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에 따른 경계감 팽배 - 국금센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26일 "피치의 등급전망 강등에 대해 미국 금융사들은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인 디폴트를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금융시장의 낙관론을 후퇴시키는 신호로 작용하는 등 부정적 여파가 확산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국금센터는 "시장에서는 지난 10년 동안의 부채 한도협상 난항 사례를 감안해 이번 사태 역시 단기적인 이벤트(short-term blip)로 예상해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과 같은 정치게임은 벼랑 끝에서야 해소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경우 달러화, 미국 국채 등이 매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디폴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센터의 주혜원·박승민 연구원은 그러나 "부채한도 데드라인이 다가옴에 따라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면서 "올해 초만 해도 시장은 부채한도 이슈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X-Date을 앞두고 모두가 미 의회 관련 헤드라인에 집중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부채한도 협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미국 경제지표 및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채한도 협상의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Fitch의 결정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은 아니지만 좋은 징조는 아니라는 입장들도 보인다.
연구원들은 "Fitch의 이번 조치가 부채한도 협상에 수반되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에도 협상 참가자들은 이를 무시하는 대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면서 "미국 신용등급 관련 Fitch의 경고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며 Moody’s도 이와 유사한 조치를 따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한 이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달러화와 미 국채의 지위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봤다.
연구원들은 "당초 미 정부가 부채를 제시간에 상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부채한도 협상 기간 중 미 의회 의원들의 공개 성명이 발표되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신용등급 변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곤란하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로서 부채한도 증액 없이 X-date를 넘길 가능성은 약 25%로 평가되나 점점 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재무부는 국채 원리금 지급을 우선하면서 기술적 디폴트를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채 원리금을 적시에 지급하지 못할 경우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 셧다운이 정부의 채무상환 실패로 이어지는 것이며, 이는 대대적인 혹은 지속적인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들은 "이 경우 미국 국채와 연계되어 움직이는 자산이 매우 상당하므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면서 "2011년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된 후에 이뤄졌고, 미 국채도 최상위 신용등급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하방 위험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 피치의 등급전망 강등 후에 나타난 일들
현지시간 24일 신용평가사 Fitch는 미국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 등을 근거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Fitch AAA/Moody’s Aaa/S&P AA+)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부정적 관찰대상(Rating Watch Negative)은 특정한 이벤트 등으로 인해 해당 주체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때 부여하며, 6개월 이내 등급 리뷰 의무가 존재(Fitch 기준)한다.
Fitch는 이번 ‘부정적 관찰대상’ 지정 배경으로 ▲부채한도 도달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Brinksmanship) ▲X-Date(지급여력 소진일) 임박 ▲채무불이행 가능성 ▲재정수지 악화 ▲공공부채 부담 증가 등을 거론했다.
Fitch는 여전히 부채한도 합의 타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정치적 대립 지속으로 한도 상향 실패 또는 적용 중단 가능성이 이전보다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미국 국채 원금 및 이자 지급 지연 가능성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X-date 이전에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곤란한 가운데 협상 불발은 거버넌스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을 초래하고 미 정부의 채무 상환에 대한 불신을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피치는 이는 결국 AAA 등급에 대한 의구심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또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가 23년 6.5%에서 24년에는 6.9%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Fitch의 경고는 “미국 경제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의회의 신속하고 초당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도 성명을 통해 Fitch의 이번 조치가 “디폴트를 막기 위해 의회가 합리적이고 초당적인 합의를 신속하게 통과시킬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미 재무부는 이르면 6월 1일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X-Date), 옐런 장관은 별도 조치가 없을 경우 6월초 디폴트가 확실하다고 거듭 경고해 왔다.
매카시 하원의장은 법안 표결 전 72시간의 검토시간을 부여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에 현재로서 가장 빨리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은 이번주 말이며, 따라서 상원 통과는 다음주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현재는 위기상황이므로 법안 검토 이전에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신용이 위험에 처하면서 CDS 프리미엄을 뛰었다.
미국 1년물 CDS프리미엄은 연초 15bp에서 24일 166bp로 상승했고,부채한도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큰 변동성을 나타내는 중이다. 지난주엔 부채한도 협상 관련 낙관론이 힘을 얻으며 미국 CDS프리미엄은 155bp에서
127bp까지 하락(5/18~19일)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과 하원의장의 회동이 소득없이 끝나고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이번주 다시 뛴 것이다.
연구원들은 "현재 미국 1년물 CDS프리미엄은 베트남 1년물 CDS프리미엄 53bp, 브라질 1년물 CDS프리미엄 47bp, 멕시코 1년물 CDS프리미엄 29bp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미국 국채금리 역시 부채상환 지연에 대한 불안감과 T-Bill 입찰 실패 우려 등을 나타내면 올해 6월 만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옐런 재무장관이 X-Date로 지정한 6월 1일 만기 단기국채(T-Bill) 금리의 경우 25일 전일비 16bp 뛰어 7%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