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미국 고용지표, ISM 지표 등이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였으나 미국 대형 금융사 대표들은 경기 침체와 감원 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경제지표 수치를 통해 확인한 것보다 금융사 CEO들은 좀더 비관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런 관점은 기업 실적 둔화 전망에 기반한 것이다. 올해 글로벌 주가지수가 15% 이상 떨어졌으며 최근까지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는 하향조정돼 왔다.
■ 놀라운 고용과 ISM 서비스 발표 뒤 나온 비관론...대형 금융사 CEO들 침체 거론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의 11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26.3만명 늘어 예상치인 20만명을 크게 상회했다.
ISM의 11월 서비스업 PMI는 56.5로 전월보다 2.1포인트 상승했고 예상치인 53.7도 웃돌았다.
이런 지표들이 향후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짧고 약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강화시켰지만 미국 대형 금융사 CEO들은 비교적 암울한 미래를 예견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는 6일 CNBC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침식시키고 있다. 내년에 완만하거나 심각한 리세션이 닥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이먼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해 정책금리가 5%로 향하고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블룸버그TV에 나와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은 내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엔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면서 "경기둔화 우려로 투자자들도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는 "미국의 침체 가능성 속에 고용을 늦출 것"이라며 "내년 세 개 분기 동안 완만한 역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명 금융사 모건스탠리가 글로벌 직원의 2%를 줄였다는 소식과 함께 다른 금융사들도 비관적인 스탠스를 보인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각종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슈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에선 나스닥이 2% 급락하고 장기금리가 하락해 일드 커브는 더 누웠다.
■ 기업 실적 둔화 흐름...소비자 선택보다 정부 선택
미국의 12개월 선행 EPS는 올해 7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감익 사이클을 그리고 있다. 23년, 24년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글로벌 경기둔화,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리인상 효과 등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탄탄한 것으로 나타났던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이 약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그간 미국들의 실적은 예상치를 5% 이상 웃돌았으나 최근 모멘텀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들의 3분기 실적(매출, 이익)은 2% 가량 웃도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기업들은 다소 비관적인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유틸리티, 금융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업종들이 4분기 실적 전망을 1개월 사이 5% 이상 하향조정 했다"며 "내년 연간 실적의 경우 10월 이후 월간 2~3% 하향조정되며 3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조정세가 가팔라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이익 하향조정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기업들은 회사의 이익이 소비자 선택과 직접 관련된 곳들이다.
내년에 명목금리가 높아진 레벨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플레 기대는 점차 약화돼 실질금리가 높게 유지된다면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실질금리와 실질소비는 역의 함수 관계"라며 "내년에 높아질 실업률과 최근 10년 평균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환경도 소비심리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주식투자자들은 '소비자 선택'보다 '정부 선택' 관련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예컨대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갖는 경기소비재와 관련된 업종보다는 정부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반도체, 양자정보과학, 생명공학, 인공지능, 무선통신 관련 종목이 낫다는 것이다.
■ 통화정책 속도조절과 기업 실적 우려
작년말 연준은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을 시사한 뒤 올해 3월부터 금리를 올렸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된 가운데 러-우 전쟁이 발발해 공급망 우려와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부담이 더해졌다.
이후 올해 4분기 들어선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바뀌었다. 최근 유가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간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린 연준이 이젠 속도조절에 들어간다는 시그널을 준 상태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률의 고점을 확인한 뒤 이제 속도 조절에 힘을 실으면서 경기 방어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변화 속에 최근 예상보다 좋은 미국 경제지표, 그리고 비관적인 대형 금융사 CEO들의 발언 등이 나온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최종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한국 기준금리는 일단 3.5%가 최종이라는 컨센서스가 만들어졌다"며 "현재 경제지표와 기업들 상황이 혼선을 주고 있지만 대세는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정연 연구원은 "2023년이 코 앞까지 다가온 현 시점에서 한 가지 옅어지고 있지 않은 주식시장 악재는 기업실적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글로벌 전반적으로 내년 이익증가율은 한자릿수 초반대로 성장 둔화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대비 내년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주식시장의 23년 EPS 추정치는 최근 3개월간 4% 하향 조정되며 이러한 하향조정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이익은 전년대비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자료: 메리츠증권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대형 금융사들의 침체 경고와 기업이익 둔화 사이클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