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주택시장 거래 침체와 가격 급락이 동시에 나타난 가운데 내년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2022년 주택가격 급락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수년에 걸쳐 집값이 폭등한 따른 '가격 요인',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큰폭의 '금리 인상' 때문이다.,
수년간 폭등한 아파트값은 추가적인 매수세를 불러들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가자 수요가 받쳐주질 못했다.
내년엔 한은의 금리 인상에 한계가 있지만 지금의 높은 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되면 수요가 기를 펴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지금은 부동산PF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엔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들이 더 많이 넘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주산연 "수도권 아파트 가격, 올해 5.8% 하락 이어 내년엔 4.5% 추가 하락 예상"
지난 2020~2021년 폭등했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최근 낙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에 이은 가격 하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상당히 강한 편이다.
이번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올해 5.8% 하락한 뒤 내년엔 4.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은 올해 4.3% 하락한 뒤 내년엔 4.0% 떨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인상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 이후 하락 추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적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2.4%, 내년 3.5% 하락할 것으로 봤다. 전국 아파트는 올해 4.4%, 내년 5.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산연은 "19년 11월을 저점으로 상승하던 매매가격 순환변동값은 21년 12월을 변곡점으로 상승곡선이 하방전환했다. 올해 7월 가격 상승률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며 "수도권 매매가격의 순환변동값은 전국과 유사하게 19년 11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다가 21년 12월을 변곡점으로 하방전환했으며, 전국에 비해 큰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정책으로 97년 외환위기, 08년 금융위기에 이어 큰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주택가격 역시 침체 국면에 전입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산연은 특히 과거 위기 때보다 주택가격 반등이 더욱 힘들 것으로 봤다.
과거 경제위기 때 주택가격을 보면, 금리 하락 등으로 이듬해 경기가 회복되면 빠르게 상승 반전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주산연은 그러나 "현재 위기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및 과잉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 위기 상황과 같은 빠른 V자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적으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3고의 경제위기' 여파로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공급 문제 역시 이제 더 이상 주택가격 상방 요인으로만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주산연은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구입자금 대출가구와 건설사의 자금순환 문제가 주택시장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3기 신도시의 본청약이 시작되면서 공급부족에 의한 주택가격 상승압력도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역대 최저 거래량과 실거래가 급락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거래가 이뤄진 주택을 대상으로 생성한 가격지표로 시장 전체를 대표하긴 어렵지만, 최근 시장 추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준다.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5% 이상 급등했지만 올해 들어 하락 전환하며 9월 기준으로 7.13% 떨어졌다.
주산연은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거래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도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올해 대비 거래가 회복되면서 최근의 하락폭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세가격은 내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월세는 매매나 전세가격과 달리 내년에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
다만 내년 월세 상승폭은 완만해질 것으로 봤다.
주산연은 "전세가격 전국 순환변동값은 19년 9월 저점을 찍고 상승추세를 이어갔으나 21년 11월 정점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면서 "올해 7월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한 이후론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순환주기상 하락국면의 저점에 근접한 상황으로 순환 사이클의 폭과 기간을 감안했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지속한 이후 하반기부터 하락폭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월세가격 전국 순환변동값은 21년 5월 저점을 찍고 상승추세를 이어가다가 21년 12월 정점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현재까지 플러스를 유지하며 상승국면상에 있으며 상승폭은 축소되고 있다"며 "순환 사이클의 폭과 기간 감안할 때 당분간 상승국면을 횡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월세 전환 수요로 인해 전세가격은 하락하고 월세가격은 상승했다. 임대3법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주산연은 결국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공공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등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는 올해 6.0% 하락에 이어 내년엔 6.5%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전국 주택 전셋값은 올해 2.8% 하락 후 내년엔 4.0%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산연은 "올 한해 8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된 영향으로 전세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매매가격 하락과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해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하락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전세가격 하락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급격한 가격 하락 영향은 내년 상반기 중 저점을 형성하고 그 이후엔 약보합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리 급등이 견인한 주택가격 하락...이젠 통화정책과 부동산이 서로 눈치 볼 때?
최근 아파트 거래량은 통계작성 후 최저 수준이다.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평상시 거래량의 1/10이 되지 않는 곳도 상당수다.
단독, 다세대 등을 포함한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로 봐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주산연은 "올해 11월, 12월에도 월 4~5만건의 매매거래로 거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한해동안 전년비 46.9% 감소한 54만건의 거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간 54만건 매매거래는 2006년 거래량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주택 매매거래량은 97만건이었다. 올해 거래량 예상치는 평균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때도 매매거래가 80만건 이상 발생했고 주택가격이 급락했던 2012년에도 74만건의 매매거래량이 발생했다.
주산연은 과거 추이를 토대로 내년엔 75만건 정도의 거래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가 2006년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인 가운데 내년엔 올해에 비해 39%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 평균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주택거래량이 역대급으로 적다 보니 내수경기 위축,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부족 등도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정부 역시 거래 절벽이 가져오는 경제 악영향 때문에 규제를 더 풀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강하다.
서울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거래 절벽이 심각한 가운데 최근 집값 하락폭이 더 커졌다. 결국 투기과열지구의 전면적 해제 등 추가적인 규제완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부 역시 경기 침체 때문에라도 부동산 추가 규제 완화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지방 건설사 부도 소식 등도 들려오는 가운데 내년엔 부동산PF로 더 많은 건설사들이 넘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통화당국이 이런 점을 의식해 금리를 더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주택시장 입장에선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한 부담을 벗어던지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금리 결정자와 주택시장 참가자들이 서로를 의식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내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부동산"이라며 "부동산PF 관련 줄도산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주택 관련 높은 대출 금리로 고통 받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지도 중요하지만, 한국 통화정책이 상당부분 부동산에 발이 묶일 개연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에선 부동산 급락과 건설사 부도 문제, 경기 침체 등이 한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주산연의 집값 하락 전망...부동산과 통화정책 눈치보기 구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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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주택산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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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