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때문에 다시 불거진 환율·금리차 우려와 '한국' 경제 논란

  • 입력 2023-02-22 14: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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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시현재 달러/원과 최근 10년간 추이...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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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회 업무보고에서 예민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피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를 이틀 앞두고 열린 국회 보고 자리에서 지금은 '묵언기간'임을 내세워 구체적인 대답을 삼갔다.

금리 결정, 적정 한미 금리차, 적정 금리수준, 최근 시장금리 급등 평가, 경제전망 등에 대해 모두 '금통위'를 핑계로 답을 주지 않았다.

■ 한은 금통위의 골칫거리가 된 미국 상황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를 실행한 11월 금통위의 최종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3.5%였다.

현재 기준금리는 당시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던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금통위원 일부는 3.5%도 높아 적정 최종금리가 3.25%라고 했고, 또 일부는 3.75%까지 열어두자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3.5% 정도면 다 왔다는 평가가 힘을 받았다.

금융시장도 3.5% 정도를 최종으로 보면서 혹시 모를 3.75%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엔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 중앙은행은 한국 경제 상황 뿐만 아니라 미국 상황에 대해서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미국 금리정책 관련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이달 초 고용지표 때부터 강화됐다. 고용, 소비 등이 예상을 웃돈 데다 CPI, PPI같은 물가지표들도 예상을 웃돌자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간밤엔 서비스업 지표까지 양호한 것으로 나오자 미국 금리가 대폭 뛰고 국내 금리도 덩달아 급등했다.

S&P 글로벌의 2월 서비스업 PMI는 전월보다 3.7포인트 오른 50.5로 잠정 집계됐다. 예상치는 47.3 수준이었다. 같은 달 제조업 PMI는 전월대비 0.9포인트 오른 47.8을 기록했다. 예상치 47.2를 상회하는 결과다.

서비스업 PMI가 상승폭을 넓힌 가운데 종합 생산지수도 50.2를 기록하며 1월(46.8)보다 상승했다. 8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러자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3.39bp 급등한 3.9535%, 2년물은 9.49bp 상승한 4.7204%로 점프했다.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이 294.97포인트(2.50%) 급락한 11,492.30으로 내려가는 등 주요 주가지수들은 2% 이상 급락했다.

미국 시장이 긴축 강화 우려로 맥을 못추면서 국내 시장도 덩달아 위축됐다. 한국 통화당국이 미국의 정책스탠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 환율 1,300원이 주는 위협

이날 달러/원은 1,300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1,300원이라는 빅피겨가 주는 심리적 효과에 채권·주식투자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미국 지표들의 계속된 서프라이즈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 위험선호 위축 등 대외 요인이 달러/원을 치켜 올리고 있다.

국내 내부적으로도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으로 수출국가 한국의 힘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환율 급등을 보는 외환당국의 눈초리는 올라가고 있다.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심, 수출업체 네고나 최근 과한(?) 급등 등은 환율 상승을 제어할 수 있는 요인이다.

아무튼 금통위를 앞두고 높아진 환율이 한은을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보인다.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채권시장에선 이 부분이 매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환율 급등 등으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어제 한은 총재 뉘앙스는 2월엔 동결한다는 쪽이었다"며 "다만 미국 상황 변화 등을 감안할 때 4월 인상 여지는 열어둘 듯하다"고 내다봤다.

■ 한미금리차, 금통위 비둘기파는 신경 안 쓰는데...

금통위의 비둘기파인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는 '과장'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한미 정책금리는 최대 150bp까지 역전된 적이 있다. 현재 한미 정책금리 역전폭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으로 125bp에 달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역대 최대치인 150bp부터는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반대 쪽에선 "과거에도 금리 역전에 따른 별 일은 없었다"면서 더 벌어져도 괜찮다고 본다.

이창용 총재는 전날 한미 금리차 문제가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답변을 회피했다.

이 총재는 한미금리차 125bp는 한은이 감당할 수준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답변은 금통위 때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한미금리차가 크게 2%까지 예상되고 있어서 한은이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더 보여줘야 한다"고 하자 총재는 "잘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한미 금리차 확대가 환율을 더욱 쳐올리고 높아진 환율이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금리차 문제는 환율, 물가와도 직결된다.

다만 적정한 한미 금리차를 도식화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적정 금리차 레벨을 감안하기도 하지만, 금리차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미금리차 역대 최대가 150bp지만, 이전의 결과치와 비교하는 건 큰 의미 없다고 본다"면서 "다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국 대비 금리 인상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강화 등 변화된 환경을 감안해 한국 최종금리도 3.5%에서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금리 관련해 우리는 3.75%, 미국은 5.5%를 기본으로 상정하고 봐도 될 것같다. 다만 우리는 3.75%도 감당하기 버거워 '4자'까지는 못 볼 것 같다"고 말했다.

■ 경기 어렵긴 한데...해외 요인 좋아진 부분 VS 특별히 어려운 나라 한국

한은은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전망은 이전 수준(3.6%)을 유지하고 성장률 전망(1.7%)은 1.5% 정도로 내릴 수 있지 않나 하는 견해가 많았다.

