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대신증권은 6일 "러시아 제재 이후 원유시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5일 이후 EU와 G7 등이 러시아산 정제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다. 유럽 27개국들의 대사들은 디젤과 같은 고급 정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100달러, 중유와 같은 저부가 가치 정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선을 배럴당 45달러로 합의했다.
러시아산 정제품들이 가격 상한선을 넘어서는 가격으로 거래된다면 서구권 금융기관 및 보험 제공이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2022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이후에 적용되는 조치로 제재 범위가 확대된다.
김소현 연구원은 "EU와 G7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목적은 러시아의 수출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공급 차질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2년 12월 이후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은 Brent유에 비해 배럴당 40달러 정도 디스카운트되어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의 해상운송 원유수출량은 12월에 감소했지만 다시 회복되고 있다. 1월 27일 주간 러시아산 해상운송 원유수출량은 360만배럴로 전주대비 16% 증가했다. 유럽향 원유 수출량이 줄어든 대신에(12월 이후 북유럽과 지중해 국가향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 0) 수출지가 알려지지 않는(unknown) 지역으로의 수출량이 늘어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인도는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해 자국 내에서 정제한 제품들을 유럽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인도의 1월 미국 뉴욕향 가솔린 및 디젤 수출량은 8.9만배럴로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럽향 저유황 디젤 수출량은 17.2만배럴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혓다.
러시아산 정제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도입 이후 정제유 시장에서 인도의 역할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단기간 내 러시아산 정제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 및 G7국가들은 인도와 중국과 같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실행하지 않는 국가로부터의 정제 제품 수입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는 현재 적극적으로 그림자 선단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Trafigura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를 운송하는 선적은 400척으로 전세계 선척의 20% 수준까지 늘어 났으며, 정제유를 운송하는 선적은 200척으로 전세계 선척의 7% 수준이다. 과거 이란과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로 그림자 선단을 이용했지만, 러시아의 규모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원유 및 정제품에 대한 제재가 장기화될수록 에너지 시장의 공급차질 리스크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림자 선적으로 인해 원유 및 정제품의 운송 거리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 제재는 언제든지 공급 차질 우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