천명했다.
당시 연준은 내년말 정책금리 전망을 5.1%로 제시해 기존 4.6%보다 50bp 높였다. 2025년 금리 전망치도 3.4%에서 3.9%로 50bp 상향 조정됐다. 처음 제시된 2026년 금리 전망치는 2.9%였다.
9월 FOMC 전까지 연준 관계자들은 내년 4번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봤으나 이번엔 2번으로 대폭 줄였다.
다른 나라보다 적극적으로 금리를 변동시켰던 미국이 고금리 상황을 유지하는 '인내심'을 강조하면서 금융시장도 기대치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
지역 연준 총재 등 연준맨들은 금리를 좀더 올릴 수 있다거나, 최소 쉽게 금리를 내려주지 않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3일 "경제가 지난 회의 때와 같은 모습이면 11월 금리인상을 지지한다"고 했고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내년 연말로 향하는 시점에 금리를 1번 인하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했다.
다시금 연준맨들이 '미래의' 통화 완화에 인색해지면서 시장금리가 더 오르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달 27일 JP모간 CEO 제이미 다이먼은 "세계가 연준 기준금리가 7%에 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금리 역시 더 뛸 수 있다는 우려들도 적지 않게 나온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CEO는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갈 듯 하다. 더 높이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달리오는 "미국 10년물 금리가 5%로 오를 것으로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지속가능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율이 연준 목표치인 2%보다 높은 3.5%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큰 고통이 없이 인플레이션이 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는 연준이 현재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정상적인 정책금리는 1.5%의 실질금리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고금리장기화 가능성은 위험자산에도 큰 위협
주식시장의 금리 경계감도 크다.
간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8%를 뚫고 오르는 모습까지 본 탓에 글로벌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선물을 활용해 먼저 숏을 쳤다.
최근 제조업 PMI가 양호한 모습을 보인 데다 JOLTs마저 배신해 금리가 뜨자 그 여파가 각국 주식시장에도 미치고 있는 모양새다.
또 예산안 협의 과정에서 민주당과 내통했다는 비판을 받은 매카시 하원의장이 권력서열 3위의 자리에서 해임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관련주가 맥을 못추는 데엔 미국 정치 상황에 대한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무엇보다 금리시장이 진정되길 바라고 있다. 금리 하향 안정에 대한 자신이 없는 이상 주식을 저가매수하기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이는 동시에 지금의 금리 상황이 '오버슈팅'이란 자신감만 있다면 주식을 사기 적절한 때라는 진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주식전략가는 "달도 차면 기운다. ISM 제조업지수, Jolt 고용 호조 영향으로 9월에 이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채권금리와 달러화 강세 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며 금리 오버슈팅에 따른 주가 언더슈팅은 조만간 되돌려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채권·외환시장 수급 불안, 유가 레벨업, 연준의 매파적인 스탠스 등은 상당부분 반영됐고 미국 경기 기대는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 9월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우려와 맞물려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던 미국 정부 셧다운 리스크도 45일 뒤로 지연됐다.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채권금리, 달러화가 하향 안정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지수가 단기 하락추세대 하단을 뚫고 내려오는 등 이미 과도하게 밀렸다고 보면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과연 단기간에 하향 안정될 수 있을지 경계감도 크다.
주식시장은 금리와 펀더멘털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더 해야 할 것이란 평가도 보인다.
주식이 기를 펴기 위해선 연준 긴축 우려는 완화되고 미국 경기는 더 나빠져야 하는 반면 다른 나라 경기는 좀 좋아질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 랠리가 추세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미국 내수 둔화에 긴축 경계 완화가 필요하다. 중국 등 비미국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의 회복을 넘어선 확장에 대한 추가 증거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아직은 금리 부담이 완화될 만큼 선진국 수요 둔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긴축 경계를 이겨낼 만큼 제조업 경기의 상승세도 강하지 않다. 시장의 방향성 탐색 구간이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