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14일 "위안화 환율 여건이 단시일 내 뚜렷하게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위안화 약세 국면이 길어지고 여타 신흥국 통화들로 약세압력이 파급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최근 위안화와 여타 신흥국 통화들이 유사한 환율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 달러화의 약세 전환, 중국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도입 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위안화 약세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최근 위안화 약세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아시아 통화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통화들까지도 위안화와의 동조성이 강화되는 조짐도 나타난 바 있다.
역내 위안화 환율은 중국 외환당국의 위안화 억제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를 기록한 바 있다. 연간으로 5.4% 약세를 나타냈다.
■ 위안 약세 주변국 통화가치 떨어뜨려
최근 달러/위안 환율은 2022년 10월말의 고점을 경신하면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달러/위안이 지난 9월 8일 7.34위안까지 치솟은 것이다.
역외 위안화도 2010년 거래 시작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중국 부동산시장 우려 등으로 인한 경기전망 악화, 미-중 통화정책 차별화, 미국 경제의 상대적 호조 등이 최근 위안화 약세의 주요 배경이다.
이런 중국 통화의 분위기에서 아시아 통화들도 자유롭지 않다.
국금센터는 1월 13일 이후 아시아 주요 통화의 약세폭은 중국(-8.1%) > 태국(-7.5%) > 말련(-7.4%) > 한국(-6.5%) > 대만(-5.2%) > 필리핀, 싱가포르(-3.1%) > 인도(-1.9%) > 인니(-1.2%) > 순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6월말부터 기준환율 절상고시, 국영은행을 통한 외환매도, 역외 위안화 유동성 흡수 등을 지속했다. 최근엔 외화지준율 인하, 구두개입 등을 통해 대응을 강화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일 인민은행은 외화지준율 2%p 인하(6% → 4%)를 발표하면서 역내에 미 달러화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아울러 인민은행은 9월 11일 중국 외환자율기구 회의 후 성명문에서 일방적인 외환거래를 바로 잡기 위해 필요 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단기적으로 상황 급하게 바뀔 가능성 낮아
하지만 국금센터는 상황이 급하게 반전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고 밝혔다.
센터의 김선경·이상원 연구원은 "위안화를 둘러싼 환율 여건과 투자심리가 악화되어 있는 만큼 추가 약세 여지가 존재한다"면서 "위안화의 강세 전환을 위해서는 미 달러화 약세, 중국 경기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많다"고 소개했다.
연구원들은 "시장참가자들은 현재 경제 여건 등에 비춰 향후에도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강세로 유도하기보다는 약세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국 경기가 둔화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위안화 약세 속도를 완만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노무라는 CFETS 위안화 지수는 전고점(22.3.11일 106.8)보다 9.2% 낮으며, 이는 외환당국이 성장 하방압력, 수출 둔화 등을 감안해 과거보다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급격한 위안화 가치 하락은 시장 신뢰를 저해하고 패닉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민은행이 지속해서 통화가치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들은 많은 편이다.
씨티은행은 "최근 외환당국이 환율안정을 위해 대응하고 있으며 필요 시 외화 차입 한도 조정, 선물환 준비금 인상 등을 통해 대응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내재돼 있다"고 밝혔다.
아무튼 중국 경제성장 전망 악화, 미-중 금리차, 국제수지 악화 등을 근거로 위안화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연구원들은 "최근 중국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여건이 위안화 약세 방향으로 조성돼 있어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둬진다"고 밝혔다.
Jefferies는 인민은행의 약세 억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향후 12개월내 미 달러화 대비 4% 추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7.5 ~7.6위안으로 상승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BNP 파리바는 미-중 금리차가 매우 크며 미 달러화도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단시일 내 달러/위안 환율이 7.37위안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BOA는 대규모 재정부양책이 도입되지 않는 한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증권자금 유입 위축 상태가 지속되면서 달러/위안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말 전망치를 7.4위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에 비추어 볼 때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상승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제기한다.
바클레이즈는 중국경제 비관론의 정점 통과, 인민은행의 환율안정 의지, 미국 경기 연착륙 전망 등을 고려할 때 환율 상승세가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풀이했다. 수개월 내 7.25~7.35위안에서 안정 될 것으로 봤다.
중국 당국의 정책 의지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미즈호은행은 중국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으며 외환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 의지를 보이고 있어, 환율은 3분기말까지 7.25위안 부근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환율 전망에선 당장의 환율 예상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 위안화 환율, 장기적으로는 다른 관점
센터의 연구원들은 "중장기적으로는 미 달러화의 완만한 약세에 기반한 위안화의 점진적 강세 전망이 유지되고 있으나, 향후 경기 개선 및 투자심리 회복 여부도 중요하다"면서 "최근 위안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미 달러화 약세 전망에 기반한 위안화의 점진적 강세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조사 결과를 보면 달러/위안 환율 전망치는 23년 4Q말 7.20위안 → 24년 1Q말 7.10위안 → 2Q말 7.00위안 → 3Q말 6.98위안 → 4Q말 6.90위안이다.
9월 이후 전망치를 조정한 기관들도 우하향의 환율 경로를 유지하는 중이다.
연구원들 그러나 "다수 시장참가자들은 위안화가 강세 전환되더라도 그 폭과 지속가능성은 중국의 경기 개선 및 투자심리 회복 여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위안화 약세는 미-중 금리차 확대와 중국 성장 둔화에 주로 기인하며, 두 요인 중 하나라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위안화는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HSBC는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노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성장 부진 장기화에 따른 추가 통화완화 가능성으로 환율 전망치 상향했다. 23년말 7.10위안 → 7.30위안, 24년 6월말 7.00위안 → 7.25위안으로 전망치를 높였다.
HSBC는 중국 경제성장 모델의 구조적 문제점 등으로 환율 상방 위험이 매우 큰 편이라고 진단했다.
위안화 환율 여건 단시일 내 뚜렷하게 개선되기 어려워...위안 약세 국면 길어질 가능성 - 국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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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환율 여건 단시일 내 뚜렷하게 개선되기 어려워...위안 약세 국면 길어질 가능성 - 국금센터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