최근 한국경제 비관론이 커질 때는 성장률 0%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었다. 다만 미국, 유럽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좋은 데다 중국 재개방 기대감도 커지면서 우려가 누그러진 측면이 있다.

전날 한은 총재는 성장률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이창용 총재는 성장률 1.7%를 하향 조정하느냐는 질문에 "경제 예측치는 금리 결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답변을 피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는 중국 성장률이 한국 성장률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줄었다고 했다.

총재는 "과거 중국의 성장이 1% 올라가면 우리는 0.2~0.25% 정도 성장 효과가 있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효과 날지 봐야 한다"고 했다.

총재는 한국에 있어서 '중국 특수'는 사라지는 추세에 있다면서 과거 무역수지 흑자의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왔지만 지금은 이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이 중국에 중간재 수출을 주로 한 가운데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 중심으로 회복되면 한국경제의 긍정적 영향도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큰 틀에선 올해 경제전망 '상저하고'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의 스프트랜딩, 중국 재개방 등이 긍정적이지만 경제가 큰 폭으로 개선된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했다.

이 총재는 "11월에 성장률 1.7% 예상했는데, (실적 수치가) 2%보다는 미만일 것이고 하반기에 2% 가까이 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성장세 여건이 좋아졌으나, 한은 총재가 한국 경제 성장세의 한계도 상당 부분 거론한 셈이다.

아무튼 어찌됐든 대외 분위기가 개선되면서 한은이 성장률을 대폭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예상도 보인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한은 성장률 전망이 지난번 수준에서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방향이 중요하지 성장률 1.7%냐, 1.5%냐가 뭐가 중요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예컨대 (수치를 맞추기 위해) 연말에 성장률 0.1~0.2 정도 움직이는 건 정부가 나서서 건설투자 좀 늘려주면 일도 아니다"라며 인위적인 부양으로 수치를 맞추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경제가 움직이는 '방향'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 한국 성장률 둔화 둘러싼 논란과 어려움 속 희망 찾기

전날 한은 총재가 국회 기재위에 출석한 데 이어 오늘은 기재부 장관이 나와서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오전 "현재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면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부총리는 그러면서 "(상당히 어려운) 상반기에 예산을 집중투입하고 내수, 수출 활력이 되살아날 수 있는 하반기엔 민간 중심으로 받쳐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총리는 지나치게 경기 관련 심리가 냉각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부총리는 "경기 흐름은 하강 속의 둔화 상태"라며 침체라는 표현을 쓰기는 이르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도 전날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올해 1분기엔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컸다.

증권사 사장 출신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재위에서 "미국 (10년국채) 금리가 4%까지 올라오면서 새로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은 상반기에 예산 65% 쓴 뒤 하반기에 어떻게 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되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된다"면서 "반도체를 제외하면 훨씬 이전부터 대중국 무역도 적자"라고 염려했다.

■ 미국의 긴축 강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최근 미국 기준금리가 5%대 중반 이상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한국이 '우리는 경기 어렵다'는 모토를 내세워 계속 동결로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도 커졌다.

아울러 세간에선 대출자들의 어려움이 심해지다 보니 한은은 금리를 올리고, 정부는 내리는 기형적인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비판을 도마 위에 올리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은 전날 "한은은 금리를 올리로 정부는 내리고 있다. 정부가 은행보고 금리 낮추라고 한다"면서 "이것은 (정부와 한은의) 공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깜빡이도 안 켜고 급발진, 급변칙을 하고 있다"면서 이복현 금감원장 등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은 총재는 그러나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이상' 급등했던 금리의 되돌림을 거론하면서 이런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또 "(대출금리 등) 시장 금리의 하락을 리스크 프리미엄의 일부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금리를 인상한 한은 정책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최근 한은의 금리 인상, 정부의 금리 낮추기 등 매끄럽지 않은 흐름이 이어진 뒤 지금은 미국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연준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시장금리가 다시 급등했다.

이러자 인상사이클을 끝낸 줄 알았던 한국은행이 '방과 후 숙제'를 떠안았다는 평가도 보였다.

금융당국의 한 직원은 "일단 한은이 이번주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미국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욕을 좀 먹더라도 (4월이 아닌) 지금 올리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반기로 가면 근원 인플레가 2%대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둔화가 뚜렷해질 때 올리면 이제 와서 뭐하는 짓이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금리 추가인상 관점이 강화된 이 때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경제 비관론자들은 한은이 금리 인상 관련 변죽만 몇 번 울리다가 말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자산운용사 한 매니저는 "한은은 내일 금리를 동결하면서 매파적 코멘트를 섞을 것이다. 인상 소수의견 가능성도 상당하다"면서 "하지만 미국을 핑계로 한은이 실제 추가 인상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효과,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재시도 등으로 물가 둔화의 한계도 거론되지만, 한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근원물가가 꺾일 수 있다. 금리 추가 인상은 그냥 위협으로만 끝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때문에 다시 불거진 환율·금리차 우려와 '한국' 경제 논란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21일 한은 국회업무보고의 총재 모두발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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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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